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 속의 정부로"

입력 2019.10.14. 18:47 수정 2019.10.14. 18:48 댓글 0개
조국 법무장관 전격 사퇴
"개혁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
국민과 상처받은 젊은이에 죄송
가족 곁에서 고통 함께 감내 도리"

조국 법무부장관이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조 장관 임명 후 국정은 심하게 흔들렸고 국론은 분열됐다. 여권의 지지율은 곤두박질했고 결국 사퇴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는 생각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사퇴 후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에 사과했다.

이제 여야 정치권은 검찰개혁을 완수하고 갈라진 국민을 통합해야 할 책무를 떠안았다. 청와대도 냉정하게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 속의 문재인 정부로 다시 자리잡아야 한다는 게 국민의 일반적 목소리로 들린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오전 검찰 개혁 방안을 직접 발표한 지 3시간 만에 이뤄진 전격적인 발표였다.

조 장관은 입장문에서 "검찰 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라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초한 수사구조 개혁,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 등은 오랜 소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 질주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했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 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며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 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장관은 "저는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다"며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이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국민 덕분이다. 국민께서는 저를 내려놓으시고, 대통령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검찰 개혁 제도화가 궤도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가야 할 길 이 멀다"며 "이제 저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줄 후임자에게 바통을 넘기고 마무리를 부탁드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검찰 수사 등에 대해 조 장관은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돼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다. 그렇지만 검찰 개혁을 응원하는 수많은 시민의 뜻과 마음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며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보다 더 다치고 상처 입은 가족들을 더 이상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원래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 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 가족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끝으로 "이제 저는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간다"며 "허허벌판에서도 검찰 개혁의 목표를 잊지 않고 시민들의 마음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법무부 정부과천청사를 나오면서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하고, 감사하고, 고맙다"며 "이제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서울=김현수기자 cr-2002@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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