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노포'에서 100년 경쟁력 찾는다

입력 2019.10.03. 21:39 수정 2019.10.09. 19:27 댓글 0개
무등일보 창간31주년 '새로운 도전 도약하라 광주·전남
[백년가게를 가다]①프롤로그
정부 백년가게 선정 지원·육성
“자영업 성공모델 정립해 확산”
유명 노포, 관광객 유입 효과
서구 양동시장 근처에 자리잡은 '강전사'가 지난해 백년가게로 선정됐다.

#사례.

서구 운천저수지 근처에 위치한 음식점 '민들레'는 1958년 현재 대표인 김인자 씨의 시아버지가 운영하던 '명식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83년 가게를 이어받아 15년 전 지금의 자리로 이전해 오면서 시가 쪽 성인 '길'씨 성을 따 '길가네'로 상호를 바꿨다가 몇 년 전부터 다시 '민들레'로 변경했다. 민들레라는 가게 이름은 민들레 홀씨처럼 넉넉한 마음이 널리 퍼지라는 의미에서 지었다. 민들레는 3년 연속 광주시 선정 '광주 1등 맛집'에도 선정됐다. 현재 '민들레'는 3대 물림을 준비 중에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8월부터 업력 30년이 넘은 가게(도소매·음식업) 또는 가업을 이어받아 운영 중인 곳을 100년 이상 존속·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고, 성공모델을 확산하기 위해 '백년가게'를 선정해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부터 100년 이어가는 기업을 만들자는 취지로 '백년가게'를 선정해 육성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광주지역 백년가게로 선정된 '강전사'(왼)와 '민들레'(오).

지난해 8월 첫 백년가게를 선정한 이후 현재까지 전국 210곳이 선정됐고 그중 광주·전남은 16곳(7.6%)이 선정됐다. 광주에서는 '민들레'와 함께 서구에 위치한 전동기 도소매·수리업 '강전사' 단 두 곳만 선정됐다.

전남에서는 14곳이 선정됐다. '옥수굴비'(영광·굴비도소매), '풍미통닭'(순천·마늘통닭), '금메달'(무안·홍어), '㈜경덕농수산'(순천·농수산물가공), '신흥장어'(나주·장어요리전문점), '삼성굴비'(영광·굴비도소매), '구백식당'(여수·생선요리전문점), '대한식당'(광양·광양식불고기), '전주식당'(함평·생고기비빔밥), '에펠제화'(장흥·신발도소매), '호남종묘사'(강진·농약도소매), '우성대중음식업'(강진·삼겹살전문점), '해태식당'(강진·남도식한정식), '물망초식당'(여수·설렁탕전문점)이 전남의 백년가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선정된 백년가게에 맞춤형 전문가 컨설팅과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금융지원 등을 지원한다.

정부가 백년가게 육성에 나선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00년을 넘게 지속한 기업을 의미하는 단어가 있다. '노포'(老鋪)가 그것이다. 노포는 오래된 가게, 혹은 대대손손 내려오는 가게를 뜻하며 장수기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세계 40여 국가에서 창립 200년 이상의 장수 기업 5천586개 중 3천113개가 일본이고, 독일 1천563개, 영국 315개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본의 경우 100년 이상 된 기업이 2만2천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200년 이상 된 기업은 없으며, 100년이 넘은 업체는 80여곳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통상 30년 이상 된 기업을 장수기업이라고 통칭한다.

이러한 노포는 하나의 브랜드가 돼 그 자체만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100년이 넘은 노포가 즐비한 '긴자'는 일본 최고 관광명소이자 번화가다. 74년의 역사를 가진 군산의 '이성당', 70년을 유지해 온 목포의 '코롬방제과' 등은 하나의 지역 명소가 돼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한 기업이 30년 이상 존속하기에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2016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업 58만여개 중 50년 이상 된 기업은 0.2%,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은 2%에 불과하다.

10년 미만의 기업이 전체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기업의 평균 수명이 짧다. 국내 자영업자들의 5년 내 생존율은 28.5%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러한 배경에는 비교적 짧은 산업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쳐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전통적 점포가 파괴되고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국민 4명 중 1명이 자영업에 종사하는 '과당경쟁'은 차치하고서라도 높은 임대료와 언제든 계약 해지될 수 있는 '임대차'라는 지적도 나온다.

백년가게에 대한 기사에 누리꾼들은 "100년 대대손손 물려줄 가업이면 이미 자기건물이 태반이거나 먹고 살 걱정이 없을 텐데", "인건비가 문제가 아니라 임대료가 적폐"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 댓글들은 수천 개의 '공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외적인 어려움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업체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발을 맞추며 해가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곳이 있다. '민들레'를 비롯한 다른 백년가게로 선정된 업체들이 그 예다.

본보는 광주·전남지역 백년가게로 선정된 업체를 찾아 수십 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과 이야기를 듣고 소상공업체가 경쟁력을 갖추고 100년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본다. 이삼섭기자 seobi@srb.co.kr

"백년 가려면 지속적 혁신 필요하다"

김문환 광주·전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광주 상무지구에 민들레라는 식당이 있다. 달지도 않고 짜지도 않으면서 깊은 맛을 간직한 간장게장은 일품이다. 전남 함평에 위치한 전주식당도 있다. 신선한 생고기의 비빔밥은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을 선사하며 같이 무료로 나오는 한방 약재를 넣어 삶은 '돈뼈찜'도 아주 색다르다.

두 식당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3대를 이어온 30년 이상이 된 가족이 경영하는 식당이라는 점이다. 오랫동안 유지하며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듯 아주 깊은 맛과 함께 식당의 분위기도 예사롭지가 않다. 모두 자제들이 가업을 이어가면서 전통의 맛과 새로운 음식의 개발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 100년을 뛰어넘을 가게로 기대가 된다.

음식점을 비롯해 우리 소상공인의 기업을 영위하는 기간은 매우 짧다. 통계청의 기업생멸통계(2017년말기준)에서 보면 매년 신생기업은 91만개가 생기고, 62만개 기업도 소멸하고 있다. 전형적인 다산다사의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평균 1년 생존율은 65.3%이고, 5년 생존율은 28.5%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소상공인의 주요 업종인 숙박과 음식점업의 경우에는 1년 생존율이 61%, 5년 생존율은 18.9%에 불과한 실정이다.

왜 이러한 결과를 보일까? 우선 진입이 자유로운 업종을 중심으로 상권분석, 고객분석 등 충분하지 않은 준비 없는 창업이 이뤄지고 있고, 이들 과다한 기업의 진출로 인해 수익 창출이 쉽지 않아 다시 폐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밟는 것이다. 이에 따른 가계의 어려움과 함께 사회적 비용도 만만찮다.

소상공인들이 기업을 오래 유지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장수빵집을 분석한 '백년기업 성장의 비결(문성렬 등 저)'이라는 책에서는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장인정신'과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한 우물 파기', 그리고 '정직과 신의'를 장수의 비결로 들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 더해서 지속적인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전통과 새로움의 조화가 필요하다. 세계적 기업인 맥도날드, KFC, 스타벅스도 조그마한 가게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해 왔다. 우리의 백년가게도 백년을 이어가고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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