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파주서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첫 발생 '비상'

입력 2019.09.17. 18:22 수정 2019.09.17. 19:44 댓글 0개
아직 백신·치료제 없는 ‘돼지 흑사병’
위기경보 최고 수준 ‘심각’단계 격상
발병농장 포함 4천700마리 살처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중국과 베트남 등의 돼지농장을 휩쓸고 북한에 이어 국내에도 상륙하면서 정부와 자치단체는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ASF는 사람에게는 전염되지는 않지만 돼지가 걸렸을 때 치사율이 최대 1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염병이다. 구제역과 달리 아직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치명적 질병이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발병 농장 돼지를 전부 살처분하고 이틀간 전국에 가축 이동 중지 명령을 발령하는 등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16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폐사한 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양성으로 확진됐다"면서 "이에 따라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 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고 발표했다.

이 양돈농장 관리인은 전날 오후 6시께 숨져 있는 어미 돼지 5마리를 발견해 농식품부에 신고했다. 폐사한 돼지는 모두 고열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확진 판정을 받은 파주시 연다산동 돼지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2천450마리와 이 농장주의 아들이 운영하는 파평면 소재 농장 돼지 1천400마리, 아내가 키우는 법원읍 농장 돼지 850마리 등 모두 4천700마리를 살처분했다.

농식품부는 발병 신고를 접수하고서는 살처분과 함께 신고농장의 농장주·가축·차량·외부인 등의 출입을 통제하고 거점소독시설과 통제초소도 운영하며 축산차량에 대한 소독조치를 강화했다.

정부는 이 농장의 돼지가 어떤 경로로 전염병에 걸렸는지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생 원인으로는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남은 음식물을 먹이거나 ▲농장 관계자가 발병국을 다녀왔거나 ▲야생 멧돼지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경우 등이 지목돼 왔지만 이번 발병사례와는 들어맞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대책에 나선 정부는 우선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48시간 동안 전국 돼지농장,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 차량 등을 대상으로 전국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발령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첫 발생한 경기도에서 다른 시·도로 돼지 반출을 일주일간 금지하는 긴급조치도 내렸다.

아울러 이 전염병 전파 원인으로 알려진 남은 음식물 돼지 급여를 전면 금지하고, 전국 양돈 농가 6천300호에 대해 고강도 예찰을 하기로 했다.

광주시와 전남도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상황실·대책본부를 일제히 가동하고 24시간 비상 관리체제에 돌입했다.

김 장관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 잠복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발생 일주일 정도가 제일 위험한 시기"라면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과 관련해 정부는 당장의 돼지 수급 문제는 걱정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수급 불안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으로 ASF가 유행 중인 국가 혹은 지역은 모두 19곳이다.도철원기자 repo333@srb.co.kr·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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