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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유튜브에 빠진 대한민국
입력 2019.09.27. 10:52 수정 2019.09.29. 13:45 댓글 0개대한민국이 온통 유튜브(You Tube)에 빠져있다. 유튜브가 여론을 만들고 그 여론에 따라 세상이 움직인다.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견해로 둔갑하기도 하고, 그럴듯하게 포장한 허위 사실을 하루 아침에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 전 국민을 속이기도 한다. 나중에 가짜뉴스임이 밝혀져도 아무런 제재나 불이익도 받지않고 반복적으로 유사한 거짓 소문을 퍼뜨리는 유튜버가 강력한 영향력을 인정받는 이른바 크리에이터(creater)가 되고 인풀루언서(influencer)가 되는 세상이다. 유튜버 세계의 큰 손들인 이들이 사실상 우리 사회의 여론과 이슈를 선도하는 여론지배자가 되고 있다. 동영상을 통한 서비스가 유튜브의 기본 속성이기 때문에 파급력과 영향력이 다른 매체에 비해 훨씬 크고 직접적이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파워 크리에이터가 생산하는 유튜브에 한번 잘못 등장했다가 아예 매장 수준의 사회적 공격을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유튜브라는 강력한 채널을 통해 하루 아침에 전국적 명성을 얻는 인사도 있다.
유튜브는 사용자가 동영상을 자유롭게 업로드 및 시청할 수 있는 구글의 콘텐츠 호스팅 웹사이트로 사용자를 가리키는 '유'(You)와 동영상을 지칭하는 '튜브'(Tube)의 합성어이다. 유튜브는 Broadcasting Yourself!(당신 자신을 방송하세요!)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 2005년 11월 공식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후 2006년 구글이 인수한 전 세계 최대 무료 동영상 공유 사이트로 개인이 제작한 비디오 영상을 비롯한 영화와 텔레비전 클립, 뮤직 비디오 등이 주요 콘텐츠이다. 한국어 서비스는 2008년 1월 23일 시작했는데 전문가들은 유튜브와 모회사 구글이 한국에서만 연간 5조원 가량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한다. 동영상을 업로드하여 사람들이 시청하게 되면 여기에 광고를 붙여 수익을 얻는 구조이다. 영상의 길이와 독자수에 따라 광고 수익은 차이가 있지만 유튜버가 55%, 유튜브 측이 45%로 지분이 구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 직업 순위에 유튜버가 지속적으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유튜버의 인기와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유튜브는 동영상 콘텐츠 제작과 유통은 물론이고 정치의 근간을 이루는 각종 선거 문화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유튜브에 실린 동영상이 이메일이나 전단지에 의존하던 기존 선거전의 양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대표적으로 소셜미디어 대통령으로 불리웠던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 북 등 동영상 플랫폼과 SNS를 잘 활용해 대통령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 미 대선 직전 버락오바마닷컴 유튜브 채널은 2천만 건 이상의 조회를 기록했지만 당시 경쟁자인 공화당 후보 존매케인닷컴 채널은 겨우 2백만 건을 넘어선 수준이었다. 이는 매케인 지지자들의 연령이 오바마 지지자들보다 높아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 이용이 서툴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바마 관련 영상물이 미국 전역에서 선풍적인 정치적 바람을 일으킨 것은 분명했다. 이런 유튜브를 이용하는 정치인들의 선거전은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는 정치인이 거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듯 가공할 만한 위력을 지닌 유튜브를 질서있고 품격있게 이용할 만한 생산 및 소비 문화가 아직 미비하다는 점이다.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무료 사이트라는 점 때문에 생산에 참여한 사람들이나 업로드하는 콘텐츠를 질서있게 걸러낼 수 있는 장치나 제도가 거의 없다. 모두 유튜버 스스로의 사회적 책임 의식과 자기 통제력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욕설이 난무하고 근거없는 비방이나 일방적인 자기 주장이 넘쳐나는 그야말로 저속하고 천박한 유튜브 채널이 범람하는 이유이다. 오로지 클릭수 늘리기에만 혈안이 된 일부 유튜버들이 건강하고 깨끗한 유튜브 채널의 진입과 정착을 원천적으로 가로막아 우리사회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한 공론장을 오염시키고 있다. 여기에다가 망국적인 진영 논리에 편승한 일부 사이비 정치평론가들과 출연자들이 가세해서 극단적인 편가르기식 정치논리와 막말로 이용자들의 정상적인 정보 소비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몰아 분노를 유발하는 반사회적 유튜버들을 추방하기 위해서라도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바르게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세상이다.
