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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단체 반발에 이집트 '反고문 회의' 연기

입력 2019.08.21. 13:17 댓글 0개
"고문국가서 反고문회의 비논리적" 지적
【카이로=AP/뉴시스】이집트의 첫 민선 대통령이었던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지난 6월17일(현지시간) 67세를 일기로 사망했다.지난 2014년 5월 8일 카이로 법정에 출석한 무르시 전 대통령의 모습. 2019.08.21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이 다음달 4~5일 이집트 인권 당국과 함께 카이로에서 고문 반대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인권단체들이 개최국 이집트의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반대하면서 연기됐다고 알자지라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OHCHR 대변인인 루퍼트 콜빌은 알자지라에 아랍 지역 고문 실태를 조사하고 불법화하기 위한 회의를 이집트에서 열 예정이었지만 연기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이 회의를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에서 열 예정"이라면서 "멀리 떨어진 유럽이나 다른 지역보다 가까운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여는 것이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최 장소와 시기를 결정하기 전 비정부기구(NGO)와 각국 인권 당국들과 폭넓게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집트 인권단체인 카이로 인권연구소 관계자는 알자지라에 "고문이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국가에서 반(反) 고문 회의를 여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면서 "이집트와 현 정권은 인권과 관련된 어떠한 행사에서도 배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단체들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정권이 반대 세력에 대해 고문과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실제 엘시시 대통령이 주도한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도 6년간 교도소 독방에 외부와 단절된 채 갇혀 있다가 지난 6월 급사한 바 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수감 기간 수감 기간 당뇨와 신장병에 걸리는 등 건강이 크게 악화됐지만 변호사와 의사 접근권을 보장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AP/뉴시스】지난 3월28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한 거리에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의 포스터가 걸려 있다. 2018.08.21.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지난 2017년 엘시시 대통령이 경찰과 보안군에 정적에 대한 고문을 사실상 허용했다고 비난했다. HRW는 지난 2월에서도 이집트 당국이 고문과 학대를 중단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조사를 요구했다.

국제사면위원회도 이집트 교도소에 수감 중인 정치범에 대한 고문과 학대 의혹을 제기하면서 조사를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집트 당국은 고문과 학대 의혹을 부인하면서 인권단체의 주장은 정치적 의도에 기인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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