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에서 치사율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오전 6시30분쯤 경기도 파주시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진되자 발생농장 및 가족 소유 농장 3곳의 돼지 4천700마리를 살처분 했다.

또 ASF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오전 6시30분을 기해 48시간 동안 전국의 가축 이동 중지 명령을 내리는 등 긴급조치에 나섰다.

◆정부·여당 확산 방지 총력 대응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자 확산 방지를 위한 초동단계의 철저한 차단을 지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관계 부처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참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상황점검 및 대책회의'를 열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돼지열병은 치사율이 최대 100%에 달하고 아직까지 치료법이나 백신이 없어 확산 시 국내 양돈 산업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며 강력한 초동대응을 통한 바이러스 확산 조기 차단을 관계 부처에 긴급 지시했다.

이 총리는 "주변 국가들의 전례를 보면 이 질병은 확산 속도가 매우 빨라 매뉴얼대로 철저하고 신속하게 대응을 해야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거점별 소독시설 운영, 남은 음식물의 돼지 급여 전면 금지, 야생멧돼지 농장 접근 차단, 신속한 역학조사를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오후 긴급 당정회의를 열고 강력한 초동대응으로 전국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해찬 대표는 "우리나라 농장 간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확산이 시작되면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확산 방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게 가용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발생 경로를 신속히 파악하고 전국 농가의 방역체계를 촘촘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 상임위 가동을 신속하게 추진해 국회 차원의 대응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며 야당의 동참을 촉구했다.

◆광주·전남 등 지자체 비상 관리

광주·전남을 비롯한 전국 각 지자체들도 일제히 상황실과 대책본부를 가동하고 24시간 비상 관리체계에 들어가는 등 차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발병시 무조건 살처분해야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특성상 확산시 지역 돼지사육농가들에 큰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광주지역은 9농가에서 7천여마리, 전남은 113만여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이는 전국 돼지사육 규모의 10%에 달한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하는 한편 타지역 돼지 반입금지, 경계지역 이동통제초소 운영 등 긴급조치를 취했다.

특히 돼지사육농가가 많은 전남도는 거점소독시설을 9곳에서 22개 전 시·군으로 확대하고 99개 공동방제단을 총동원해 매일 양돈장 주변에 대한 소독을 실시한다.

감염경로 차단을 위해 축산농가 모임을 전면 금지하고 양돈농가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전남 양돈농가에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175농가 441명으로 이중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국가 출신 노동자는 중국·몽골·베트남·캄보디아 등 63농가 109명이다.

지난 3월 무안국제공항을 통해 불법반입된 축산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전자가 검출된 전례가 있어 무안국제공항과 터미널 등지에서 불법 축산물 반입 금지와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수칙 교육 등 대국민 홍보도 강화한다.

이용보 전남도 동물방역과장은 "현재 감염경로를 알 수 없어 차단방역에 주력하는 한편 전 지역의 모든 돼지 반입을 금지시켰다"며 "직접적인 감염경로인 멧돼지 접근 차단을 우선적으로 막고 사람 등 간접 전파 경로를 막기 위한 홍보 및 소독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돼지에서만 발병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최근 중국 153건, 몽골 11건, 베트남 6천82건, 캄보디아 13건,라오스 10건, 북한 1건 등 아시아 6개국에서 6천270건이 발생했다. 한번 발병하면 치사율 100%에 달한다.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지만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살처분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김대우기자 ksh430@srb.co.kr·도철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