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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어떻게 들어왔나···당국 '오리무중' 원인찾기
입력 2019.09.17. 11:14 댓글 0개네팔 출신 외국인 노동자 4명 모두 최근 해외 오간 적 없어
北 멧돼지 남하 가능성 있지만 발생 농가는 창문 없어 밀폐
추석 때 친척 등 외부인 방문해 바이러스 옮겼을 가능성도
【세종=뉴시스】위용성 기자 = 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처음으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당국은 현재 정확한 발생원인과 감염 경로 등을 놓고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정부가 그간 지목했던 주요 감염 경로들이 이번 사례에선 들어맞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6시 경기 파주시 연다산동의 한 양돈농장에서 어미돼지 5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정밀 검사 결과 17일 오전 6시30분께 양성으로 최종 확진됐다.
ASF는 사람이 걸리진 않지만 돼지가 걸렸을 때 치사율이 최대 1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염병이다. 구제역과 달리 아직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치명적 질병이다. ASF는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한 이후 올해는 몽골·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 등 아시아 주변국으로 번진 뒤 최근 필리핀에서도 발생했다. 북한에서도 지난 5월30일 ASF 발병 사실을 국제기구를 통해 공식화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방역망이 뚫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농식품부는 ASF의 유입 경로로 ▲남은 음식물 급여 ▲해외 발생국 여행자가 휴대해 들여오는 축산물 ▲야생 멧돼지를 통한 육로 전파 등을 지목하고 차단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발생이 확인된 농장의 경우 남은 음식물이 아닌 사료를 사용했고, 또 농장 주인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농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은 네팔인 4명이었는데, 이들 역시 최근 해외를 다녀오지 않았고 국제우편을 받지도 않았다. 네팔은 ASF 발생국도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 발생했던 북한과의 연관성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쪽의 야생멧돼지를 통해 ASF 바이러스가 남쪽으로 전파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발생 농장은 북한으로부터 10~20㎞ 떨어져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북한에서 최초 발생 보고가 들어왔을 당시 정부는 육로를 통해 야생 멧돼지가 남하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야생 멧돼지가 철책선을 통과해 내려오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육로가 아닌 수로를 통해 떠내려 올 가능성은 열려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발생 농장은 한강 하구로부터 약 2~3㎞ 가량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발병이 확인된 농장은 창문이 없어 완전히 외부와 접촉이 차단된 밀폐 농장이다. ASF 바이러스는 공기 중 감염은 이뤄지지 않고 주로 돼지들 간 접촉으로 퍼진다. 또 농식품부 확인 결과 멧돼지 침입 방지 울타리도 설치돼 있던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추석 연휴나 그 직전 시기에 발생 농장에 방문한 친지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옮았을 가능성도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학계에선 ASF의 잠복기간을 4일에서 19일 정도로 본다. 시간을 돌려보면 추석 연휴 초기에 전염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농식품부는 현재 명절 기간 가족들이 오간 이력을 확인하고 있다.
한편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감염경로에 대해 "예단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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