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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호박 농가 침수' 태풍에 주저앉은 농심

입력 2019.09.23. 16:02 댓글 0개
하우스 호박 3200주 뿌리까지 잠겨 생계 직격탄 '울상'
"농업용수 배수로 개선 시급"…농어촌공사 "확장 방침"
【나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제17호 태풍 타파(TAPAH)가 휩쓸고 지나간 다음 날인 23일 전남 나주시 노안면 한 하우스 호박 농가에 물이 차 있다. 2019.09.23. 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불과 몇 시간 만에 잠겨브렀어. 속만 썩어 문드러지제."

제17호 태풍 타파(TAPAH)가 휩쓸고 지나간 23일 전남 나주시 노안면 애호박(풋호박) 비닐하우스 재배단지.

고모(68)씨·정모(63·여)씨 부부는 한숨을 내쉬며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날 폭우로 옆 미나리 농가에서 물이 넘치면서 0.3㏊ 규모 하우스 안 고랑 곳곳이 물바다로 변했다. 마치 밭이 아닌 논 같았다.

부부는 전날 오전부터 배수펌프기 3개를 가동했지만, 호박이 잠기는 것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호박 뿌리·줄기는 흙탕물에 뒤범벅됐다. 비교적 물에 덜 잠긴 도랑은 장화 자국에 움푹움푹 패어 있었다.

진흙 묻은 호박과 호박잎은 축 늘어진 채 하우스 바닥에 나뒹굴었다.

부부는 "호박 3200주 뿌리까지 물이 차 폐기할 수밖에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두 달 전 심어 첫 재배 한 달을 앞두고 본 피해였다.

광주에서 30년간 농사일을 하다 나주로 농경지를 옮긴 지난 2017년에도 태풍에 따른 침수 피해를 당한 터라 상실감은 더 커 보였다.

하우스 호박 생육·재배 여건상 7~9월에 파종하고 이듬해 초여름까지 경작을 이어가지만 수확 자체를 못 하게 됐다.

부부는 "내년까지 줄기를 계속 내리면서 열매를 수확해야 하는데, (침수 피해로)성장 자체가 불가능하다. 폐기·퇴비·모종 작업에도 수 백만원이 들어간다. 빚만 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이어 "오전에 육묘상에 다녀왔는데, 모종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나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제17호 태풍 타파(TAPAH)가 휩쓸고 지나간 다음 날인 23일 전남 나주시 노안면 한 하우스 호박 농가에 물이 차 있다. 2019.09.23. sdhdream@newsis.com

농어촌공사가 '하우스 농가 주변 농수로 관리를 소홀히 해 침수 피해를 초래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농업용수 배수·용수로 폭이 좁고 다른 농가의 특정 구조물로 유속이 정체돼 개선을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농어촌공사 나주지사 관계자는 "하천 쪽으로 물이 흐르는 점 등을 고려해 해당 농수로 구간 단면을 확장 공사할 계획이다. 현장 조사를 통해 구조적으로 침수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지 세심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태풍 '타파' 영향으로 전남에선 나주·신안·해남·진도·목포 등 농경지 496㏊가 침수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sdhdream@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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