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전, 경주인 생활상 보여주는쪽샘 44호 토기 발견
입력 2019.10.16. 18:26 댓글 0개【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1500여 년 전 신라 무덤에서 나온 토기에서 말타고 춤추고 사냥하던 경주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문향이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2014년부터 경주 쪽샘 44호분을 조사 중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16일 쪽샘 44호 돌무지덧널무덤에서 신라 행렬도가 새겨진 토기, 말 문양 토기, 44호 제사와 관련된 유물 110여점이 나왔다고 밝혔다.
쪽샘은 마을 입구에 쪽빛을 듸는 샘물이 있는 우물이 남아있어 붙여진 지명이다. 예부터 샘이 있었는데 물맛도 좋고 가물어도 줄지 않아 사람들이 ‘쪽박’으로 물을 떠 마셔서 ‘쪽샘’이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현재 쪽샘지구로 불리는 이곳에는 신라시대 고분군있고 1900년대까지 민가 없이 고분군과 논밭이 있었다.
2005년 경주시와 영남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가 쪽샘지구의 생활사 기록를 위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4~5세기 거대한 고분군이 조성됐고 통일신라시대까지 원형이 보존됐다가 고려시대부터 고분군, 논밭, 민가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제 강점기엔 이 지역에서 고분 155개가 발견됐다. 쪽샘 44호는 당시 일제가 44번째 고분에 붙인 일련번호다.
행렬도가 새겨진 토기는 44호 호석 북쪽에서 파손된 상태로 나왔다. 높이 약 40㎝의 긴목항아리로 추정된다. 그릇 곳곳에 새겨진 문양 구성으로 보아 행렬도를 묘사한 것으로 추정되며, 출토 정황상 제사용 토기로 제작돼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문양은 4단으로 구성됐다. 1단과 2단, 4단에는 기하학 문양이 반복되어 있다. 3단에는 기마·무용·수렵을 하는 다양한 인물과 사슴·멧돼지·말·개 동물이 연속으로 표현됐다.
말을 탄 인물과 말들이 행렬하는 장면에는상단에 말을 탄 인물, 하단에 말 2마리가 있다. 말의 갈기를 의도적으로 묶어 뿔처럼 묘사했다.
특히 말을 탄 인물이 개와 행렬하는 장면에는 이 인물이 화면 전면에 가장 크게 묘사돼 행렬의 주인공으로 추정된다. 개는 당시 묘를 지키는 동물로 표현됐다. 주인공이 탄 말도 기마행렬의 말처럼 갈기를 묶어 뿔처럼 그려졌다.
기마행렬을 따라가는 인물들이 무용하는 장면에는 고구려 무용총 벽화 속 무용장면처럼 바지와 치마를 입은 인물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는 신라 토우 중 긴 두루마기를 입은 남성을 묘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활을 든 인물들이 다양한 동물을 사냥하는 장면에는 암수 사슴, 멧돼지, 호랑이, 개로 추정되는 동물들이 등장한다. 화면 하단에 표현된 기하문은 산이나 나무를 그렸을 가능성이 있다.
행렬을 주제로 기마·무용·수렵을 그린 복합적 문양은 신라 회화에서 확인된 첫 사례다. 복식과 인물묘사, 동물묘사 등 내용이 풍부하고 회화성이 우수하다.
말 문양은 그릇 받침대의 다리 부분으로 추정되는 토기 조각 2점에서 확인됐다. 말이 새겨진 문양은 총 2개체로, 말 갈기, 발굽, 관절 뿐 아니라 갑옷을 입은 모습까지 상세하게 묘사됐다. 현재까지 발견된 토기에 새겨진 말 문양 중 회화 표현이 우수하다.
이외에도 44호 호석 주변에서 대호(大壺)를 포함한 다양한 기종의 제사 유물 110여 점이 나왓다. 9점의 대호는 호석을 따라 일정 간격으로 배치됐다. 내부와 외부에서 굽다리접시 뚜껑 접시, 토제악기, 토제방울 등 소형 토기도 확인됐다. 조사 결과, 시차를 두고 여러 차례 걸쳐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suejeeq@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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