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교회세습

입력 2019.09.30. 19:09 수정 2019.10.01. 18:40 댓글 0개
박지경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정치부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이 최근 명성교회 부자(父子) 목사의 목회직 세습을 사실상 인정했다.

명성교회 설립자인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2021년 1월1일부터 명성교회 위임목사직을 맡을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 해당 교회 측에서는 세습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청빙( 請聘 ) 목사'로 칭하고 있으나 일반 사회의 시각에서 세습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서울에 있는 명성교회는 1980년 김삼환 목사가 세웠다. 등록 교인이 10만명이나 된다.

사실, 교회 세습이 비단 명성교회 만의 일은 아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3월12일∼2017년 11월10일 교회 세습과 관련한 제보를 접수한 결과, 전국에 있는 교회 143곳에서 교회 세습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교회 세습의 방법으로는 우선 부모가 자녀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이른바 '직계 세습'이 이뤄진 경우가 가장 많다. 또 교회 설립자이자 목사인 부모가 목사 자녀에게 교회를 곧바로 물려주는 대신 먼저 독립시켜 교회를 세우게 한 뒤 몇년 뒤 교회 간 합병으로 세습을 하는 변칙세습도 있다. 아울러 규모가 비슷한 교회 2곳의 담임목사 2명이 각각 상대편 목사 자녀를 차기 담임목사로 데려오는 '교차세습'도 있다.

교회를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이처럼 애를 쓴다고 하니 각종 탈·불법이 만연한 한국 재벌그룹의 승계작업이 연상된다. 애초에 교회를 만인이 기도하는 곳으로 보지않고 담임목사 개인의 사유재산처럼 여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최근에는 기업체마저 혈연승계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회 전체에는 혈연과 지연 등 연고를 떠나 능력과 자질을 우선시하는 관행을 만들어가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그런데 가장 성스럽고 깨끗해야 할 교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 교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한국 개신교가 도덕적 타락이 극에 달했던 중세처럼 '암흑시대'에 돌입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이래서야 어떻게 사회를 정화하는 영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겠는가. 부디 성직자의 본분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박지경 정치부장jkpark@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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