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우리는 농업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입력 2019.09.09. 15:41 수정 2019.09.09. 15:52 댓글 0개
강혜정 경제인의 창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얼마 전에 스위스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명품시계, 알프스 설원 등이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였다. 그러나 이번에 새삼 깨달은 스위스는 그 무엇보다도 농촌이 아름답고 농업을 소중히 여기는 나라였다.

끝없이 펼쳐진 넓은 초지에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떼, 스위스 전통가옥 샬레의 창밖에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꽃들, 가파른 산 위에도 한 폭의 그림같이 자리 잡은 농가와 목장 등은 그 자체가 힐링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스위스 전원풍경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지지, 정부 정책, 그리고 농업을 일구며 농촌을 가꾸는 농업인의 노력이 그 이면에 숨어 있었다. 스위스 국민들은 농업·농촌의 역할이 고품질 안전 농산물 공급뿐만 아니라 자연경관 제공, 지역사회 유지, 전통문화 계승 등의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유지 및 발전시키는 것이며,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농가에게 지불하는 보조금은 공익적 기능에 대한 적정한 대가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것이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공익적 직불제의 개념이다.

더 나아가 스위스는 농업·농촌의 중요성과 보호 근거를 헌법에 명문화 하였다. 스위스 연방헌법 제104조 제1항에는 국민에 대한 연방정부의 기본의무를 식량공급, 천연자원보존, 농촌경관 유지, 인구분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농정은 직불제를 농가 소득보전의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그러나 소득보전형 직불제는 퍼주기식 특혜라는 여론의 눈총과 재정당국의 차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충분한 소득지원 장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낮은 직불금 예산, 쌀 편중 지원으로 인한 자원 배분의 왜곡현상 발생, 공익적 기능 제고 목적 직불제의 낮은 비중, 농가간·품목간 형평성 문제 등의 한계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직불제는 농가에 대한 소득보전의 논리에서 농업인이 창출하는 공익적 가치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보상하는 논리로, 국가의 균형발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정책 명분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의 가치는 연간 약 27조8천993억원으로 농업의 실물 부가가치 이상의 가치를 매년 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우리 농정의 목표는 공익적 기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 여러 직불제를 통합하고 공익의무를 실체화하여 공익형 직불제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성, 안전성, 다기능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농업생산·가공·유통·소비 등 푸드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목표를 공익적 기능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나 스위스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러한 공익적 직불제 도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가치 인식과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안정적 식량공급, 환경·문화·생태·경관 보전, 지역공동체 유지 등과 같은 농업·농촌의 본질적 가치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이를 국민들이 인식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 방안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 추석에도 우리 농업·농촌은 늘 그렇듯이 풍성한 제철농산물과 황금빛 들녘의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농촌다움을 지키며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땀 흘리고 있는 농업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는 추석이 되기를 바란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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