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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트럼프 만나 북미 비핵화 협상 '새 계산법' 조율

입력 2019.09.23. 10:58 댓글 0개
미국 '빅딜'과 북한 '스몰딜' 중재할 외교적 공간 열려
'제재 완화'보다는 '체제 안전 보장' 논의할 가능성 높아
종전선언, 평화협정, 전략자산 전개 축소 논의 가능성
"비핵화 로드맵 만드는 게 최대 과제"…美 호응이 관건
【성남=뉴시스】전신 기자 = 유엔총회 참석과 한·미 정상회담 등을 위해 미국 뉴욕을 3박5일 일정으로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2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 탑승 전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9.09.22. photo1006@newsis.com

【뉴욕=뉴시스】안호균 기자 =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 촉진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미 양측의 비핵화 '계산법' 조율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오는 23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한국 시간으로는 24일 오전 열린다. 이번 뉴욕 방문이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를 앞두고 전격 결정된 만큼 문 대통령은 상당한 거리를 나타냈던 북미 양측의 비핵화 계산법을 맞추는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 열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미는 비핵화에 대한 인식차를 여실히 드러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로 제재 해제를 약속받길 원했다. 하지만 미국이 영변+α를 요구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 미국은 일괄타결 방식의 '빅딜' 방침을 고수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마쳐야 제재 해제나 체제 안전 보장이 뒤따를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여러 단계로 나눠 이행하는 '스몰딜' 해법을 내세우면서 미국이 계산법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양측의 입장이 계속 평행선을 그려온 이유다.

하지만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前)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경질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향적인 태도로 전환하면서 대화의 여지가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전 보좌관이 '선(先) 핵포기-후(後) 보상'의 리비아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려 한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방법'을 찾겠다고 언급했고, 이에 대해 북한은 환영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이에 북미 비핵화 대화의 중재자 또는 촉진자 역할을 자처해 왔던 문 대통령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초 문 대통령은 북미가 전체적인 로드맵에 합의하고 이행은 2~3 단계로 나눠서 하는 중재안을 구상했지만, 양측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하지만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이 가시화되면서 문 대통령이 양측 입장을 조율할 외교적 공간이 열렸다.

【뉴욕(미국)=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롯데뉴욕팰리스호텔 허버드룸에서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8.09.29.pak7130@newsis.com

아직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문 대통령은 먼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비핵화 방안을 조율할 예정이다. 북한이 하노이 '노딜' 이후 비핵화 대가로 제재 완화보다는 체제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2일 미국 뉴욕 쉐라톤 타임스 스퀘어호텔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금 북한이 하노이 이후에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며 "그래서 안전 보장에 대한 북한의 구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예측을 하고, 북한 발언이 어떤 함의가 있는지 (한미) 공조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 방안이 논의될 경우 종전 선언, 평화 협정 등이 논의될 수 있다. 또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미군 전략자산 전개 축소, 한미 군사 훈련 중단 등의 카드가 제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문 대통령이 이번 방미 기간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을 위한 제3의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제재 해제 카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북한이 표면적으로 제재 해제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해도 진의는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 대신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을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미국에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강 장관은 "안전 보장의 문제나 제재 해제 문제 등 모든 것을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한다는 미 측의 기본 입장을 같이 공유하면서 협상이 만약 시작이 됐을 때 어떤 결과를 향해서 나갈 것인지 공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괄타결식 '빅딜' 입장을 고수해 온 미국을 설득해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단계별로 교환하는 그림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선 비핵화-후 보상'의 해결 방식은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뉴욕=뉴시스】전신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뉴욕 쉐라톤 뉴욕 타임스 스퀘어 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 유엔 총회 참석 의의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19.09.23. photo1006@newsis.com

정부는 북미 양측이 전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그려놓고 순서대로 이행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 때 단계별로 양측이 내놓을 카드를 맞추는 것이 북미 협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비핵화의 정의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 상의 정의가 있고, 미국이 말하는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가 있고, 우리의 완전한 비핵화가 있다"며 "그리고 그 목표에 대한 정의는 같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거기까지 어떻게 갈 것이냐, 그 로드맵을 어떻게 그릴 것이냐에 대한 이견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미) 실무 협상에서 로드맵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부연했다.

미국 측에서도 이전보다 유연한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국경을 방문한 자리에서 "볼턴 전 보좌관은 자신들이 과거에 얼마나 나쁜 방식으로 일해 왔는지 꼭 봐야 한다"며 "아마도 '(리비아 모델이 아닌) 새로운 방법(new method)'이 아주 좋을지 모른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나 비핵화 최종 단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앞으로 나아가면 미국도 동시에 그럴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북한이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의 첫 단계는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ahk@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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