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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백발 노인도 재취업 전선에···"돈보다 일한다는 게 중요"

입력 2019.09.17. 15:54 댓글 0개
'신중년 인생 3모작 박람회' 열기 '후끈'
재취업 희망하는 구직자 3000명 몰려
박람회 찾은 구직자들 60대 많아 '눈길'
구직자 "제 나이에는 갈 곳이 없다" 한숨
구인자 "40대 원하는데 60대만 많아"
【서울=뉴시스】2019 신중년 인생3모작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19.09.17. kangse@newsis.com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우리나라 대표 중장년 박람회인 '신중년 인생 3모작 박람회'가 열린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는 행사 시작 시간인 11시가 채 되기도 전인 10시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재취업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신중년 인생 3모작 박람회는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이 5년째 이어오고 있는 행사다. 노사발전재단에 따르면 이날 사전 등록 인원은 2500명에 달했다. 현장 등록 인원까지 포함하면 3000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박람회 행사 관계자는 "예년보다 많은 인원이 몰린 것 같다"며 "40대, 50대 뿐 아니라 60대로 보이는 참석자들로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람회에는 정장에 구두를 갖춰 신고 참석한 구직자부터 반바지에 편한 복장으로 참석한 구직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단연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곳은 채용공고 게시판 앞이었다. 구체적인 연봉부터 채용 조건을 적은 채용 정보가 참석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채용공고 게시판 앞에서 만난 김모(58)씨는 "변변한 기술이 없어 내가 일할 만한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취업 조건 보다는 일하러 나갈 곳이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람회장 한쪽에 마련된 이력서 작성대와 문서지원 창구에도 많은 구직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PC를 잘 다루지 못해 행사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문서를 인쇄하는 구직자들도 눈에 띄었다. 구직신청서를 작성한 구직자들은 하나 둘씩 자신이 일하고자 하는 기업에서 상담과 면접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교직에 있다가 정년퇴직한 강모(67)씨는 공인중개사를 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다른 일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강씨는 "제 나이대의 사람들은 갈 곳이 없다"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러면서 "물류회사 한 곳만 보고 박람회를 왔다. 분명 모집요강에는 나이구분이 없어서 나이 제한이 없는 줄 알았는데 와 보니 60세까지만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허탕을 치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모집 나이대를 구분해서 채용공고를 올렸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루 8시간 건물 미화 업무를 하고 있다는 박모(69)씨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이 힘들어서 다른 일을 찾고 있다고 했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쉴 수는 없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박씨는 "나이는 점점 들어가는 데 8시간을 꼬박 서서 일을 해야 하니 너무 힘이 들어서 좀더 수월한 일을 찾아 왔는데 아직까지는 마땅한 일을 못 찾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공직 생활을 하다 은퇴한 뒤 2년 동안 귀촌 생활을 하다 서울로 다시 올라온 사람도 있었다. 장모(66)씨는 "400평 농사를 지었는데 아침과 저녁만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할 게 없어 너무 무료하더라"면서 "다시 서울로 올라와 일을 구하고 있는데 일이 있어야 한다는 게 무엇보다 절실하다. 돈 보다 할 일이 있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100세 시대답게 이날 행사장에는 백발인 구직자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박람회에 와서 재취업에 대한 희망을 얻었다는 구직자도 있었다. 최모(56)씨는 "오늘 박람회에서 폴리텍 대학이라는 곳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며 "조금 더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폴리텍대학은 전국 8개 대학, 35개 캠퍼스로 구성된 국책 특수대학으로 신중년 맞춤형 기술 관련 다양한 직업교육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신중년 구직자들의 절실함이나 기대와 달리 구인업체들은 다른 고충을 털어놨다. 현장에서 만난 한 회사 관계자는 연령 미스매칭에 대한 고민을 얘기했다.

제조업체 A사 관계자는 "3시간 동안 10명 정도가 채용지원을 했는데 60대 분들이 가장 많았다"며 "일의 강도와 근무시간대, 급여 조건을 주로 궁금해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연령대가 회사가 원하는 것과 차이가 크다는 것"이라며 "우리 회사는 제조업을 하다 보니 40대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50대, 60대 분들이 많아서 회사에 돌아가서 얘기를 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에는 노사발전재단 컨설팅, 꽃중년 재도약 스타일링, 재무설계 무료상담, 건강체크, 스트레스 검사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됐다. 특히 꽃중년 재도약 스타일링 공간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설 정도로 관람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이날 박람회에는 다양한 정부 지원정책을 소개하기 위해 정부 유관기관들도 다수 참여했다.

신중년을 대상으로 국비 지원 전문직업훈련을 실시하는 한국폴리텍 대학은 새로운 직업을 찾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귀농귀촌종합센터는 중장년들에게 귀농·귀촌의 성공 정보를 제공했다.

고용부 나영돈 고용정책실장은 앞서 개막식 축사를 통해 "60세 정년 후 10년을 일한다면 2만 시간 이상의 일할 시간이 주어져 있다"며 "정부는 이러한 시간이 개인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시간 될 수 있도록 일자리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노사발전재단 이정식 사무총장은 "새로운 시작, 활력 있는 인생이라는 박람회 구호처럼 자신에게 맞는 인생 3모작을 준비하고 도전하고자 하는 중장년에게 도전의 마중물이 되었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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