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항일 독립운동의 구심점···역사적 자리매김 절실

입력 2019.10.03. 13:45 수정 2019.10.09. 19:21 댓글 0개
무등일보 창간31주년 '새로운 도전 도약하라 광주·전남
90돌 맞는 광주학생독립운동
민족 차별 교육 문제제기서 비롯돼
독립 만세 운동으로 전국적 확산
운동 정신계승·역사의식 교육 등
의미·가치 평가 후세에 계승 절실



지난해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제89회 학생독립운동 기념식에서 학생들이 당시 독립운동 격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시스

'저항'은 역사의 새로운 문을 열어 시대를 관통한다. 광주 역사는 외세와 불의에 맞선 '저항'의 역사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1929년 11월 광주에서 시작돼 이듬해 3월까지 전국에서 벌어진 학생들의 시위운동으로 3·1운동 이후 최대 규모의 항일운동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렇듯 80년 5·18과 함께 광주를 압제에 굴하지 않는 민중저항의 상징적인 장소로 만든 사건인 광주학생독립운동이 내달 3일로 90돌을 맞는다. 정부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일어난 11월 3일을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제정, 광주 등 곳곳에서 기념행사와 사업을 통해 역사적 의미와 교훈을 널리 알리고 있다.

올해에도 내달 2~3일 교육부와 광주시교육청 주도로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광주학생독립운동'은 그 위상과 상징성에 비해 전국화를 통한 역사적 자리매김과 운동 자체의 의미와 정신을 후세에 계승하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광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운동 자체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관련 교육 강화 등이 절실하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 무등일보DB

'광주학생독립운동' 90주년을 맞아 올해 치러지는 행사와 함께 운동 전국화와 범국민적 인식 확산, 후대 올바른 역사적 위상 정립을 위한 방향을 모색해 본다.

◆90년 전 그날, 민족 독립 의지 자양분돼

광주학생항일운동은 1929년 10월 30일 광주에서 나주로 가는 통학열차 안에서 일어난 광주고등보통학교(현 광주제일고) 학생들과 일본인 학교인 광주중학 학생들의 충돌이 계기가 됐다.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학생들의 모습

당시 광주중학 3학년인 후쿠다 슈조 등 일본인 학생이 광주여고보 3학년인 박기옥 등을 희롱했고 이를 목격한 박기옥의 사촌동생 박준채 등과 싸움이 벌어졌다. 싸움은 광주고보와 광주중학 학생들의 패싸움으로 번졌고, 일본 경찰은 일방적으로 일본인 학생을 편들고 조선인 학생들을 구타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광주고보 학생들은 11월 3일 광주에서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어 같은달 11일 오후 격문을 살포, 12일 광주 시내에서 광주고보, 광주농업학교, 광주여고보, 광주사범학교 학생들도 참여하는 등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 광주 소식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시위운동은 목포와 나주 등 인접 지역으로 퍼져갔고, 12월과 이듬해 1월에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로 확산됐다.

지난해 열린 제89회 학생독립운동 기념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묵념하고 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3·1운동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벌어진 항일운동이다.

이를 계기로 1930년대 초반 노동자와 농민 등 국민 각계각층이 일제의 폭압적인 지배에 맞선 저항운동의 구심점이 됐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이후 45년 광복때까지 일제 치하에서 신음하는 우리 국민들이 독립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자양분이 됐다.

◆'독립에서 평화로- 평화, 교류로 열다'

광주에서는 학생독립운동 90주년을 맞아 전국 학생대표와 해외학생들이 광주를 찾는다.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학생독립운동 90주년을 기념해 오는 11월2일과 3일 이틀 동안 전국 17개 시·도 학생대표와 해외학생 등 360여 명이 광주를 방문, 전국 청년학생 문화예술 축전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번 축전은 학생독립운동 90주년을 기념하고 학생독립운동 전국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독립에서 평화로- 평화, 교류로 열다'를 주제로 학생독립운동을 통해 전국 시·도 학생대표들이 만남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축제의 장이 마련된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 참배를 비롯해 청소년 독립페스티벌, 방송사 연계 문화예술 공연, 90주년 정부기념식 행사 참석 등으로 진행된다.

또 학생대표단은 당시 참여학교인 광주일고와 전남여고를 방문, 학생기념탑과 여학도기념비 참배 등 학교역사관을 둘러볼 예정이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은 지난달 30일까지 시·도교육청별 학생 20명 안팎과 인솔교사 1~2명을 추천받아 전국 학생대표 방문단 명단을 확정하고 행사 준비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행사는 교육부가 주최하고 광주시교육청과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이 주관한다.

◆인식 부족…'살아 숨쉬는 역사' 만들어야

이처럼 정부 차원의 관심과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음에도 젊은 세대들의 광주학생독립운동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은 지난 5∼8월 초등 6학년, 중학교 2학년, 고교 1학년 등 광주 학생 3천9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9.2%만이 기념일을 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일은 11월 3일인데도 지난해부터 정부 기념식으로 격상해 치러진다는 사실을 아는 학생도 24.4%에 불과했다.

학생독립운동의 발단은 68.8%가 알고 있다고 대답했지만, 광주에서 조직적으로 학생독립운동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대한 인지도는 45.4%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다만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활동이 우리나라 역사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에 대해 85.9%가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이번 역사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광주형 자유학년제와 연계한 교육과정에서 실질적 역사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광주학생독립운동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발생 배경이나 전국 및 해외로의 확산 시발점 등 학생들의 운동 자체의 의미와 이해, 인식이 낮아 이에 대한 교육 현장에서의 계기수업 강화도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관계자는 "학생독립운동 역사인식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거시적인 준비와 관련 교육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SNS 응모 이벤트와 역사 골든벨, 기념식 기간 페스티벌 등 학생 참여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생독립운동연구소 설립과 관련사 자료정리, 학생독립운동 정신계승 민관협의회 운영 활성화, 기념관 전시시설 재구성을 위한 리모델링 공사를 추진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 기념행사 격상…역사적 계승 절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3·8민주의거 기념일을 시작으로, 2·28 민주운동 기념일, 동학농민운동 기념일 등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바 있다. 앞서 11·3 학생독립운동 기념일의 경우 국가기념일 제정에 따라 정부 기념행사로 격상되기도 했다.

1929년 광주에서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전국적으로 194개 학교, 5만4천여명의 학생이 참여한 항일운동인 11·3 학생독립운동은 3·1운동, 6·10만세운동과 함께 일제강점기 3대 독립운동으로 꼽힌다.

그동안 지방교육청이 기념식을 주관해 소규모 행사만 열렸으나, 지난해 정부기념행사로 격상되면서 국가보훈처·교육부가 공동으로 기념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점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학생독립운동이 광주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돼 범국민적 항일운동이라는 점과 그 여운과 영향이 차후 일제에 대한 독립운동 지속과 민족의 단합을 이끌어낸 기폭제가 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정부 차원의 국가기념일 위상에 걸맞는 역사적 계승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따라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적절한 역사적 자리매김을 위해서는 교육현장에서의 프로그램 강화와 다양한 계승사업 추진 등 운동의 전국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은 광주만의 역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전국적이고 범국민적인 운동"이라며 "이같은 운동의 의미와 가치에 걸맞는 역사적 예우와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최민석기자 cms20@srb.co.kr·이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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