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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은 맛과 친절, 정직한 재료가 장수 비결"
입력 2019.10.21. 20:07 수정 2019.10.21. 20:07 댓글 0개61년간 3대 걸쳐 가업 이어가
“‘변했다’는 단골 평가 무서워”
“위기에도 좌절하지 말라” 조언
"요식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결같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꼼수 부리지 않고 한결같이 맛있어야 하고 한결같은 정직한 재료선정과 한결같이 고객을 대하는 친절을 수십년간 이어왔기 때문에 오래도록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광주에서 음식점으로는 유일하게 백년가게로 선정된 '민들레'의 김인자(66·여) 대표의 목소리에 자부심이 넘쳐났다.
서구 치평동에 위치한 '민들레'는 간장게장, 보리굴비정식을 주력으로 하며 1950년대부터 3대째 이어온 업체다. 특히 김 대표가 시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아 수십년 동안 바꾸지 않은 채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가게 내부의 고가구들과 병풍들은 민들레의 상징이 돼 민들레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김 대표는 백년가게로 선정된 비결에 대해 "사람처럼 늙어온 가게에 무엇이 특별해서 선정됐다고 자랑할 수 있는 이유는 없다"면서도 "100년 전통을 이을 백년가게를 선정하는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들을 잘 보관한게 한몫 하지 않았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수십년간 변하지 않는 맛을 비결로 꼽았다. 민들레의 간장게장은 갖가지 한약재를 우려낸 간장 육수로, 짜지 않고 비리지 않는 맛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염장한 꽃게를 일정 기간 끓여낸 간장에 오래 담가 숙성시키는 기존의 방법이 아닌 염장을 하지 않고 채수에 재웠다가 꺼내 그대로 이틀 정도 냉동 숙성시키고, 30년 이상된 노하우로 끓여낸 간장을 식혀서 차갑게 숙성 보관해 부어나가는 방식으로 조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약선 요리를 기반으로 궁합에 맞는 한약재만을 엄선해 뿌리 채소를 이용한 채수를 베이스로 끓여낸 간장소스는 청양고추, 양파장아찌 등 토핑재료와 함께 숙성돼 전혀 짜지 않고 달지도 않으면서도 비린 맛을 잡아내는 깔끔한 맛은 다른 어느 식당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맛"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단골손님은 김 대표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다.
김 대표는 "수십년 가게를 이어왔지만 아직도 가장 무서운 것은 단골손님들 평가다. '변했다'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한결같음을 유지하고 지켜내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하루도 쉬어본 적이 없다. '민들레의 맛'을 그 어느 누구도 똑같이 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소한 반찬부터 시작해 자신의 손을 거치지 않고 나가는 게 없다.
몸이 고단할만도 그동안 여러번 폐업 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게를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는 김 대표의 표정에서 진심이 드러났다.
김 대표는 "20여년전 이 곳으로 이전해 온 뒤 장사가 생각보다 안 돼 월 임대료는 물론 전기료나 가스료를 내지 못해 매일 매일 가슴을 졸이며 일할 때도 있었다"며 "인건비가 아까워 혼자 서빙, 요리, 설거지까지 한 적도 부지기수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폐업을 하면 모든 게 끝난다는 각오로 희망을 버리지 않고 꾸준히 이어온 결과, 백년가게로 선정될 정도로 광주를 대표하는 '노포'의 대표가 됐다.
김 대표는 "수십 년간 요식업에 몸을 담아오면서 느꼈던 점은 '갑자기'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라며 "평범한 원칙을 지켜온 것이 곧 승부수였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난, 시련 앞에서도 절대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인내심으로 버티면 분명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민들레는 김 대표의 아들인 길주성(45) 씨가 가업을 이어받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일반 대기업을 다니고 있었지만 60년을 넘게 지속해 온 가게의 자부심을 잇기로 한 것이다.
김 대표는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가업을 이어받는 경우는 많지 않아 걱정이 된 것은 사실이다"면서 "다행히 아들이 선뜻 나서 가업을 이어받겠다고 해 민들레의 모든 것을 가르치고 있고 아들 또한 대학교에서 한방건강학을 공부하면서 까지 열정적으로 배우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아들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매출이 30% 가량 늘었다.
김 대표의 아들은 기업에 다니던 경험을 토대로, 배달음식시장이 커지고 있는 시장 흐름에 맞춰 간장게장 포장배달전문점을 직영으로 확대 운영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갈수록 빠르게 변화하는 요식업에서 고집 있는 뚝심과 한결같은 맛으로 자리를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들의 취향도 달라지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와 차별화가 필수적이다"고 말을 마쳤다. 이삼섭기자 seobi@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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