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리투아니아에 내준 자살률 1위

입력 2019.08.29. 18:22 수정 2019.08.29. 18:22 댓글 0개

리투아니아는 북유럽 발트해 연안의 작은 나라다. 수도는 빌니우스. 인구 288만명에 국토 면적이 6만5천㎢다. 언어는 리투아니아어와 러시아를 쓰고 있다.

인구 2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1991년 수교를 맺었지만 현재 대사관은 없다. 주 폴란드 대사가 겸임 중이며 교역량은 2015년 기준 수출 2억3천만불, 수입 7천3백만불 정도다.

그런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가 씁쓸한 통계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리투아니아가 지난 2018년 5월 30일 OECD에 가입하면서 우리가 보유 중인 기록을 추월당했다. OECD국가 부동의 자살률 1위를 리투아니아에게 내준 것이다. 지난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자살자수는 1만 2천463명으로 인구 10만명당 24.4명꼴이다. 2016년에 비해 조금 나아진 수치지만 리투아니아(26.7명)에 이어 2위다.

특히 65세이상 노인 자살률은 58.6명으로 압도적 1위다. 높은 노인 자살률은 빈곤과 질병,경제적 어려움 등과 복합돼 있다. 눈여겨 볼 대목은 노인 자살률이 높은데 비해 OECD 국가 중 항우울제 복용량은 꼴찌에서 두번째라는 것이다.

자살이 우울증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은 일반적 견해다. 그렇다면 높은 자살률에도 불구하고 왜 우울증약 복용을 꺼리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정서적으로 우울증을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는 우리 체면 문화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정신과를 찾는 것을 체면을 깎는 일로 보는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체면을 살리는 길이 자살이라면 이 또한 문제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현실은 참혹하다. 웰다잉은 커녕 대부분 사람들이 병원에서 최후를 맞는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쪽방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거나 고독사나 자살을 택해야 하는 비극적 현실이다.

누구나 죽는다. 이제는 우아한 죽음은 아니더라도 "사는 집에서 편안히 죽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충족시키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웰다잉과 우울증약을 마음대로 복용하지 못하는 세태가 지속된다면 리투아니아에 내준 자살률 1위 재탈환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나윤수 칼럼니스트 nys8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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