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반성 없는 일본과 우리의 과제

입력 2019.08.21. 18:32 수정 2019.08.21. 21:01 댓글 0개
박지경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정치부장

일본 아베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때쯤인 지난 8월1일(현지 시각) 독일은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만행에 대해 다시 사죄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이 폴란드에서 열린 '바르샤바 봉기' 75주년 기념식에 참석, "독일인과 독일의 이름으로 폴란드에서 저지른 일이 부끄럽다"며 용서를 구한 것이다.

앞서 2015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0돌 기념식에서 "나치 만행을 되새겨 기억하는 것은 독일인의 영원한 책임"이라면서 "독일인들은 홀로코스트 가해자였고, 공모자였으며, 학살을 못 본 척한 자들은 은밀한 동조자였다"고 사죄한 바 있다.

또 독일 정부는 최근 이스라엘에 사는 나치 유대인 학살 생존자 약 22만명 중 5천명에게 매달 수백유로씩 지원하기로 했다. 독일 정부가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에게 그간 지원한 돈은 93조원에 이른다.

아울러 독일 법원은 지난 4월 2차 세계대전 때 아우슈비츠에서 경비원으로 일한 90대 노인을 살인방조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2016년엔 아우슈비츠에서 의무병으로 일했던 노인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부쳤다. 2015년엔 '아우슈비츠의 회계원'으로 알려진 오스카 그뢰닝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독일 정부는 나치 부역·동조자들이 자연사하기 전에 처벌한다는 방침에 따라 추적·체포·처벌을 계속하고 있다.

이 같은 독일의 태도는 같은 2차 대전 패전국가인 일본과 얼마나 다른가를 보여준다.

우선 일본은 피해국에 대한 진정한 사과가 없지만 독일은 전혀 다르다. 전쟁 배상의 경우, 독일은 해도해도 부족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대충 때우려는 자세다. 무엇보다 독일은 전쟁역사에 대해 철저히 교육하고 전범역사 찬양을 처벌하고 있지만 일본은 역사 왜곡은 물론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이어가고 있다.

독일과 일본의 전후 태도가 이처럼 다른 원인에 대해 전후처리 과정의 차이를 드는 역사학자가 많다. 물론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일본은 근본적으로 가해자로서 반성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역사 부정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식민잔재다. '식민지근대화론'이 영향력 있는 역사이론으로 거론된다는 점은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독립유공자 후손의 생활이 궁핍한 반면 친일파 후손들은 떵떵거리며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현실은 영화 속 허구가 아니다. 친일 경찰이 반공이데올로기를 내세워 독립운동가를 탄압했던 아이러니는 지금의 우리 사회에도 투영되고 있다. 이 같은 이해하기 힘든 현상은 친일을 척결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다.

일본의 경제침략에 분노하기보다 이성과 국익을 내세우며 굴복하기를 종용하는 세력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지 모르겠다. 그들은 다시 일제 치하를 경험하게 된다해도 애국·애민의 탈을 쓴채 타협을 주장할지 모른다. 그들은 우리 경제가 금방이라도 몰락할 것처럼 협박하는가 하면 당장 우리 국민이 몰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일제 잔재 청산을 못한 우리는 언제까지 또 이렇게 힘겨운 싸움을 해야할지 알 수 없다. 우리 손으로 이루지 못한 광복, 그리고 이에 기인한 분단과 일제 잔재는 여전히 청산해야 할 최대 과제로 남아 갈길 가기 바쁜 우리 발목을 잡는다. 특히 현실의 이해 때문에 역사문제가 과거의 피곤한 기억인양 무시하려는 우리 내부의 적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철저히 반성하고 더 이를 앙다물어야 하는 이유는 오늘 한일 갈등이 역사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후손이 같은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또한 우리가 일본에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은 단순히 국익 차원이 아니다. 일본의 군국주의화, 즉 재무장을 막아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평화를 수호하려는 몸부림이다. 한데 뭉쳐 이기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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