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기부하는 모든 이가 챔피언

입력 2019.09.05. 17:07 수정 2019.09.05. 17:14 댓글 0개

많이 독려하기 위해 쉽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 기부는 어려운 과정이다. 안쓰는 물건 몇개 턱 하나 내놓는게 아니라면 이 기부가 한번으로 끝날지 계속 이어져야 할지 고민부터 시작된다.

나 하나 사는 것도 버거운데 누군가에게 꾸준히 기부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일 수도 있고 결국 마음이 약해져 그만두는 일도 허다하다.잘 사는 이라고 해서 가진 것을 선뜻 내놓는 것이 즐거울리 만무하다. 그렇기에 기부하는 모든 이들이 찬사받아야 하는 이유다.

얼마 전 광주 동구의 이름 없는 기부천사가 올해도 쌀 1톤을 기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필자도 동구청을 출입할 당시 이 기부천사의 선행을 접한 바 있다. 담당 과에 문의하니 트럭으로 쌀을 배달한 사람 역시 쌀을 사서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누구도 그 거짓말의 진의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작년 12월에는 광산구 월곡동의 주민센터에 1톤 트럭이 사전 예고도 없이 들어와 복지센터를 술렁이게 했다.누가 보냈느냐는 질문에 트럭 운전수는 "절대 알리지 말고 그냥 주민들에게 고루 나눠주라더라"고만 전하고 컵라면 100상자를 내려놓고 복지센터를 떠났다.

금호동에서도 연말마다 휠체어를 타고 주민센터를 찾아와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를 휙 전하고 떠나는 장애인이 있다고 한다."어디서 나신 돈이냐"고 물어도 이 사람은 "알 것 없다"고만 답하고 떠난다는 것이다. 금호동 공무원들은 이 남성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노인연금과 장애인 수당을 아껴 모은 돈을 기부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불우이웃들을 위해 쓰고 있다.

양동에서도 경남 사천에 사는 한 기부자가 4년째 쌀 600포대를 보내왔다.지금은 경남에 살고 있지만 나고 자란 곳이 양동이라 고향 사람들을 위해 써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일일히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부하는 이들은 많다. 물론 이름 없는 기부자들의 아름다운 마음씨만큼이나 이름 있는 기부자들의 결단도 존중받아야 한다. 기부를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다른 기부를 부탁받을 수도 있고, 무슨 의도로 기부하느냐는 눈초리를 사는 것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

필자도 여러 기부 단체들의 기부 행사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바 있다.경기도 어렵고 의심도 많아지는 만큼 선선히 돈을 내어줄 곳은 많지 않았다. 다음에 꼭 도와주겠다고 품앗이를 약속하거나 한껏 치켜올려주거나, 안 도와주면 이 행사 못한다고 죽는 소리를 해야 한다.

돈만 마련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기부 수혜자들이 하루나마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식사와 공연도 마련하고, 이를 움직일 자원봉사자도 필요하다. 이 역시도 발이 넓어 선뜻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다행인 것이다.

그렇게 각고의 노력 끝에 봉사활동 행사를 치르더라도 그들에게 돌아갈 영예는 사진기사 한 장에 불과할 지 모른다. 어떻게 보면 기부행사도 기계화되고 정형화됐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목적은 해마다 끊이지 않고 기부물품을 전달하기 위한 고육책일 것이다.

필자도 몇 곳에 정기 후원을 하고 있다. 기부라고 하기엔 푼돈이고, 자동이체라 노력도 들지 않는다. 그렇기에 기부를 위해 시간과 돈을 들이는 모든 이들에게는 각자 나름의 생각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존중받고 찬사받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기부하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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