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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본인 동의없는 장애인시설 퇴소···결정권 침해"

입력 2019.09.17. 12:01 댓글 0개
"거주 장애인들 강제퇴소 시킨다" 진정
시설 측 "정부 정책 따라 인권 감축 진행"
보호자가 신청서 작성…사전정보도 없어
인권위 "장애인 자기결정권·거주자유 침해"
"정보 제공해 장애인의 시설 선택권 보장"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17일 장애인거주시설 퇴소를 당사자가 아닌 보호자 등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판단을 냈다. 인권위는 최근 정부의 탈시설 정책에 따라 다른 시설에서도 강제퇴소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고 보건복지부에 관련 지침 마련을 권고했다.

앞서 인권위에는 경기도 소재의 중증장애인거주시설에서 지난 1월부터 15명의 거주 장애인들을 강제퇴소시킨 후 다른 시설이나 병원에 전원시키고 있다는 내용의 진정이 제기됐다.

시설 측은 정부의 장애인시설 소규모화 정책에 따라 지난 1월 기준 총 126명이었던 정원을 단계적으로 줄일 계획에 있으며, 그 일환으로 거주자 일부를 다른 시설이나 병원으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퇴소는 자체 규정에 따라 시설 거주 당사자나 보호자의 신청을 받거나, 거주자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시설 내 퇴소판별위원회가 결정했다고 했다.

퇴소자들이 새롭게 지낼 병원이나 시설에 대한 정보는 미리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퇴소자 15명 중 3명은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2명은 가족의 신청에 따라 퇴소조치 됐으며 그외는 퇴소판별위원회가 퇴소를 결정했다.

다만 일괄적으로 보호자에게 퇴소신청서를 작성하도록 했으며, 지적능력에 전혀 문제가 없는 지체장애인도 본인이 아닌 보호자가 신청서에 서명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중 뇌질환·우울장애·고혈압 등을 앓고 있어 전원의 필요성이 일부 인정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당사자의 퇴소 및 전원 의사에 대한 확인 없이 '소규모 시설이 더 적합하다', '시설정원 감축이 필요하다', '폭력 성향이 있다' 등의 이유로 퇴소조치된 이들도 있었다. 이렇게 전원 조치된 4명 중 2명은 새로운 시설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시설로 옮겼거나 옮길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옮겨갈 기관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시설 측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진술이나 자료가 없으며, 새 시설을 미리 가봤다는 퇴소 당사자 및 가족도 없었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인권위는 "피해자의 판단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호자에게 퇴소동의를 받은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및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자신이 거주할 시설이나 병원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장애인의 선택권이 침해돼서는 안된다"며 "전원을 앞둔 장애인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장애인거주시설은 장애인의 의사능력에 맞게 전원 예정 시설에 대해 사진 및 영상자료를 포함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그 시설을 사전에 방문할 기회를 제공해 장애인의 선택을 도와야한다"고 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정부의 탈시설 정책에 따라 다른 장애인거주시설에서도 인원감축 상황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장애인이 퇴소 또는 전원되는 과정에서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을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관련 지침이나 절차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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