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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이 돌아왔다"···노란조끼사태 이후 '佛제조업 개혁' 박차

입력 2019.10.20. 05:00 댓글 0개
제조업 중심의 경제개혁…실업률, 10년래 최저
"프랑스를 위한 개혁 아닌, 프랑스가 하는 개혁"
【스트라스부르=AP/뉴시스】 1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에 새롭게 건설한 극장 '르 말리옹(Le Maillon)'을 바라보고 있다. 2019.10.16.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경제 개혁의 제 2막을 올렸다. 이른바 '세컨드 액트(Second Act)'의 시작이다. 지난 8월 이후 마크롱 대통령과 관련된 기사는 '혁신'과 '개편'을 동반한다. 프랑스 반(反)정부 '노란조끼' 시위로 주춤했던 마크롱표 개혁이 다시 시동을 걸면서다.

프랑스 역사학자 로널드 티어스키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마크롱이 돌아왔다"며 "그는 상당히 강해보인다. 확신에 차있다"고 말했다.

작년 겨울부터 올 봄까지 이어진 노란조끼 시위로 정권 퇴진 위기에 몰렸던 마크롱 대통령은 더 이상 없다. 시위를 이끌던 주최측은 11월17일 노란조끼 1주년을 기념하며 대규모 시위를 열겠다고 발표했으나 더이상 그들과 함께 하겠다는 이들은 찾기 힘들다.

◇마크롱의 '퍼스트 액트' 가시적인 성과로

강한 마크롱 대통령이 돌아온 배경에는 2017년 취임과 함께 시작했던 마크롱표 경제 개혁, 퍼스트 액트(First Act)의 가시적인 성과가 있다.

올해 2분기 프랑스의 실업률은 8.5%로 떨어지며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프랑스의 해외영토를 제외하면 실업률은 8.2%까지 줄어든다.

뮈리엘 페니코 프랑스 노동장관은 실업률을 발표하며 "정부의 개혁 정책이 드디어 국민들에게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페니코 장관은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 시장을 개혁해 고용주들이 고용과 해고를 쉽게 만들었다. 동시에 150억 유로(약 19조6000억원)의 직업 훈련 예산을 할당해 노동자들의 재교육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정책으로 정규직의 채용이 늘고, 작은 회사들도 고용 확대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경제학자들은 2022년 임기 말까지 실업률을 7%로 줄이겠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목표가 곧 달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FT는 "유로존에서 독일의 경기 침체와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여파에도 프랑스는 눈 부실 정도는 아니지만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올해 국내총생산(GDP)는 1.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병든 제조업 고친다...'소비'가 아닌 '생산' 중심의 정책

프랑스를 '유럽의 병자'로 만든 제조업 분야의 개혁도 시작됐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산업난 평가서를 발표하고 2025년까지 완전 고용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기업 감세, 생산 확대 등 전략 등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이름하여 기업과 노동조합, 국회의원, 국민의 논의를 통해 구성된 '생산 협약(productive pact)'이다.

르메르 장관은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많은 일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기어를 바꿀 차례"라며 '생산의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20년 전 프랑스는 생산보다 소비에 집중하는 정책을 폈다. 이는 우리의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했다.

지난 10년 동안 프랑스 제조업계에서는 일자리 100만개가 사라졌다. 전체 경제에서 제조업의 비중은 20년 전 17%에서 현재 12%로 떨어졌다. 이웃국가인 독일은 제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에 달한다. 프랑스의 두 배 수준이다.

【파리=AP/뉴시스】 9월10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 외곽의 한 물품 창고를 찾아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10.16.

프랑스 정부가 제조업 개혁에 손을 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전임인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대표적인 좌파 정치인 아르노 몽트부르를 산업장관에 앉히고 '생산성 회복'을 꾀했다.

몽트부르 전 장관의 정책은 보조금 확대에 방점이 찍혔다. 하지만 생산성은 더욱 하락했다. 결국 올랑드 당시 대통령은 '개혁'을 외치고 나선 로스차일드 투자은행 출신의 신예 정치인 마크롱을 산업부 장관으로 올렸다.

대통령이 된 마크롱의 제조업 개혁은 뿌리를 파고 든다.

르메르 장관은 "프랑스 산업계의 본질적인 문제는 노동자의 짧은 근로 시간, 기업에 대한 과도한 세금, 산업계의 요구와 기술연구계의 불일치로 파악된다"며 이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국민과의 담화를 통해 개혁의 '안전망'도 구상 중이다.

'생산 협약'은 생산량을 늘리되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규정에 발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조선업과 같은 중공업 분야 제품은 국가 차원의 수출 보증제도가 도입된다.

외국인 투자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를 구상하면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을 사고 파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을 함께 도입한다.

르메르 장관은 앞으로 6개월을 들여 '생산 협약'을 완성하겠다면서 "빠른 시일 내 결과를 얻기 보다는 일관성 있는 결과를 얻고자 한다"고 말했다.

◇'연금개편' 앞둔 마크롱, 정치 시험대 서다

올해 하반기 마크롱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과제는 '연금개혁'이다.

직종별로 42개에 달하는 퇴직연금 체제를 통합해 포인트 제도를 기반으로 한 하나의 국가연금 체제를 만드는 것이 골자다.

연금제도의 개편은 행정적 편의성을 높일 뿐 아니라 직업 간 이동성을 향상시키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사회 기반을 움직이는 일이다.

그러나 퇴직금 수령 연령이 높아지고 연금 실수령액이 줄어든다며 프랑스 노조와 직능단체는 대규모 장회집회를 소집하며 거센 저항의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사실 프랑스는 개혁은 커녕 국정 운영도 쉽지 않은 나라로 꼽힌다.

18세기 프랑스 혁명 정신과 국가와 민족, 공공기관에 대한 유럽식 보수주의가 모순적으로 뒤엉킨 나라다. 노란조끼 시위대의 요구만 봐도 그랬다. '세율 인하'와 '복지 제도 향상'은 이뤄낼 수 없는 요청이다. 이민자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할 정도로 수용 반대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수출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열려있었다.

이에 대한 마크롱 대통령의 답은 "프랑스를 위한 개혁이 아닌, 프랑스와 함께 하는 개혁"이다. 국민이 직접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개혁의 시급함을 스스로 깨닫고, 그들에게 가장 적절한 개혁안을 찾게 하겠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혁에 대한 야망의 크기를 줄여서는 안된다. 그러나 방법 면에서 우리는 프랑스 국민을 더 많이 참여할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금개혁을 단행하기 전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지방 소도시를 찾아다니며 시민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FT는 이를 두고 "마크롱 대통령이 진정으로 혁명을 일으킨 분야는 '경제'라기 보다 '프랑스 정치'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한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의 대표 질 르장드르는 지난달 의회에서 정부의 개혁안에 대해 "우리는 개혁을 늦추지 않는다. 야심을 버리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르장드르 대표는 "마크롱표 개혁은 나라를 바른 길로 돌려놓겠다는 야망이다"며 "연금 개혁은 아마 5년의 재임 기간 중 가장 상징적이고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고 했다. 그는 다만 "노란조끼는 우리가 이러한 개혁을 이끌 때 훨씬 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고 부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란조끼 시위 후 사회 개혁과 관련한 과제를 각 부처에 이임했다.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을 이용한 개혁이 아닌 각 부처, 그리고 시민이 구상한 개혁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DC)의 고용노동사회위원회 수석 스테판 까르실로는 "마크롱 대통령이 긴장을 풀고 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며 "2020년은 프랑스 개혁의 해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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