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조성사업 국가의 책무·의지는 어디에

입력 2019.08.26. 16:05 수정 2019.08.26. 17:10 댓글 0개
조덕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주필

희망고문은 잔인하다. 정직하지도 못하다.

2006년 8월 광주시민들은 환호했다. 아특법(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에 대한 국가의 약속과 의무가 법제화된 것이다. 법이 있으면 뭐하나. 정권이 바뀌자 법은 무용지물이었다. 박근혜 정권 들어서는 그나마 법까지 뒤흔든다. 조성사업을 콕 찍어 '고비용·저효율'로, 천덕꾸러기로 내몰았다. 운영주체도 법인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개정안까지 내놨다.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나서 법인화 저지선(2015 아특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2.0시대'를 약속했다. 조성사업 정상화, 활성화가 골자다. 뒤틀리고 내몰리던 조성사업이 제 모습 갖추겠구나. 안도와 기대, 희망이 살아난 듯 했다.

허나 2.0 시대는 당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옛 전남도청 복원 외에는 이렇다 할 정책 하나 없다. 도청복원도 지역사회 애타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특별히 정부정책이라 하기엔 무리다. 2.0 정책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그래, 어쩌면 5·18 왜곡 폄훼로 상징되는, 적폐청산에 반발하는 수구반동 세력의 창궐로 챙길 겨를이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문광부가 추진중인 '성과평가'는 뭔가. 아특법 개정안 부칙에 따라 내년 4월 문화전당 운영체계 일원화를 위한 성과평가를 수행중이다. 조성사업에 대한 정책 하나 내놓지 않다가 박 정권 법안에 충실하는 모양새인가.

그런데 이 개정안, 아무 고민없이 따라도 되는 것인가.

당시 지역 시민사회와 함께 개정안을 발의했던 박혜자 전 의원은 "개정안은 여당안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재개정을 염두에 둔 배수진 같은 안이었다"고 말했다. 이 법안 마련에 참여했던 이기훈 지역문화교류재단 이사는 "개정안은 차선이 아니라 차악이었다"고 토로한다. 정상화를 위한 후속조치는 커녕 박 정권의 덫에 빠져 헤어나오지도 못하는 것인가. 무사유(無思惟), 영혼없이 업무에 충실한 것인가. 어떠한 경우에도 참담하다.'브루투스 유…'라고 회환과 분노의 절망을 미리 준비해야할까.

촛불정부가 무사유일수는 없다. 2.0시대 비전을 내놔야한다. 그 틀 안에서 개정안이 적절한지, 박근혜가 그토록 관철시키고자 했던 법인화가 절절한지 따져봐야한다. 더 큰 문제는 개정안이 5년이면 끝난다. 5년후면 정부지원의 법적 근거 자체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도시경쟁력 확보, 국민 문화향유, 문화ODA를 통한 선도국가로서의 국제적 역할. 문화예술이 도시를 먹여 살리고 세계 창의적 인재들이 살고 싶어 몰려드는 도시. 상상만으로도 꿈 꾸는 듯 행복한 일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은 광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한국사회 나아가 아시아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장대한 프로젝트다. 21세기에 더욱 중요하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새로운 시대에 문화예술은 유일한 인간의 지대이자 가장 강력한 경쟁지대다. 부품을, 기술을 이전않겠다느니 하는 야설에 놀아날 일도 없다. 한국의 역량을 아시아와 전세계에 선보이는 핵심 전략이다.

사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도 없다. 국가의 책무와 역할, 의지가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장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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