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톱 작가 김윤신 "이런 순간 상상도 못해···나를 완전히 미술로 내놓겠다"[2024베니스비엔날레]뉴시스
- 제주, 맑고 낮 최고 19~22도···대기질 '나쁨'뉴시스
- "복지부, 전공의 해외수련추천서 거부" 논란···법정으로?뉴시스
- [오늘의 주요일정]정치(4월18일 목요일)뉴시스
- '경찰국 반대 집단행동' 류삼영···정직 취소 소송 선고뉴시스
- [22대 국회 정치신인]⑨여 신동욱 "민심 제대로 반영해야···선거제·전대 룰 개정"뉴시스
- 대구·경북, 맑고 큰 일교차···"일부 지역 황사 영향"뉴시스
- [오늘의 주요일정]금융·증권(4월18일 목요일)뉴시스
- 경기남부, 낮 기온 5월 하순 수준까지 올라···"일교차 주의"뉴시스
- [경기도 덮친 불법체류자 어쩌나②]불법체류 40만 명···코로나 이후 다시 급증뉴시스
<칼럼> 조국사태를 통해서 본 호남의 정치의식
입력 2019.09.20. 16:21 수정 2019.09.22. 13:25 댓글 0개호남에서의 조국사태에 대한 의견차는 '공정성 논리' 대 '이념적 논리'로 구별되고 있다. 청문회와 임명이후의 기간에 밝혀진 언론 및 검찰의 보도를 목도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조국임명이 민주주의의 정치철학적 근간인 '정의로서의 공정성'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부적절한 처사라는 인식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호남에서는 조국임명을 철회하게 되면 급박한 검찰개혁의 실패와 문재인정부의 레임덕을 야기하여 궁극적으로 더불어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이 위험해 질것이라는 진영논리가 훨씬 우세한 정치의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호남의 정치의식은 매우 단순한 정체성으로 사회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국이 낙마하면 문재인정부가 개혁을 못하게 되고 결국에는 진보정당의 정권연장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니, 공정성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훨씬 다급한 정권유지를 달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조국사태에 대해 호남인들은 몇 가지 중대한 의미를 놓치고 있다. 첫째는 호남사람들은 문재인정부의 개혁과정에서 '순서정하기'에서 미흡하였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즉 현 정부에 대한 무비판적인 애정은 작금의 단선적인 진영논리를 야기하는 독립변수가 아닐까? 만일 조국교수를 기어이 법무부장관에 임명하여 중차대한 검찰개혁을 완수하고자 했다면, 반드시 집권의 빠른 시기에 즉 정치적 허니문 기간에 서둘러야 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정치적 허니문의 대부분을 북핵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관계 업무에 할당하였으나, 미중 등 강대국의 비협조로 만신창이가 되고 이제 겨우 일본에 대한 반격을 통해 대외정책의 자율성을 추스르고 있다.
둘째, 민주주의 개념에 관한 논쟁을 현재의 조국사태에 적용하면 역설적으로 호남민심의 허상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이 창조한 한국인의 선택이다. 전임 박근혜정부는 형식적으로만 민주적인 정부였기에 수백만 촛불에 허물어졌다. 즉 민주주의 원칙에서 주기적인 선거와 국민들의 결사권리를 보장하는 절차적 최소의 요건은 형식적으로 지켰지만, 레빗스키와 웨이가 민주주의 3번째 원칙으로 설정한 '평평한 경기장'을 야당에게는 제공하지 않은 경쟁적 권위주의 정권에 그친 것이다. 즉 자기 진영에게만 집권당의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블랙리스트 정권이라는 반역적인 레짐특성이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켜서 탄핵정국과 새로운 정권세력의 등장이 열린 것이다. 똑같은 맥락에서 현 정부는 집권3년차에 조국사태가 변곡점으로 작용하여 민주주의의 품격 면에서 국민들로부터 부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지 않은지 수십 번 숙고해야 되지 않았을까?
심의민주주의 논쟁에서 '절차적 인식론'에 관한 여러 학자들의 주장을 복기하자면 호남은 실체가 없는 실현 불가능한 민주주의 허상을 쫓아가고 있다. 2000년도 전남대에서 개최된 '5·18 20주년 기념 국제학술행사'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동티모르 벨루신부를 비롯한 수많은 학자들이 참여하였는데, 필자가 대표 집필한 광주선언(Kwangju Declaration)이 최종회의에서 전 세계에 공표되었다. 2000년도 광주선언은 5·18정신을 인권, 대안적 민주주의, 민주시민권리, 그리고 연대의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5·18정신이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좁은 절차적 정당성을 극복하고 시민의 결사체와 민중의 권리보장이 실현되는 확대된 민주주의 이상향을 적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광주선언 공표이후 19년 동안 호남이 한국 민주주의 메카로서의 역할을 정상적으로 잘 수행하고 있었던 것일까? 주지하듯이 이 19년 동안에 호남정치는 노무현, 안철수, 그리고 문재인 파도라는 3번의 소용돌이 정치를 경험하였다. 9월 18일자 리얼미티 조사에서는 조국임명에 대한 부적절 판단비율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에 호남민심이 점진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정치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이 여러 방향에서 전개될 것이며 조국사태는 향후 국내정치에서 태풍의 눈이 될 개연성이 높다. 만일 호남이 지금처럼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진영논리에 갇힌 채 폐쇄적인 정치의식에 사로잡힌다면 한국민주화 발원지로서의 호남의 자부심은 옛적 신화로 떨어질지 모른다.
