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행간 읽어야하는 부끄러운 21세기

입력 2019.10.07. 12:49 수정 2019.10.07. 18:29 댓글 0개
조덕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주필

노무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이, 노 전 대통령이 생각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뇌물로 고급 시계를 받았다가 검찰수사가 진행되자 논두렁에 버렸다는 논두렁 시계사건. 검찰에서 흘러나온 것을 도하 신문방송이 '알려졌다'는 방패에 숨어 받아쓰기 바빴다. 당시 집권세력이 국정원과 검찰을 동원한 조작사건으로 드러났지만 노 전대통령은 시정잡배 수준으로 전락했고 조롱거리가 됐다.

요즘 검찰과 언론의 행태가 아슬아슬하다.

법무장관 하나 잡자고 그 부인과 형제들은 물론 자식들까지 잡아들여 족치는 모양새다. '이래도 안내려올래?'

당최 불가사의한 일이다. '논두렁 시계' 사건 이야 부정한 정권이 권력기관을 악용한 사례다. 이번엔 집권세력이 임명한 검찰이 칼춤을 추는 형국이다. 부화뇌동하는 야당과 일부 부자언론이 행동대원으로 나선 모양새다. 불과 얼마전 한 존재를 무참히 지상에서 내몰고도 같은 짓이다. 과거의 달콤한, 악마의 유혹을 당최 못벗어나나보다.

보다 못한 촛불국민이 나섰다. 검찰이 전혀 예상치 못했을 거다.

6차에 이르는 동안 이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던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는 7차에 백만을 넘어섰다. 부자 언론은 애써 무시하며 진영논리로 폄훼했다. 검찰은 움찔한 모양이다. 표창장이라는 사문서 위조 혐의로 정경심교수를 공개소환-포토라인에 세워 망신 주는거다-하겠다더니 비공개로 전환했다. 향후 공개소환도 않겠단다. 언필칭 포청천의 기준 추악하다. 공문서를 위조한 검사는 수사를 미적거리며 사문서 위조한 개인에게는 특수부를 동원 하고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공언했었다.

과거 관제데모의 달콤함을 잊지못한 자한당은 뒤질세라 대규모 세를 과시하고 나선다. 언론의 마성 드러난다. 촛불집회는 진영대결로 몰아붙이고 자한당 집회에는 국민의 목소리로 치켜세운다. 8차 촛불집회가 열리자, 집회의 성격이나 주장을 전달하지 않고 일부 반대자들을 빌어 서초동이 두동강 났느니, 세대결이니 하며 논점을 흐린다. 이들 기사만 보면 양쪽 입장이 팽팽한 양상이다. 허나 시민들의 숫자가 백만을 넘어서며 비교가 안되자 슬그머니 메인뉴스에서 내린다. 전형적인 물타기다.

이들의 기사로 사실 혹은 진실을 알기위해서는 엄청난 독해력과 해석이 필요하다.

희안한 일이다. 1980년대 전두환 군부독재정권 시절에도 독해와 해석이 필요했다.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기사에 숨어있는 뜻을 찾아야 했다. 군부 검열을 피해 행간에 담아둔 기사의 진실은 뜨거운 연대의 마음을 주기도 했다.

언론상황 역시 검찰정국처럼 역전된다. 이제는 언론이 오도하거나 폄훼한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행간을 뒤져야한다.

이 정도면 트럼프가 전가의 보도로 쓰는 '가짜뉴스' 전략에 다름 아니다. 트럼프의 힘을 배경으로 일부에선 거짓이 진짜가 된다. 서울 부자언론들에게 트럼프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치욕스러운건 이들의 거짓 나팔에 누군가 심장이 찢겨 쓰러져도 어찌 해볼도리가 없다는 거다. 과거 전두환을 세기의 인물로 칭송하던 그 입으로 정의를 논하다니. 성형이나 하고 나타나지.

다시, 보다 못한 촛불국민들이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자 이번에는 촛불 국민을 물어뜯는다. 관제데모라고. 서산대사의 말씀이 떠오른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조덕진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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