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경성시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2019.08.22. 12:20 수정 2019.08.22. 12:20 댓글 0개
주현정의 무등의시각 무등일보 차장

#경성시대#모던걸#모던보이#레트로#양림동#추억쌓기

SNS에서 이른바 '힙'(새로운 유행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하다는 뜻)한 해시태그의 한 유형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지만 1990년 초중반, 서양의 문화가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등장한 당대의 의복이나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최근 트렌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화려한 색감과 풍성한 레이스를 자랑하는 드레스, 망사로 얼굴을 반쯤 가린 모자, 팔꿈치까지 오는 장갑 그리고 양산까지. 요즘 젊은이들이 푹 빠진 '뉴트로 감성'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복을 입고 궁 등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하더니 근대시대를 그린 영화와 드라마가 흥행하면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이어진 경성시대 콘셉트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가까운 광주 양림동에서도 쉽게 엿 볼 수 있다.

'동서양의 콜라보, 개성 있는 경성시대 패션을 입고 모던걸, 모던보이가 되어 보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옷 대여점이 여럿 생겼고, 주말과 평일 할 것 없이 이를 즐기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당시 시대를 콘셉트로 한 마을축제도 매달 개최되고 있고, 광주시의 대표 문화콘텐츠인 시티투어버스 프로그램 중 하나로 시대극을 배경한 공연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경성시대가 갖는 역사적 사실이다.

경성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그러니까 일제강점기 시대의 서울을 의미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경성시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이 조선총독부 칙령에 따라 마음대로 바꾼 한성부(지금의 서울)의 이름이 경성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가 표방하고 있는 복식은 당시 서울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이 서양 귀족의 흉내를 내며 입었던 형식에 가깝다고 지적하는 역사학자들도 있다. 대한제국인이었다고 하더라도 자본주의 소비문화를 향유할 경제기반이 마련된 극히 일부에 불과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일본의 비열한 경제보복 조치로 국내에 거세게 일고 있는 'NO 재팬', '보이콧 재팬' 열기에 견주어보면 아이러니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자신들의 과오를 부정하는 일본을 상대로 한 불매운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쪽에서는 당시의 감성을 따라 잡는 콘셉트의 문화가 활발히 향유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일제강점기 미화 또는 부정의 개념이 아닌 재미로 즐기는 문화의 한 축일 뿐', '일제시대에 있었던 문화를 따라한다는 이유만으로 역사적인 사실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등의 항변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일본이 조선을 집어삼킨 후 과거 흔적을 지우기 위해 부단히도 애썼던 바로 그 시대, 이 때문에 우리에겐 아직도 회복되지 못한 뼈아픈 역사가 남아있는 그 시대의 문화를 '즐길거리'라는 미명 아래 향유만 하는 것이 과연 괜찮을까.

오늘 다시 '레트로'의 이면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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