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저출산 0명 시대, 해법은?

입력 2019.09.23. 10:38 수정 2019.09.23. 10:47 댓글 0개
박인철 경제인의창 광주신세계 관리이사

지난주에 합계출산율이 발표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기가 32만명대로 줄어들면서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저인 0.98명으로 떨어졌다. 2018년 광주의 합계출산율은 0.97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7년 1.05명 대비 0.08명 출생아 수 역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역대 정부가 수많은 예산을 쏟아 붇고 있지만 저출산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더 심화되고 있다. 어떤 정책보다도 일하면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워라밸' 문화가 사회 전반에 정착되어야 한다. 각국의 출산율이 반등한 시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유럽에서 워크라이프 밸런스 지수 1위인 나라가 독일과 네덜란드이다. 이들 나라들은 '워라벨'을 위한 시스템, 제도, 인식이 모두 잘 갖춰져 있다. 마침 '네덜란드의 워라밸을 배우다'는 제목으로 현대경제연구소에서 제작한 영상을 보게 됐다. 실제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 그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얘기들을 깊은 인터뷰로 풀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서두에서 '가족과 일 둘 중 하나를 택한다면?' 이라는 질문에 네덜란드 시민들은 공통적으로 세상에서 가족만큼 중요한건 없다. 우리 삶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게 가족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에는 일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조금씩 줄이고 있다. 왜냐하면 가족과의 시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사고 휴가를 가기 위해 돈은 필요하다. 하지만 의미 있는 시간은 가족이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일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한 가족은 평생 함께이지만 일은 일시적인 것이라는 반응과 대답이었다. 일을 하게 되면 계속해서 변하는 환경 속에서 견뎌야 하는데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나 변하는 환경들을 꿋꿋이 견디게 해주는 변하지 않는 가정이라는 게 있구나. 그들에게 가정은 그런 의미였다.

첫 번째 심화 인터뷰로 소개되는 에버트는 UX디자이너다. 잠을 못잘 만큼 가장 바쁜 직업군에 속한다. 그런 와중에도 일주일에 몇 번씩 주말에 꼭 시간을 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고 관련된 공부도 한다. 시간은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지 시간이 없어서 좋아하는 일을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매주 많은 일들이 있지만 주중 저녁에는 가급적 집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저녁 식사 같은 일상적인 것들이다. 저녁 6시에 식사를 같이하고 아들을 재우고, 목욕을 시키고,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장난감으로 같이 놀아주고, 날씨가 좋으면 밖에서 축구도 같이 한다. 네덜란드의 좋은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9시부터 5시까지 일한다는 것이다. 할 일을 마치면 집에 돌아가서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 가족이란 한사람이 열매를 맺고 나뭇잎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뿌리 같은 존재, 늘 정신적으로 든든하게 지켜주는 존재라는 걸 에버트의 말과 행동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스타트업 기업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마크라는 네덜란드 청년은 아버지가 시한부라는 얘기를 듣고 아버지가 생을 마감하기 전에라도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 네덜란드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한국 기업의 네덜란드 지점에서 취업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업무 조건 중에 네덜란드의 다른 도시로 거주지를 옮기는 게 있어 거절했다. 마크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한국에서 네덜란드로 돌아온 이유가 없어지는 거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말한다. 좋을 때든 힘들 때든 가족이 가장 중요해요 라는 대답에서 진한 가족애와 함께 부모들의 가정교육의 힘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했다.

네덜란드에선 가족이 먼저다. 네덜란드에서는 일주일에 36시간을 일하는 데 그거로도 이미 충분하다는 거다. 돈을 벌기 위해서 그 이상을 일한다는 건 불필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가족이란 함께 같은 공간 안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것 어쩌면 그게 가족들에 가장 큰 선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워라밸'이란 우리 정서의 근간이 되는 가족과 가정이 튼튼하게 안정돼 있어야 되고 그것을 위한 시간들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라는 걸 알려 줬다. 일과 가정이 양립되는 '워라밸'이 사회 전반의 문화와 의식으로 뿌리 내리지 않고는 인구절벽 문제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네덜란드에 '워라밸'이 잘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굉장히 거창한 지원이 있어서가 아니고 그들이 일하는 데 있어서 개인과 가정의 가치를 중요시하고 구체적인 삶의 우선순위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글을 쓰면서 평생을 함께하는 가족, 나는 가족에게 소홀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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