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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 세대'의 설움이 이럴까···'내 일'이 없는 40대의 '긴 한숨'
입력 2019.09.12. 05:30 댓글 0개고용률 19개월째 감소, 취업자수 증가폭도 46개월째 줄어
통계청 "제조업·도소매업 임시직 위주로 40대 일자리 타격"
"정부 일자리 사업, 노인에만 치중…40대도 대응해야" 지적
【세종=뉴시스】위용성 기자 = #보험설계사로 일하던 이모(49)씨는 최근 다시 재취업에 나섰다. 설계사 성과는 저조했고 수입은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20~30대 시절엔 여러 회사를 거치며 사무직 일을 했고, 남들보다 특이한 기술이 있지도 않았다.
설계사를 그만둔 뒤 얼마 되지 않아, 직원이 800여명 가량인 전산 개발·관리업체 A사에 현장 관리직군에 지원했고 면접까지 합격했다. 본사에서 열흘간 연수까지 받고 정식 출근을 기다리던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어왔다. A사의 갑(甲)인 고객사에서 "나이가 너무 많아 현장에서 다루기 어렵겠다"며 이씨를 거부한 것이다. A사는 이씨에게 "미안하다"며 연수비만 지급하고 보내기로 했다.
미혼에 부모님을 '나 홀로 부양'하는 이씨는 현재 다시 구직 중이다. 그는 어떤 직종을 찾느냐는 질문에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된다"고 했다. 그는 "20대, 30대도 줄섰는데 곧 오십을 바라보는 사람을 뽑을 회사가 어디 있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우리 경제에 있어 '허리' 역할을 해야 할 40대의 일자리 상황이 나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40대 고용률은 0.2%p 하락한 78.5%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부터 19개월째 내리막길이다. 지난달엔 다른 연령대에서는 다 증가했는데 40대만 유일한 마이너스(-)다. 취업자 수는 더 심각하다. 2015년 11월 이래로 자그마치 46개월째 연속 감소하고 있다.
현재 40대는 1970~1979년생들이다. 1990년대엔 'X세대'라 불리며 풍요롭게 학창시절을 보내던 세대다. 이들은 20대에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는다. 대학을 다니거나 갓 졸업해 취업시장에 뛰어들려던 시기다. 주변에서 일자리를 잃어 생계가 무너지는 걸 지켜봐야 했다. 30대인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다. 가정을 꾸리거나 한창 일할 시기에 직장에서 잘리거나 사업장을 닫아야 했다.
어느덧 40대가 된 이들에게 또 다시 시련이 다가오고 있다. 아니 다가왔다. 10년 주기로 삶이 요동치는 것인지, 이제는 최악의 취업난과 맞서게 된 것이다.
40대는 가장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고용악화는 한 가구의 생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한은행이 최근 발간한 '2019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40대 기혼 가구 중 57%는 "소득 급감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이 중에서도 56%는 "사전에 대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득 급감 이유 중 1위는 '퇴직·실직 때문'(37.7%)이었고 2위는 '경기침체'(28.5%)였다. 그 다음으로는 '사업·투자 실패'(13.1%), '이직·전업'(11.8%) 순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40대가 취업시장 밖으로 내몰리는 이유에 대해 제조업 악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4월부터 17개월째 감소세다.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의 부진에 핵심 경제활동 세대인 40대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제조업의 영향이 이어져 도·소매업에서의 일자리도 타격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40대의 경우 제조업에서는 임시직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감소했고, 이 영향이 도소매업에서의 일자리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직을 아예 포기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40대의 구직단념자는 6만828명으로, 1년 전보다 26.1% 급증했다.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구직단념자는 아예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으로, 실업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구직단념자가 많아질수록 실업률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60세 이상 일자리가 정부의 재정 사업 등의 효과로 크게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달만 해도 60세 이상의 취업자 수 증가폭이 39만1000명에 달했고 여기서도 65세 이상 고령층만 놓고 보면 23만7000명이 늘어났다. 전체 취업자 수 증가폭의 86% 가량을 60세 이상이 견인한 셈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도 직접일자리 예산 가운데 1조2000억원을 노인 일자리에 편성하기로 했다. 노인 일자리는 올해 61만개에서 74만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40대를 타깃으로 한 일자리 예산은 70억원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중장년층 취업지원 사업 중 '생애경력설계서비스'에 31억원을 편성한 것과 귀농·귀촌 활성화를 위한 교육 사업에 36억원을 짠 게 전부다.
전문가들은 40대의 일자리 감소 문제에 대한 대처가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단기성 노인 일자리에 비해 경제적 영향이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나 훨씬 큰 40대 일자리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늘려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예산안에 40대 일자리 정책 관련 사업이 70억원 정도로 사실상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창업 지원이나 재교육을 통해 다른 업종이나 이직, 재취업이 원활하도록 정부가 관련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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