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엔 모두 풍류처사(風流處士)가 됩시다

입력 2017.06.28. 08:38 댓글 0개
박태명 사랑방칼럼 박태명 광주문화재단 전통문화관장

아름다운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광주 북구 충효동과 담양군 남면을 중심으로 한 지역을 흔히 ‘누정·가사문화권’이라 부른다.

 

언제부턴가 산수 수려한 이곳에 크고 작은 누정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고려 말을 기점으로 아름다운 누정과 자연을 자양분 삼아 ‘가사문학’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음으로써 한국시가문학을 한층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국내 유일의, 이 차별화된 문화유산을 활용해 뭔가 해보자는 것이 지난해부터 시작한 ‘풍류남도나들이’다.

 

광주시, 담양군, 광주 북구가 주최하고 광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풍류남도나들이’ 올해 중심 프로그램의 타이틀은 ‘누가풍류처사’로 정했다.

 

누정의 누(樓), 가사문학의 가(歌)의 첫머리를 따오고 누가, 즉 ‘Who’를 연상시키는 중의적인 표현을 담아 관람객을 끌어볼 요량으로 이렇게 작명했다.


소제목이 말해주듯 토요일 오후 가사문화권을 방문해 준비된 프로그램을 즐기면 누구나 이서, 송순, 정철처럼 ‘풍류처사’가 될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각 프로그램별로 흥미진진한 미션을 부여해 임무를 완성하면 쏠쏠한 선물도 증정하고 있다. 예상대로 반응이 뜨겁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된다.


송강 정철이 성산별곡을 지은 곳으로 특히 이름난 식영정에서는 1·3·5주째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식영인문학당’이 열린다. 석천 임억령, 서하당 김성원, 제봉 고경명, 송강 정철 등 ‘식영정 사선(四仙)’의 삶과 그들의 작품세계를 전문가의 재미난 해설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식영정 아래 빈터에서는 ‘식영풍류도원’ 프로그램이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준비된 선비복을 차려입고 가사의 한 대목을 직접 써보거나 부용당에 마련된 다례체험과 서하당의 서화체험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사촌 김윤제가 송강을 비롯한 여러 제자들을 길렀던 환벽당에서는 과거 할아버지가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가르쳤다는 ‘추구집’을 교재로 삼아 기초한문과 예절교육을 매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어린 학동들을 위해 과거의 퍼즐 맞추기 게임인 ‘승경도 놀이’도 준비했다. 이곳에서는 참가자들이 전통 방식으로 ‘풍류견문록’이라는 이름의 노트와 책갈피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준비돼 있다.


올해부터 취가정도 프로그램에 넣었다. 취가정은 임진왜란 당시 호남의병장으로 빛나는 전공을 세웠으나 정적들의 모함으로 생을 마감한 충장공 김덕령 장군의 고향 충효동에 위치해 있다.

 

충장공이 술에 취해 석호 권필의 꿈에 나타나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자 권필이 이를 바탕으로 쓴 시가 ‘취시가(醉詩歌)’이며 충장공의 애국충절과 억울한 죽음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정자가 취가정이다.

 

장군복을 입고 장검을 휘둘러보거나 목칼을 써 봄으로써 충장공의 영욕을 경험해보는 ‘나는 김덕령이다!’라는 체험프로그램이 방문객을 맞는다. 또한 매년 마을 주민들이 화전놀이 때 만들어 먹던 꽃지짐도 맛볼 수 있다.


조선중기 소쇄처사 양산보에 의해 조성된 소쇄원은 현존하는 국내 전통정원 중 첫손에 꼽힌다.

 

지난해 ‘소쇄원 48영 해설’, ‘전통악기 체험’, ‘풍류 달빛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던 소쇄원이 올 초 시작된 축대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아 우리와 잠시 이별 중이다.

 

완공이 예상되는 가을, 더 알찬 프로그램으로 방문객들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밖에도 7월 1일부터 매주 진행되는 ‘누정문화기행단’, 매월 보름 가까운 토요일 밤에 개최되는 명품퓨전국악공연 ‘풍류달빛공연’(세 번째 공연은 오는 7월8일 밤 8시 한국가사문학관 앞마당에서 열린다.)과 9월22일 전통문화관 너덜마당에서 펼쳐지는 ‘누정문화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와 ‘가사문학 윤문번역사업’, 10월에 개최되는 ‘누정문화제’ 등에도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또한 누정가사문화 탐방로 개설, 누정마을 꾸미기 등 장기 기획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힘을 보태주시면 좋겠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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