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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美자율주행 합작법인 설립 배경은?

입력 2019.09.23. 18:11 댓글 0개
글로벌 자율주행 추격자 탈피해 기술선도 개척자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최상위권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미국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업체 '앱티브'와 합작법인(JV)을 설립, 자율주행 기술력의 '퀀텀 점프'(대약진)를 노린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취임 후 미래 '게임 체인저'로 거듭나기 위한 과감한 행보를 이어온 현대차그룹이 이번 신설법인 설립 결정으로 완전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중요한 퍼즐을 맞췄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과 미국 앱티브사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양사 주요 경영진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합작법인은 이르면 내년 중 미국 보스턴에 설립되며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총 40억 달러 가치의 합작법인 지분 50%를 동일하게 갖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현금 16억 달러(한화 약 1조9100억원)와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연구개발 역량·지적재산권 등 20억 달러(한화 약 2조3900억원) 규모를 출자하며,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 700여명에 달하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인력 등을 출자한다. 합작법인은 2022년까지 완성차 업체 및 로보택시 사업자 등에 공급할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번 협력은 인류의 삶과 경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함께 전진해나가는 중대한 여정이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 분야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와 현대차그룹의 역량이 결합된다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로 글로벌 자율주행 분야의 추격자를 벗어나 기술선도 개척자로 자리매김하는 지름길을 걷게 됐다.

단순 협업수준을 넘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 공동 개발을 하는 최적의 '정공법'을 통해 조기에 자율주행 기술을 선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자율주행은 커넥티비티(연결성), 자율주행, 서비스, 전동화 등으로 대표되는 자동차 산업의 급속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최고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차량공유 등 서비스 분야에서도 자율주행 기술과 연계한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기대된다.

궁극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도시 전체 공유차량에 적용되는 단계까지 발전하게 되면 완벽한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는 '공유기반의 자율주행차'(AV TaaS) 시대가 열리게 될 전망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은 ▲인지 ▲판단 ▲제어 등 세 부분다. 세 가지 과정이 원활하게 수행되기 위해서는 각종 하드웨어와 연계해 통합 제어할 수 있는 '엔드투엔드(End-to-End)'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도 자율주행 기술의 복잡성과 고난이도를 고려할 때 다양한 정보와 부품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탄탄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자율주행 경쟁력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구글 등 IT 기업들이 자율주행 개발에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도 이들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일반적으로 자율주행 전문 IT기업을 완전 인수하거나 소수 지분 확보를 통해 이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완전 인수의 경우 타 업체에 대한 기술 폐쇄성으로 인해 호환성이 부족할 수 있으며, 소수 지분 확보의 경우 핵심기술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현대차는 소프트웨어업체로부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단순 공급받을 경우 근본적인 자율주행 솔루션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자율주행 개발 경쟁은 누가 우군을 더 많이 확보해 다양한 환경에서 더 많은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핵심 관건"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신설법인과의 우선적 협력을 통해 현대·기아차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더욱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동의 자유'를 가속화하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율주행차 개발 역량 확보에 적극 나서왔다.

2017년 CES에서는 아이오닉 기반의 자율주행차가 라스베이거스 도심 주야 자율주행 시연에 성공하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 2월에는 넥쏘와 제네시스 G80에 자율주행 4단계 수준의 기술들을 탑재, 서울-평창 간 190km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또 화물 운송용 대형 트레일러로 의왕-인천간 약 40km 구간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앱티브와 자율주행 전문 JV 설립 이후에도 기존에 협업하고 있는 글로벌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지속 유지하는 등 글로벌 기술 변화 트렌드에 공격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는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기반 통합 제어기와 센서 개발을 위해 미국 인텔 및 엔비디아와 협력하는 한편, 중국의 바이두가 주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고성능 레이더(Radar) 전문 개발 미국 스타트업 '메타웨이브', 이스라엘의 라이다(Ridar) 전문 개발 스타트업 '옵시스', 미국의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등에 전략투자하고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미래 모빌리티 연구기관인 ACM의 창립 멤버로, ACM이 추진 중인 첨단 테스트 베드 건립에 500만 달러(약 56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자율주행기술 전문 기업 '오로라'에 전략투자하고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현대모비스가 러시아 최대 IT기업 얀덱스와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 플랫폼을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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