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조국사태를 통해서 본 호남의 정치의식

입력 2019.09.20. 16:21 수정 2019.09.22. 13:25 댓글 0개
윤성석 아침시평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前 참여자치21 대표

호남에서의 조국사태에 대한 의견차는 '공정성 논리' 대 '이념적 논리'로 구별되고 있다. 청문회와 임명이후의 기간에 밝혀진 언론 및 검찰의 보도를 목도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조국임명이 민주주의의 정치철학적 근간인 '정의로서의 공정성'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부적절한 처사라는 인식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호남에서는 조국임명을 철회하게 되면 급박한 검찰개혁의 실패와 문재인정부의 레임덕을 야기하여 궁극적으로 더불어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이 위험해 질것이라는 진영논리가 훨씬 우세한 정치의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호남의 정치의식은 매우 단순한 정체성으로 사회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국이 낙마하면 문재인정부가 개혁을 못하게 되고 결국에는 진보정당의 정권연장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니, 공정성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훨씬 다급한 정권유지를 달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조국사태에 대해 호남인들은 몇 가지 중대한 의미를 놓치고 있다. 첫째는 호남사람들은 문재인정부의 개혁과정에서 '순서정하기'에서 미흡하였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즉 현 정부에 대한 무비판적인 애정은 작금의 단선적인 진영논리를 야기하는 독립변수가 아닐까? 만일 조국교수를 기어이 법무부장관에 임명하여 중차대한 검찰개혁을 완수하고자 했다면, 반드시 집권의 빠른 시기에 즉 정치적 허니문 기간에 서둘러야 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정치적 허니문의 대부분을 북핵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관계 업무에 할당하였으나, 미중 등 강대국의 비협조로 만신창이가 되고 이제 겨우 일본에 대한 반격을 통해 대외정책의 자율성을 추스르고 있다.

둘째, 민주주의 개념에 관한 논쟁을 현재의 조국사태에 적용하면 역설적으로 호남민심의 허상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이 창조한 한국인의 선택이다. 전임 박근혜정부는 형식적으로만 민주적인 정부였기에 수백만 촛불에 허물어졌다. 즉 민주주의 원칙에서 주기적인 선거와 국민들의 결사권리를 보장하는 절차적 최소의 요건은 형식적으로 지켰지만, 레빗스키와 웨이가 민주주의 3번째 원칙으로 설정한 '평평한 경기장'을 야당에게는 제공하지 않은 경쟁적 권위주의 정권에 그친 것이다. 즉 자기 진영에게만 집권당의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블랙리스트 정권이라는 반역적인 레짐특성이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켜서 탄핵정국과 새로운 정권세력의 등장이 열린 것이다. 똑같은 맥락에서 현 정부는 집권3년차에 조국사태가 변곡점으로 작용하여 민주주의의 품격 면에서 국민들로부터 부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지 않은지 수십 번 숙고해야 되지 않았을까?

심의민주주의 논쟁에서 '절차적 인식론'에 관한 여러 학자들의 주장을 복기하자면 호남은 실체가 없는 실현 불가능한 민주주의 허상을 쫓아가고 있다. 2000년도 전남대에서 개최된 '5·18 20주년 기념 국제학술행사'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동티모르 벨루신부를 비롯한 수많은 학자들이 참여하였는데, 필자가 대표 집필한 광주선언(Kwangju Declaration)이 최종회의에서 전 세계에 공표되었다. 2000년도 광주선언은 5·18정신을 인권, 대안적 민주주의, 민주시민권리, 그리고 연대의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5·18정신이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좁은 절차적 정당성을 극복하고 시민의 결사체와 민중의 권리보장이 실현되는 확대된 민주주의 이상향을 적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광주선언 공표이후 19년 동안 호남이 한국 민주주의 메카로서의 역할을 정상적으로 잘 수행하고 있었던 것일까? 주지하듯이 이 19년 동안에 호남정치는 노무현, 안철수, 그리고 문재인 파도라는 3번의 소용돌이 정치를 경험하였다. 9월 18일자 리얼미티 조사에서는 조국임명에 대한 부적절 판단비율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에 호남민심이 점진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정치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이 여러 방향에서 전개될 것이며 조국사태는 향후 국내정치에서 태풍의 눈이 될 개연성이 높다. 만일 호남이 지금처럼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진영논리에 갇힌 채 폐쇄적인 정치의식에 사로잡힌다면 한국민주화 발원지로서의 호남의 자부심은 옛적 신화로 떨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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