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자가당착

입력 2019.09.25. 18:14 수정 2019.09.25. 18:14 댓글 0개
김옥경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

"수미산은 높디높아 봉우리도 보이지 않고/바닷물은 기어 바닥에 닿지도 않네/흙을 뒤집고 먼지를 털어도 찾을 수 없으니/머리 돌려 부딪치니 바로 자신이로구나"

'선림유취 간경문'에 실린 남당정의 시다.

이 시는 본래 불가에서 자기 자신 속에 있는 불성을 깨닫지 못하고 외부에 허황된 목표를 만들어 헤매는 것을 경계하는데 쓰인 말이었다. 하지만 후대에 뜻이 확대돼 자기가 한 말과 행동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

그럴듯한 이름을 세워 진리를 찾는다고 하지만 결국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피해만 자초했다고 탄식하는 상황을 비유한 것이다. 지식의 유희에 빠져 함부로 사실을 합리화하는 어리석은 실수에 대한 '경구(警句)'라 할 만 하다.

유사한 고사성어로 자승자박, 이율배반, 자강불식, 아전인수, 후안무치, 어불성설, 견강부회, 표리부동 등이 있다. 최근에는 사자성어도 아니고 속담도 아닌 정치판에서 거론되는 명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까지 다양하다. 각기 어원은 다르지만 뜻이 같은 고사성어가 유독 많은 것은 우리 주변에 말과 행동 등 앞뒤가 다른 상황과 인물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조국 장관과 그 일가 등에 대한 사태만 봐도 그렇다.

물론 해당 사건들은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현재 어느 것 하나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개개인의 능력은 차이가 있다. 여기에 나고자란 환경과 교육, 사회 환경 등에 따라 유아기부터 형성된 개개인의 인성과 가치관은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객관적인 기준이라는 것이 있다. 통념이다. 그리고 그것은 빈부의 격차나 권력의 유무 등으로 절대 바뀌어서는 안된다. 공정한 사회라면 말이다. 법 테두리안에 있다고 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권력과 재력,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하는 모든 부정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비단 헤드라인 뉴스에 매일 오르내리는 조국 장관만의 일이 아니다. 자기 자신의 개인적 이익과 안위, 자리보전을 위해 그때그때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제는 좀 없어져야 되지 않겠나. 한심한 오늘이다. 김옥경 문화체육부 부장 okkim@srb.co.kr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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