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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침> [기자수첩] 유쾌한 반란, 주연과 조연 사이
입력 2017.08.08. 18:00 댓글 0개【세종=뉴시스】변해정 기자 = 지난달 25일 명목세율 인상 문제를 검토한다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대뜸 나왔다.
기자는 황급히 전임자가 쓴 기사와 일명 '뻗치기'(취재원을 만나기 위해 기약없이 기다리는 행위)하며 받아 적은 워딩(발언)을 다시 훑어봤다.
기재부에 출입한 지 일주일 밖에 안된 터라, 김 부총리가 새 정부 첫 세제개편안에서 명목세율 인상은 없을 것이라던 이전의 발언을 행여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확인 차원이었다.
기자의 기억이 맞았다. 김 부총리는 말을 바꿨다.
일주일이 지나 기재부가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에는 여당이 앞장서고 경제사령탑이 어색하게 뒤따랐던 '부자 증세' 방안이 그대로 담겼다. 갑자기 번복된 정부의 태도는 기자를 비롯한 모든 국민에게 혼란을 주기에 충분했다.
김 부총리는 세법개정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경위야 어쨌든 경제에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주지 못해 유감스럽다"고 했다.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는 사족까지 달았다.
하지만 자신의 소신을 굽히게 된 연유는 명확히 들을 수 없었다. "국정위(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협의하는 과정이라 모든 것을 밝힐 수 없었다"는 게 전부다.
사과인지 변명인지 알기 힘든 애매한 해명에 여러 해석이 나왔다. 일찍부터 경제사령탑의 '시어머니'가 너무 많아 기를 펴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 있던터라, 호된 시집살이를 하는 김 부총리가 불만을 에둘러 표현했다는 뒷말도 나돌았다.
사실 경제와 정치는 분리될 수 없다. 정치의 구체적 표현이 정책이다. 정권이 바뀌면 경제정책도 새 옷으로 갈아입고, 새 인물이 그 추진을 맡게 되는 건 당연지사다.
김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가 상징성과 역량을 감안해 경제팀의 대표선수로 내세운 인물이다. 하지만 세법개정 과정을 보면 그런 인물이 새 정부에서 차지하는 옹색한 입지를 가늠케 했다.
세제는 부총리의 주 업무다. 번복 배경에 대한 명쾌한 설명 없이 경제사령탑의 의지가 한순간 꺾인 것이라면 당정 협의나 청와대와의 논의 과정에서의 협상력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정치인 실세 장관들에 휘둘리고 있다거나, 존재감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와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김 부총리도 이 점을 아프게 의식하는 듯하다.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김 부총리가 휴가 중에도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업무를 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쏟아지는 각종 현안을 온 몸을 던져서라도 직접 돌파해 '실권 없는 부총리'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리라.
김 부총리는 휴가를 앞두고 지난 3일 개설한 '유쾌한 반란을 꿈꾸는 김동연입니다'라는 페이스북 개인 페이지에 첫 영상과 글을 남겼다. 편안한 차림새에 결막염이 낫질 않아 눈이 빨갛게 충혈된 모습이었다. "제가 하는 일을 통해서나 제 개인 생활을 통해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고 싶다"고 했다.
김 부총리는 "반란은 무엇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뒤집어 엎는 것이다. 현실을 극복하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가장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조금 더 제 몸 관리를 잘해서 유쾌한 반란을 통해서 저 자신, 제가 하는 일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새 정부 들어 정치 논리의 무한 확장을 걱정한다.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정치에 의한 인기 영합적인 정책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다. 김 부총리도 경제정책을 펴는데 정치나 이념의 지나친 개입을 경계한다고 한다.
그러나 거시경제 정책을 책임지는 기재부를 근 한 달 출입하며 기자가 느낀 건 정치의 그림자가 너무 크고 짙다는 것이었다.
경제가 왜소해 보였다면 기자만의 기우일까. 김 부총리가 유쾌한 반란의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되기를 바란다. 정치권에서 뛰어나오는 설익은 정책들의 뒷감당에 허둥대는 모습을 앞으로는 보고싶지 않다.
hjpyun@newsis.com
- [기자수첩]좀비기업 증시 퇴출 강화, 실효성 얻으려면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금융당국이 부실기업에 대한 상장폐지 절차를 단축·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 퇴출 절차가 지나치게 길어 투자자 피해를 일으키고 있고 상장 유지 요건들이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에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간담회에서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상장 기업에 대해선 증시 퇴출이 적극 일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정부는 부실 기업 퇴출 정책은 오락가락했다. 지난 2022년 12월부터 시행된 방안에는 ▲2년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 ▲2년 연속 매출액 미만(코스피 50억원·코스닥 30억원) 등 재무 관련 상장폐지 사유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로 전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또 주가 미달(액면가의 20% 미만) 요건, 4년 연속 영업손실 관리종목 지정 및 5년 연속 영업손실 실질심사 사유도 삭제하며 상장폐지 기준을 완화하기도 했다.하지만 증시에 많은 부실 기업이 남아 있게 되면 여러 부작용이 생긴다. 실제로 M&A(인수합병) 시장에서 좀비기업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등 투기세력이 나타나기도 했다.다만,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일례로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선 기간이 총 2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돼 있지만 심사 보류, 소송 등이 이어지면서 현재 4년 가까이 거래가 멈춘 기업들도 있다. 결국 상장폐지 절차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법당국과 공조한 법적 제도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간판만 유지하고 있는 좀비기업들을 과감하게 도려내는 것 만으로도 우리 증시의 건전성은 분명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공감언론 뉴시스 mrk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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