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말의 품격

입력 2019.09.19. 09:07 수정 2019.09.19. 11:08 댓글 0개
손미경 건강칼럼 조선대학교치과병원장
손미경

'지금 응대하는 상담원은 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최근 공공기관의 전화상담을 요청하면 나오는 보호음성 안내 중 하나다. 얼굴이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분노를 욕설로 표출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면 이런 캠페인을 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 참 안타깝다. 대학 병원에서 근무하다보면 많은 환자들을 접하게 된다. 감사하게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의료인을 존중하고 신뢰하면서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최근 의료기관 내의 폭언·폭행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의료인 폭행방지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제 12조 제 3항을 살펴보면 '진료실내 폭언, 욕설, 고성, 협박 등 언어폭력의 경우, 법 조항 위반 및 폭행죄, 협박죄,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수 있다. 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나 폭행, 물건 집어 던짐, 진료실 난입, 기물 파손 등의 경우도 해당 법 조항 위반 및 폭행죄, 업무방해죄, 손괴죄 등으로 처벌을 받으며, 본 법 조항의 위반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라고 돼 있다.

진료실은 환자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되는 공간으로 의료진과 다른 환자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 엄중한 법의 잣대와 처벌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분쟁을 살펴보면, 치료의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문제보다는 오히려 아주 사소한 말과 오해에서 시작되는 것을 본다. 처음 만남부터 반말로 일관하거나, 의사를 대할 때와 직원을 대할 때가 말의 격이 다른 환자들은 아무리 겉모습이 화려해도 병원에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환자다.

내 몸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비싼 치료비를 내면서 이왕이면 병원에서 반기는 환자, 만나면 기분 좋은 환자가 되면 그 만큼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의사도 마찬가지다. 진료실내에서의 폭언, 고성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의료진 스스로의 태도를 먼저 스스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권위를 내세우거나 환자와의 소통을 소홀히 하는 의사는 당연히 환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불만을 표출하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의술이 단순한 기술에 의해 보이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말을 경청하고 아픔을 공감하며 마음도 치료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말은 사람들간의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마음을 전달하는 가장 빠른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편리한 소통의 수단인 말이 독이 되고 무기가 되기도 한다. '혀 밑에 도끼가 있어 사람이 자신을 해치는데 사용한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말이 재앙을 불러올 수 있음을 경계하는 속담이다. 사람간의 관계에서 다툼은 어떤 거창한 이유가 아닌 그저 사소한 말 때문에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아주 어렸을 때 말로 인해 받은 상처는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잊혀지지 않고 한 사람의 인간관계나 성격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얼굴은 성형을 통해 바꿀 수 있지만 말의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화법과 말투는 부모로부터, 스승으로부터, 그리고 친구로부터 배운다. 그래서 좋은 말을 하는 부모, 스승, 친구가 필요하다.

이처럼 말은 그 사람이 자라온 환경을 보여주는 거울이며 더 나아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내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사람의 격과 수준을 나타내는 한자인 품격의 품(品)자는 입 구(口) 자가 세 개가 모여 이루어진 상형문자로, 말이 쌓이고 쌓여 그 사람의 품격이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

아무리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화려한 사람이라도 말이 가볍고 진심이 들어있지 않으면 멀리하게 된다. 카톨릭 성사 중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많이 지었습니다' 라고 죄를 고하는 고백기도가 있다. 어떤 잘못된 행위 뿐 아니라 잘못된 말로도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삼가라는 의미다.

말이 곧 나의 품격이 되고, 말로도 죄를 지을 수 있다니 말 한마디 한마디를 함에 있어 그 무거움을 알아야겠다. 오늘 우리가 하는 말이 소음이 아닌 향기되어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힘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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