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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로운 문명, 민주주의의 진화
입력 2019.10.13. 13:44 수정 2019.10.13. 16:23 댓글 0개'조국대전'이 두 달여 넘게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선동, 검찰의 칼춤, 수구언론의 광기가 단단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연이은 '광화문집회'는 그 정치적 외현이었다. 반면 이에 맞서 국민도 잇따라 행동에 나섰다. 정부가 개입할 수 없으니 '관제데모'라 할 수 없고, 집권여당이 나설 수 없으니 '정치적 동원'과 무관하다. 하여 '서초집회'는 자발적 국민운동이고 또 다른 촛불항쟁이다.
'보수카르텔'이 움직이면 입맛대로 주류 여론이 형성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격세지감이다. 국민이 '보수카르텔'을 파헤치고, 규명하고, 응징한다. 예전의 수동적 국민이 아닌 독립적 자아로서 국민이 자발적으로 카르텔에 대응하는 것이다. 최재붕 교수를 빌면 '포노 사피엔스'라는 문명의 전환이 그 바탕이다. 불과 10년 사이에 촉발된 엄청난 변화, 바야흐로 '혁명의 시대'이다.
스마트폰을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여기는 인류라는 의미의 포노 사피엔스는 TV와 신문을 뒷전으로 밀어냈다. 대신 스마트폰을 미디어창구로 하여 포털과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정보를 탐색한다. '검색하는 인간' 즉 호모 서치엔스가 등장한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지금은 주어진 정보를 무작정 수용하는 군중의 시대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한발 더 나아가 시민들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하고 움직이는 데까지 진화했다. 그것을 박구용 교수는 '문파, 새로운 주권자의 이상한 출현'이라는 책에서 "자각적 세계시민들은 더 이상 의회와 언론이 자신들을 대변해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라고 풀이했다. 그런 변화에 조응하지 못하는 정치와 언론에 대해 박 교수는 '의회 귀족주의, 언론 귀족주의'라 칭한다.
새로운 주권자의 탄생은 기왕의 대의제 민주주의를 불충분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선출된 권력에 무조건 주권을 위임하려 하지도 않는다. 가령 주민소환제는 위임의 철회를 제도화하자는 것 아닌가? 우리 사회의 문제는 여전히 소수 엘리트 중심의 대의제 민주주의가 완고하다는 데 있다. 그러기에 광화문이나 서초 같은 '광장'이 그 간극을 직접 메우려는 국민의 공간으로 부상한 것이다.
견제와 감시라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전통적 원리는 이제 주권자로서 국민이 직접 '관여'하고 '행동'하는 민주주의로의 변화에 맞게 수정되어야 한다. 직접민주주의의 확대, 숙의민주주의의 제도화가 필연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할 기술적, 사회적 기반은 이미 충분하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북새통이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문명에 맞는 민주주의의 진화가 우리 시대의 과제이다.
- [기고] 전남과 광주의 문화다양성, 포용의 문화로 바꾸자 최근 이강인 선수에 대한 이슈가 부상한 적 있다. 아시안 컵 4강 전을 앞두고 식사 후 함께 얘기하자는 주장의 얘기를 무시하고 탁구를 친 이강인 선수를 나무라는 과정에서 주장이자 선배인 손흥민 선수에게 달려들어 부상을 입혔다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이강인 선수는 인성이 부족한 자 혹은 싹수없는 선수가 되었다.뭐 이강인 선수를 두둔하거나 비판하자는 건 아니다. 우리들이 갖고 있는 문화체계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꺼낸 얘기다. 사실 우리는 강한 선후배 문화를 갖고 있다. 특히 나이에 관한 한 절대적이다. 왜 싸우면서도 나이를 따지는 게 우리 아닌가?이에 반해 유럽이나 북미 등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인 곳에선 그 차이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여러 인종과 문화가 섞이다 보니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주장을 하고, 그 태도 또한 우리와 사뭇 다르다. 왜 프리미어리그나 여타 유럽축구를 보면 선수가 감독을 밀치고, 선수끼리 자기주장을 펼치다 싸움까지 벌이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제국주의 경험에 여러 문화가 섞여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들은 자문화 못지않게 타문화를 존중한다. 타인의 말이나 표현을 무시하거나 억제하는 행동을 금한다. 더불어 타인을 차별하는 것도 금한다. 왜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보면 선수들 유니폼에 "No Racism, No Room"(인종차별 예외없음)이라고 적혀 있지 않은가? 그 정도로 타인 문화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게 우선이다. 실제로 인종차별이 만만치 않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문화정책에선 이를 문화다양성이라 부른다.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다양성법'이 제정되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문화다양성 보호를 위해 나서야 한다. 더불어 국적·민족·인종·종교·언어·지역·성별·세대 등에 따른 문화적 차이에 의한 차별을 할 수 없다. 각 집단은 자신의 문화를 표현하거나 관련된 예술활동을 하며 지원에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광주 전남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전남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2016년 12월 1일 문화다양성 조례를 제정하여 많은 지자체의 조례 제정에 영향을 주었다. 광주광역시 또한 2018년 7월 24일 조례를 제정하여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두 조례가 다르다는 점이다.최초로 문화다양성 조례를 제정한 전남도는 '문화적 차별'이라 하여 개인이나 집단의 차이에 의하여 문화적 표현이나 활동을 제한하는 것을 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형태로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광주광역시 조례는 '문화적 관용'이라 하여 개인이나 집단의 차이에 의한 차별은 금지하고 있으나, '단, 사회미풍양속을 침해하는 문화다양성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여 그 보호의 범위를 사회미풍양속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미풍양속이란 무엇인가?그 범위가 모호할뿐더러 미풍양속이라는 표준화된 문화체계에 여러 문화를 가둠으로써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기 보다는 억압하게 만든다. 즉 누군가 사회미풍양속에 침해한다고 말하면 그 표현이나 활동은 제한되거나 금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문화다양성 보호가 아닌 억압의 측면이 있다.문화나 사회의 발전은 현재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나온다. 에두와우드 마네의 '올랭피아'나 구스타프 꾸르베의 '세상의 기원' 등은 모두 당시로서는 허용될 수 없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예술이 발전했고, 사회가 변했다. 지금 당장 강력하게 작동하지 않는 조례이기에 그냥 넘길 수도 있지만, 문화다양성이란 평소엔 인지되지 않다가 사건이 발생하며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전남도나 광주광역시 조례는 전국 지자체에 끼친 영향이 커 전남도 조례는 경기도에, 광주광역시 조례는 서울시에 영향을 끼쳤다. 이에 같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전남도의 조례가 적절히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고 있는 만큼 광주광역시 조례도 바뀌어 광주 전남이 함께 인권의 도시로서 나아갔음 하는 바램이다.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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