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이철규 열사 사망 타살 가능성 높다"

입력 2019.10.20. 18:14 수정 2019.10.20. 18:14 댓글 0개
'조선대 편집장 의문사' 재조명
무등일보 89년 5월21일자로
'자살 가능성 없다' 의혹 제기
당시 취재로도 '익사 아님' 일축
추모회 "죽음 진실 밝히는게 본질"

지난 1989년 사망한 故 이철규(당시 25세) 열사의 사망 원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무등일보는 이 열사의 부검 당시인 1989년 5월21일자에 이 열사의 죽음이 타살 가능성이 있다며 당시 수사 당국이 주장했던 자살 추측을 일축했었다.

이 열사 사망 원인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 것은 지난 1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 방송된 이철규 변사사건 미스터리를 통해서다.

1989년 전남 학생운동권 리더이자 조선대 교지 편집장이었던 이 열사는 교지에 북한 관련 글을 써 지명수배 중이었다. 이에 검문 사실을 숨긴 경찰이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열사는 1989년 5월 3일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경찰관에게 검문받았고, 검문을 피해 달아나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행방불명됐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5월 10일 이 열사의 시신은 광주4수원지에 빠진 상태로 발견됐다. 시신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변색이 돼 있는 등 일반적인 익사체와 다르게 보였기 때문에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이 열사를 경찰관이 체포해 고문해 숨지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실족사에 의한 익사'라는 당시 수사 결과를 뒤짚는 진상은 밝혀지지 않은 채 지금에 이르렀다. 이 열사의 선후배들은 당시부터 '유류품이 다르거나 없다' 는 등을 증언하며 사법당국이 그의 사망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BS 보도에 따르면 사건 당일 밤 이 열사를 만난 후배는 유류품 점퍼가 이 열사가 입었던 것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경미씨는 "검거 과정에서 점퍼가 훼손돼 대역 점퍼가 필요하지 않았나"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점퍼를 발견한 시점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다른 후배는 "속옷을 가지고 갔는데 없다고 하면 다음 날 '수색 중 발견했다', 안경이 없다고 하면 '수색과정에서 안경을 발견했다'는 식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당시 수원지에 근무하던 청원 경찰은 사건 당일 밤 '풍덩'하는 소리와 허우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제작진에 "말 표현이 그렇게 된 것이지 '풍덩'은 아니다. 나는 물 건너다가 빠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실족에 의문을 제기하며 "건널 수 있는 거리다. 빠졌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열사의 부검에 참관했던 이태훈 원장은 1989년 5월2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폐와 위에 물이 차 있지 않아 익사로 보기 어렵다', '외상은 없지만 여러가지 정황으로 타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었다. 이 원장은 '자살할만한 심리적 상태가 아니었다', '몸에 난 상처는 자살의 흔적이 아니다'며 자살 가능성을 일축했다. 서재홍 조선대병원 교수도 '이 열사의 뇌에서 골절이나 출혈은 없었다', '전기고문의 흔적인 화상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었다. 당시 조선대 교수협의회는 '이 열사는 치밀한 계획 아래 행해진 타살이다'고 주장했었다.

이와 관련해 안현철 이철규 추모사업회장은 "이 열사가 타살됐다는 증거를 꾸준히 수집하고 있으며, 지금도 제보를 받고 있다. 방송에 나간 내용들도 다 사업회에서 제공한 것이다"며 "이 열사의 죽음을 해결하는 것은 과거의 것을 풀자는 차원이 아니다. 본질은 죽음의 진실을 밝히지 못하면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소중한 사람들이 똑같이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안 회장은 "이는 30년을 이어온 현재의 문제이자 미래의 문제다. 진상 규명과 과련해 과거사 위원회에서 법을 개정하려고 하고 있다"며 "국가에서도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 민간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갈 때 사회가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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