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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학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개발경제학 성장 이끌어"
입력 2019.10.14. 20:58 댓글 0개"경제학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좋은 예 보여줘"
【세종=뉴시스】박영주 위용성 기자 =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3명의 학자는 세계 곳곳을 잠식하고 있는 빈곤 문제를 미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의 연구 방법은 개발경제학을 한 단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14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에스테르 뒤플로와 아비지트 바네르지 미국 MIT 교수와 마이클 크레이머 하버드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3명의 수상자 모두 국제적인 빈곤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맞닿아있다.
뒤플로와 바네르지는 공동저서인 '가난한 자의 경제학'(Poor Economics.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이라는 책을 통해 빈곤한 이들의 행동학을 연구해왔다. 특히 이들은 빈곤퇴치연구소를 설립해 전 세계 빈곤문제 해소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크레이머는 1990년 중반 아프리카 케냐에서 '기생충 치료가 어떻게 케냐 학생들의 출석률을 높일 수 있을까'하는 실험은 아동들의 건강이 교육의 질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밝혀냈다. 실제 그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기생충 구제를 한 뒤 케냐 학생들의 결석률은 25%나 줄어들었다.
이들은 빈곤이라는 거시적인 문제를 교육, 영유아의 건강 등 작은 범위로 좁혀가면서 다루기 쉽게 접근해갔다.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세밀하게 설계된 사회적 실험들이 빈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공로를 인정받았다.
안상훈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개발협력센터소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들의 수상은 발전경제학(개발경제학)을 한 단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정책을 작은 규모에서 실험해보고 스케일업하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벨위원회에서 이들에게 상을 줬다는 건 굉장히 의미가 있다"며 "분배, 빈부 격차, 이민문제는 선진국에서도 큰 도전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빈곤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MIT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KDI 국제정책대학원 김태종 교수는 "세 명의 경제학자들은 무작위통제실험(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 방법을 개발경제학에 본격적으로 도입했다"며 "발상은 간단하지만, 경제학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예를 보여주셨다"고 평가했다.
RCT는 무작위로 대조군과 실험군을 나눠서 실험군에만 약을 주고 대조군에는 안 준 후 약의 효능을 살펴보는 방식이다. 주로 자연과학이나 의학에서 쓰이지만, 세 명의 수상자들은 이를 교육, 사회복지 등 분야에 접목했다. 빈곤의 덫에 빠진 이들에게 빈곤에서 빠져나오게 하려면 어떤 프로그램이나 어떤 정책이 효과가 있는지 RCT를 통해 연구해왔다.
김 교수는 "탁상공론으로 개발협력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엄밀한 성과 평가 및 연구를 통해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가면서 되는 건 더 발전시키고 안 되는 건 버리는 식의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해줬다"고 의미를 뒀다.
이날 수상자 중 뒤플로는 2009년 여성으로서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이후 10년 만에 탄생한 여성 수상자다. 노벨 경제학상 50년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수상자이자 최연소 수상자이기도 하다.
바네르지의 제자로 알려진 뒤플로는 발전경제학의 성장을 이끌었다. 안 소장은 "과거에는 선진국이 후진국 경제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느냐 없느냐 등 큰 담론 위주로 접근했다면 뒤풀로는 그 문제를 훨씬 더 작게 쪼개서 특정 정책이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상 실험하듯 경제발전을 도와주는 정책이 실제 적용해서 성과를 거뒀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등 새로운 접근 방식 측면에서 큰 기여를 했다"고 덧붙였다.
gogogirl@newsis.com, up@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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