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씨족 사회의 불편한 잔재

입력 2019.09.05. 18:14 수정 2019.09.05. 18:14 댓글 0개

'지역 감정'하면 유별난 나라가 영국이다. 네 지역으로 나뉘어 서로 헐뜯느라 안달이다. 월드컵때는 축구 발상지라는 자존감으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아일랜드로 아예 딴살림을 차린다.

이탈리아도 못지않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의 자부심이 지나쳐 북부 지역민들은 남부 지역민을 '마피아 소굴 2등국민' 취급하기 일쑤다. 급진주의자들은 남부만의 국가를 만들자고 대놓고 주장하기도 한다. 캐나다의 경우 불어권인 퀘백주가 분리 독립을 주장하고 미국의 남북간 인종 갈등 또한 여전하다. 56개 소수민족으로 이뤄진 중국 역시 지역감정으로 골치 아프다. 티베트와의 갈등은 매번 긴장 상태를 유발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의 지역감정은 인종, 피부색 등이 같은데 호남만 차별할만큼 특이하다. 지역감정 조장은 아무런 이유가 없다. 단지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딱한가지 이유다. "거짓말 잘하고 음험하고 앞에서는 간이라도 빼줄 듯 하다가 뒤통수치는 조센징". 일제 강점기때 일본이 조선 사람을 비하할 때 쓰던 말이다. 해방후 이를 '전라도'로 슬쩍 바꿔 써먹고 있는 게 정치인들이다.

60~70년대는 통했다. 그러나 지금은 민도가 높아져 약발이 많이 떨어졌다. 그런말을 했다가는 되려 역풍에 시달린다.

며칠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권은 광주일고 정권. 서울 구청장 25명중 20명이 광주 전남·북 출신. 부·울·경이 뭉쳐 심판하자"며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했다가 공분을 사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필자와 같은 羅씨 성이다. 나씨는 본관이 전남 나주다. 희성이다 보니 나이드신 분들은 아직도 몇 대손까지 따져 항렬을 결정짓는다. 디지털시대에 성씨를 따지는 것이 시대착오적이지만 애교로 넘길만 하다. 그러나 본관인 나주에 대고 지역 차별성 발언을 서슴치 않는 나 원내대표의 경우는 차원이 다르다.

며칠전 집안 어른 한 분이 "나경원은 어디 나씨냐"고 물었다. 그리고 "집안 망신 그만시켜야 한다"고 힐난했다. 이럴 때는 가수 나훈아의 모창 가수, 너훈아가 부럽다. 나씨성을 가진 정치인이 한 말을 두고 같은 성(姓)바지라고 욕먹을 일인가. 정치가 성씨마저 부끄럽게하는 묘한 시대다. 씨족사회의 불편한 잔재다.

나윤수 칼럼니스트 nys8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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