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전남 가축방역의 새 도전

입력 2019.09.18. 18:36 수정 2019.09.18. 18:36 댓글 0개

'육지부 유일 청정지역.'

전남의 대표적인 자부심 중 하나다. '구제역' 얘기다. 소나 돼지 등에서 발병하는 대표적인 가축 질병으로,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거의 모든 시·도에서 10여차례 발생했다. 재정피해만도 3조3천억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번 발생하면 피해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로 부터 지금까지 안전했던 곳이 바로 전남이다. 단 한차례도 발생한 적이 없다. 철저한 대비가 주효했다. 특히 '백신 항체양성률'을 높인 게 한몫 톡톡히 했다. 농가와 전남도가 한마음으로 힘을 합쳤기에 가능했다.

실제 전남의 '백신 항체양성률'을 보면 소는 2017년 96.9%, 2018년 97.8%였다. 돼지는 2017년 73.1%, 2018년 10월 82.1%였다. 올해 목표는 소 98.2%, 돼지 84.0%다. '구제역 청정지역' 유지를 위한 전남의 의지는 명확하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올해 백신비용 100%를 도가 지원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구제역은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다.

이런 가운데 전남이 또다른 가축방역 도전에 직면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그것이다. 경기 파주에서 첫 발병 이후 연천 등 인근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돼지열병은 한번 감염되면 폐사율이 100%에 달한다고 한다. 감염된 돼지나 돼지 생산물의 이동, 오염된 남은 음식물의 돼지 급여, 야생멧돼지 등을 통해 발생하는데 잠복기는 3일에서 최장 21일로 알려져 있다.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아 '돼지 흑사병'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가히 위력을 짐작할 만 하다.

동남아, 중국에서 첫 발병 사실이 보고됐을 때만 해도 '설마' 했다. 북한에서 소식이 들려올 때까지도 그랬다. 외신을 통해 추산하기도 힘든 마릿수의 돼지들이 매몰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도 '남의 일'이려니 했다. 그것이 불과 엊그제였다. 그랬던 것이 이제 발등의 불이 됐다.

이미 전국이 차단방역 비상상황이다. 한번 뚫리면 겉잡을 수 없다. 안타깝게도 정확한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아 대응이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돼지열병이 '육지부 유일 구제역 청정지역'인 전남에 새 도전인 이유다. 저력은 진정한 위기 때 발휘되는 법이다.

윤승한 사회부장 shyoon@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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