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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민 알권리와 무차별 의혹 보도···언론 유감
입력 2019.10.15. 08:30 댓글 0개【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장장 두달이 넘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된 지난 8월9일부터 장관직 사퇴를 발표한 14일에 이르기까지 언론은 온통 '조국' 두 글자로 뒤덮였다. 조 전 장관의 아버지, 아내, 사촌, 동생, 전(前) 제수, 딸, 아들 등 모두가 총출동했다. 웅동학원 재단, 투자에 관여했다는 사모펀드, 자녀의 대학교·대학원 입시경위에 대한 갖가지 의혹이 던져졌다. 언론은 이를 '검증보도'라고 했다.
후보자 검증은 언론의 중요한 책무다. 청와대에서 '직을 수행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 아래 지명한 후보자가 정말로 문제가 없는지는 전문가나 내부자가 아닌 이상 제대로 알 수 없다.
질문하는 특권, 사실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언론이 이 일을 한다. 사람을 만나고, 자료를 뒤적이고, 전문가들에게 묻는다. 직무수행 능력이 있는지, 직무에 있어 도덕적 흠결은 없는지, 혹은 그보다 앞서 공직자로서 기본적 자질은 갖춰졌는지 알아본다.
그런데 이런 언론의 검증보도가 그 역할을 올바르게 했는지는 누가 검증을 했을까. 그 주인공은 독자, 즉 국민들이었고 그들이 부여한 언론의 점수는 낙제점이었다.
이는 지난 12일까지 서울 서초동에서 총 9차례 열린 '검찰개혁 촉구 촛불집회'에서 증명됐다. 현장에 나온 시민들은 검찰만큼이나 언론을 비판했고, 검찰개혁 못지 않게 언론개혁을 원했다. 서초동 일대에는 '검찰개혁' 구호 못지않게 '언론개혁' 구호도 널리 퍼졌다.
질문을 던지는 기자에게 언론에 대한 서운함을 말하지 않는 시민은 거의 없었다. "검찰보다 언론이 더 문제"라고 말하는 건 차라리 점잖았다. 기자에게 대뜸 "보도 똑바로 하라"고 핀잔을 주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언론과는 이야기 안 한다"고 고개를 돌리는 경우도 예사였다. 아예 언론 비난 문구가 새겨진 손팻말을 든 참가자들도 여럿 있었다.
언론에 이미 '사망선고'를 내린 시민들도 있었다. 지난 8월29일 당시 후보자였던 조 전 장관에 대한 의혹 보도가 쏟아지자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 오르내린 실시간 검색어가 '한국언론 사망'이었다. 조 전 장관 가족들에 대한 신상털이식 보도를 하는 언론을 더이상 언론으로 볼 수 없다는 뜻이었다.
이는 검증을 내세워 가족 문제에 대해서는 이 잡듯 뒤져대면서 정작 직무에 대한 검증은 소홀히 한 언론의 잘못이다.
진영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듯 하지만, 법을 집행하는 부서 수장의 자리에 적합한지 따지는 데 자녀입시 특혜나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이 결코 그냥 지나쳐선 안 되는 문제인 건 맞다.
그러나 언론은 한가지 이슈에만 몰려 사실상의 가족 신상털이식 보도를 이어가며 직무수행 검증에 핵심적인 부분은 지나친 게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조 장관은 물러나도 후보자 검증은 계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newkid@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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