- <기고>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나는 파리 19구에 산다. 서민 동네이자 치안이 나쁘기로 소문난 구역이라 한국인은 거의 만나기 어렵다. 옆방 이웃은 난민 출신이다. 우리는 파리 주민이자 이방인이다. 남의 나라에서 남루하게 살아가는 처지라 생활이 풍족하지는 않다. 대신에 1980년대 한국 달동네에서 있었을 법한 일화가 가끔 일어난다. 어느 방에서 아이가 너무 울면 문을 열어 남의 아이를 안고 달래준 달지, 이 빠진 접시에 음식을 담아 맛보라고 가져다준달지….벽은 소음에 취약해 옆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상히 알려준다. 이웃으로 살면서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소리로 확인한다. 옆방에서는 아프리카 노래가 자주 흘러나온다. 엄마는 아이에게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밝은 리듬에 콩룩콩탁 거리는 발음이 사랑스러운 노래다. 내용을 알 수 없지만 밝고 흥겹다. 때로는 이 귀여운 노래 위에 시름이 느껴질 때도 있다.낯선 리듬과 노랫말을 가만히 듣고 있자면 새댁의 하루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옆방에서는 나의 한국어를 꽤나 들었을 것이다. 내가 일 때문에 지방에 며칠 다녀왔을땐 내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며 새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한 적도 있다.옆방 새댁이 어떤 경로로 파리에 오게 됐는지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아이를 데리고 미장원으로 출근한다는 정도만 안다.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옆방 모자를 만났다. 넓은 천을 이렇게 저렇게 꼬아 머리에 두르고 아프리카 스타일 프린트가 화려한 외투로 한껏 차려입었다. 예쁘다. 지하철 의자에 나란히 앉은 모자를 맞은편에 앉은 내가 핸드폰으로 찍는다. 엄마 등에 업혀 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칭얼대던 아기는 어느덧 엄마에게 프랑스어로 떼를 쓸 정도로 컸다.일하러 가느냐고 그녀가 내게 묻는다. 지하철 창문 쪽으로 유리 닦는 시늉을 하며 청소라고 프랑스어로 발음한다. 나는 요즘 청소 일을 한다."이브람 엄마도 일하러 가요? 미장원이 어디에 있어요?" "아뇨, 오늘 일 안 해요. 그런데... 20유로... 있어요? 20유로만 빌려줄 수 있어요?"돈 빌려달라는 말에 머릿속이 순간 복잡해진다. 20유로면 3만 원정도 된다. 지갑 속에는 꼬깃꼬깃한 5유로짜리 지폐와 동전이 들었다. 주로 카드를 사용하니 현금 가지고 다니는 일이 드물다. 잠깐 고민 후 돈이 없다고 대답한다. 새댁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표정에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해 미안할 지경이다."이브람 엄마, 집에 지갑 놓고 나왔어요?" "미장원 일 못한 지 한 달도 넘었어요. 체류증이 끝나서 일 못해요. 먹을 게 없어요. 파리에 친구가 없어요."난민 체류자격 기한이 끝나 미장원에서 해고된 모양이다. 프랑스에서 체류증 없이 노동하는 건 불법이다. 두 모자가 지하철에서 내린다. 엄마에게 잡히지 않은 손을 연신 흔들며 아이가 떠나는 내게 인사한다. 옆방에 사는데 밖에서 만나니 새삼 반가운 모양이다. 아이의 작고 까만 손을 바라보며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유튜브 아카이브에서 1980년 어느 날의 '이종환의 디스크쇼' 오프닝이 들린다. 해외에서 생활하다가 이따금 향수병에 시달릴 때 한국 라디오가 위안이 돼준다.성북구 종암동 이창수 씨의 엽서입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열망하는 나의 사랑을 믿으십시오…. 어느 청취자의 절절한 사랑고백이다. 1980년 이창수 씨는 그녀에게 구애하며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를 신청했다. "당신이 지쳐 작게 느껴질 때 두 눈에 눈물 고일 때 내가 눈물을 닦아드릴게요. 당신이 잘 지내지 못하고 당신이 길에서 떠돌 때 나는 당신의 편이에요. 외로운 당신을 위해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당신을 지켜줄게요…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창수 씨는 사랑을 이루었을까. 험한 세상에서 그녀를 위해 다리가 되어주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준 적 있는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인다.지하철에서 찍은 사진을 새댁에게 전송한다. 사진 속에서 아이가 손가락으로 V를 그려 보이고, 엄마는 공작새처럼 화사하게 웃고 있다. "메르시 마마"라고 답장이 온다. 신혜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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