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악플러와 전쟁 선포···"설리법 만들자"
입력 2019.10.17. 11:02 댓글 0개【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악플에 과도하게 시달리던 그룹 'f(x)' 출신 배우 설리(25·최진리)가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이후 연예계가 악플러와 본격적으로 맞서고 있다.
이미 여러 연예인이 우울증 등에 시달리다 앞서 세상을 떠났던 만큼 악플에 대한 우려는 여러 번 제기됐다. 실효성이 있는 대책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함께 나왔지만 매번 유야무야됐다.
연예인이 악플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에 따른 법적대응밖에 없다. 하지만 대중을 상대로 하는 만큼 무조건적인 고소도 힘들다.
특히 평소 마음이 약한 것으로 알려진 설리는 악플러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JTBC2 '악플의 밤'에서 "악플러를 고소했는데 동갑내기 명문대 재학생이더라. 취업이 힘든 전과자로 만들기가 그래서 선처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질 나쁜 악플러들은 설리의 이런 여린 마음을 악용했다. 오히려 설리에게 무작정 악플을 쏟아 부었다. 소속사 차원에서 적극 대응에 나섰으나 빈도수가 너무 잦았다.
최근 여러 연예인들과 소속사들이 "선처가 없다"며 악플러에게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정보통신망을 통해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대부분의 악플러는 낮은 벌금을 받는데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계 단체들 사이에서 악플러와 악플러 근절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설리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등이 속한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는 "더 이상 근거 없는 언어폭력(악플)으로 인한 대중문화예술인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연매협 회원 소속 연예인 보호 차원에서 초강경한 대응을 펼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연매협은 지난 2016년 한국콘텐츠진흥원 등과 함께 '인터넷 바른말 사용하기' 캠페인을 펼쳤다. 이 캠페인의 하나로 '선플 달기' 등의 운동을 했다. 하지만 단발성에 그쳤다.
설리의 안타까운 사망 이후에는 법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연매협 관계자는 "사이버 테러에 관해, 사과와 반성으로 그치지 않고 언어폭력(악플), 악플러를 발본색원해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기관에 의뢰 및 법적 조치와 정부에 질의 및 청원을 하겠다"고 전했다. 악플, 악플러 근절 및 방지를 위한 사회적 활동도 병행한다.
2007년 포털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도입됐다 2012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5년 만에 폐지된 '인터넷 실명제'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소위 설리법으로 불리는 '악플방지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 네티즌들의 태도가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엔터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설리의 사망 이후에도 일부에서는 전혀 반성하는 기색이 없이 악플이 이어졌다.
전 연인인 힙합듀오 '다이나믹듀오' 멤버 최자의 소셜미디어에 상상도 못할 악플들이 가해졌다. 연예계 관계자는 "그런 모습을 설리가 봤다면 마음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더 슬퍼졌다"고 했다. 심지어 설리의 사망 기사에 악플을 다는 이들도 있었다.
각박한 한국 사회에서도 더 치열하게 감정을 소비하는 연예인들의 심리적인 상황은 극단을 오간다. 우울증이 극심해지는 것이다.
중견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은 감정 노동자다. 감정 소진이 심한 직업"이라고 했다.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연예인들에게 가하는 대중의 폭력성도 연예인들을 고립시키는데 한몫한다. 특히 인터넷에서 집단으로 연예인들을 매도하는 한국에서 그러한 경향이 짙다"고 짚었다.
언론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자극적이고 왜곡된 기사로 악플러들에게 판을 깔아줬다는 것이다. 중견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더 이상 언론이 클릭수를 위해 아이돌을 자극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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