- <기고>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나는 파리 19구에 산다. 서민 동네이자 치안이 나쁘기로 소문난 구역이라 한국인은 거의 만나기 어렵다. 옆방 이웃은 난민 출신이다. 우리는 파리 주민이자 이방인이다. 남의 나라에서 남루하게 살아가는 처지라 생활이 풍족하지는 않다. 대신에 1980년대 한국 달동네에서 있었을 법한 일화가 가끔 일어난다. 어느 방에서 아이가 너무 울면 문을 열어 남의 아이를 안고 달래준 달지, 이 빠진 접시에 음식을 담아 맛보라고 가져다준달지….벽은 소음에 취약해 옆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상히 알려준다. 이웃으로 살면서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소리로 확인한다. 옆방에서는 아프리카 노래가 자주 흘러나온다. 엄마는 아이에게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밝은 리듬에 콩룩콩탁 거리는 발음이 사랑스러운 노래다. 내용을 알 수 없지만 밝고 흥겹다. 때로는 이 귀여운 노래 위에 시름이 느껴질 때도 있다.낯선 리듬과 노랫말을 가만히 듣고 있자면 새댁의 하루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옆방에서는 나의 한국어를 꽤나 들었을 것이다. 내가 일 때문에 지방에 며칠 다녀왔을땐 내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며 새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한 적도 있다.옆방 새댁이 어떤 경로로 파리에 오게 됐는지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아이를 데리고 미장원으로 출근한다는 정도만 안다.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옆방 모자를 만났다. 넓은 천을 이렇게 저렇게 꼬아 머리에 두르고 아프리카 스타일 프린트가 화려한 외투로 한껏 차려입었다. 예쁘다. 지하철 의자에 나란히 앉은 모자를 맞은편에 앉은 내가 핸드폰으로 찍는다. 엄마 등에 업혀 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칭얼대던 아기는 어느덧 엄마에게 프랑스어로 떼를 쓸 정도로 컸다.일하러 가느냐고 그녀가 내게 묻는다. 지하철 창문 쪽으로 유리 닦는 시늉을 하며 청소라고 프랑스어로 발음한다. 나는 요즘 청소 일을 한다."이브람 엄마도 일하러 가요? 미장원이 어디에 있어요?" "아뇨, 오늘 일 안 해요. 그런데... 20유로... 있어요? 20유로만 빌려줄 수 있어요?"돈 빌려달라는 말에 머릿속이 순간 복잡해진다. 20유로면 3만 원정도 된다. 지갑 속에는 꼬깃꼬깃한 5유로짜리 지폐와 동전이 들었다. 주로 카드를 사용하니 현금 가지고 다니는 일이 드물다. 잠깐 고민 후 돈이 없다고 대답한다. 새댁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표정에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해 미안할 지경이다."이브람 엄마, 집에 지갑 놓고 나왔어요?" "미장원 일 못한 지 한 달도 넘었어요. 체류증이 끝나서 일 못해요. 먹을 게 없어요. 파리에 친구가 없어요."난민 체류자격 기한이 끝나 미장원에서 해고된 모양이다. 프랑스에서 체류증 없이 노동하는 건 불법이다. 두 모자가 지하철에서 내린다. 엄마에게 잡히지 않은 손을 연신 흔들며 아이가 떠나는 내게 인사한다. 옆방에 사는데 밖에서 만나니 새삼 반가운 모양이다. 아이의 작고 까만 손을 바라보며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유튜브 아카이브에서 1980년 어느 날의 '이종환의 디스크쇼' 오프닝이 들린다. 해외에서 생활하다가 이따금 향수병에 시달릴 때 한국 라디오가 위안이 돼준다.성북구 종암동 이창수 씨의 엽서입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열망하는 나의 사랑을 믿으십시오…. 어느 청취자의 절절한 사랑고백이다. 1980년 이창수 씨는 그녀에게 구애하며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를 신청했다. "당신이 지쳐 작게 느껴질 때 두 눈에 눈물 고일 때 내가 눈물을 닦아드릴게요. 당신이 잘 지내지 못하고 당신이 길에서 떠돌 때 나는 당신의 편이에요. 외로운 당신을 위해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당신을 지켜줄게요…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창수 씨는 사랑을 이루었을까. 험한 세상에서 그녀를 위해 다리가 되어주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준 적 있는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인다.지하철에서 찍은 사진을 새댁에게 전송한다. 사진 속에서 아이가 손가락으로 V를 그려 보이고, 엄마는 공작새처럼 화사하게 웃고 있다. "메르시 마마"라고 답장이 온다. 신혜진 (소설가)
- · <기고> "AI 시대 원년, 해법은 혁신 인재 강국"
- · <칼럼> 근본적이고 획기적 저출생 대책 필요
- · <칼럼> 김대중 같은 '큰 인물'은 어디에서 나올까
- 1'광주 실종 여중생' 신상 공개···키 157..
- 2집 산 2030 절반 "70~100% 대출이나 부모 지원"..
- 3"분양가 계속 오르는데 청약은 쉽지 않고···차라리 분양권 살까..
- 4직장 선택 1순위는 연봉···축의금 적정 액수는?..
- 5[무잇슈] 광주서 실종된 10대 여중생, 경기도 이천엔 왜?..
- 6"KTX 요금 60% 할인 받고 부산 바다 여행 즐겨요"..
- 7구준엽, ♥서희원과 첫만남 사진 최초 공개 "춤췄다"..
- 8부산 시민단체, 에어부산 신임 대표 사퇴 촉구..
- 9"대출금리 내렸는데"···美국채 급등에 다시 뛰나..
- 10'저수지 추락 아내 살해' 숨진 무기수···재심서 현장 재검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