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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日시민단체 희망연대 "'반(反)아베'로 뭉쳐야"

입력 2019.08.21. 10:11 댓글 0개
오늘 '한일 시민의 미래를 향한 연대' 면담…성명서 낭독
희망연대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일방적 비열한 행위"
박원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자유무역 질서 무너뜨려"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박원순(뒷줄 오른쪽 두번째부터) 서울시장과 시라이시 다카시(왼쪽) 일본 시민단체 희망연대 대표를 비롯한 희망연대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가진 면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 세번째부터 야마자키 마코토 입헌민주당 중의원, 시라이시 다카시 희망연대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세토 다이사쿠 희망연대 사무국장. 2019.08.21.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배민욱 윤슬기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과 일본 시민단체 '희망연대'는 21일 '반(反)일 반한'이 아닌 '반아베'로 양국 시민이 뭉쳐 시민교류와 연대를 통해 우호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일본 시민단체 희망연대의 시라이시 다카시 대표, 야마자키 마코토 일본 중의원의원 등 희망연대 회원 14명과 만났다. 이들은 '한국과 일본 시민들의 미래를 향한 연대'를 화두로 면담했다.

희망연대는 이 자리에서 '박 시장께 한일 시민교류를 추진하는 희망연대로부터의 메시지'라는 이름의 입장문을 낭독했다.

다카시 대표는 "아베 정권은 일본 내에 혐한의식을 부추기고 한국의 보수 반동세력과 연동해 문재인 정권을 공격하고 있다"며 "내우외환으로, 즉 소비세 인상과 연금 문제 등의 국내 문제에서 시선을 돌리게 하려는 비열한 정책이지만 안타깝게도 일본 내에서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한국 시민들은 아베 정권의 의도를 간파하고 '반일'이 아니라 '반아베'를 명확히 내세워 반격하고 있다"며 "오히려 지금 요구되고 있는 것은 일본 시민사회가 아베 정권의 언행을 바로잡고 한일연대운동을 고조시키는 것이다. 바로 일본 시민운동이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답을 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 정부는 '신뢰 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됐다'며 지난 2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결정을 했다. WTO(세계무역기구) 규약 등 국제법 위반뿐만 아니라 한일 관계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려고 하는 일방적이고 비열한 행위"라면서 "한일시민연대의 입장에서 우리는 지난 8일 다른 8개 단체와 연대해 공동 기자 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에 항의 호소했다"고 강조했다.

다카시 대표는 "박 시장은 3월3일 '정부가 잘못했을 때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양국의 시민운동'이라고 말했다"면서 "우리는 이 말에 공감하다. 현재 최악이라는 한일 정부 관계를 회복하고 새로운 우호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한일 시민 교류와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희망연대는 경색된 한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다카시 대표는 "현재 한일문제의 본질은 아베 정권의 일방적이고 비열한 문재인 정권에 대한 공격"이라며 "우리는 '반일·반한'에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반아베'로 뭉쳐 반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1910년 한일강제병합 등의 침략의 역사를 정확히 인식하고 한일청구권협정이 일본이 준 혜택이라거나 한국대법원 판결은 협정을 무시하고 있다는 잘못된 역사인식을 일본 사회로부터 불식시켜내야 한다"며 "한국에서는 민주정신인 촛불혁명으로 보수정권을 무너뜨렸다. 촛불정신에 의해 탄생한 문재인 정권은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아베 정권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언론이 너무 편향돼 아베 정권에 영합하고 의중을 헤아려 사실을 왜곡한 보도가 늘어나면서 여론을 잘못된 곳으로 이끌고 있다"면서 "우리는 양심있는 언론 관계자와 시민들의 공동 작업으로 보도 조사 활동(팩트 체크 운동)을 수행하며 그 활동을 통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일본 여론에 제대로 된 역사 인식에 기반한 사실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박원순(오른쪽) 서울시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가진 일본 시민단체 희망연대와의 면담에서 시라이시 다카시 일본 시민단체 희망연대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시라이시 다카시 일본시민단체 희망연대 사무국장. 2019.08.21. misocamera@newsis.com

박 시장은 다카시 대표의 제안에 적극 지지를 표했다.

박 시장은 "그동안 한국과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들과 양국의 건강한 시민사회는 인간의 존엄과 역사의 정의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고 그것을 지키려는 공동의 행동을 취해 왔다"면서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사회는 강제징용자와 위안부 문제, 역사교과서 왜곡 등 한일간의 과거사 문제에 깊이 공감하며 해결을 위해 함께 해줬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광장의 위대한 민주주의를 만들어온 대한민국의 시민들과 시민사회도 지금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며 "아베 정부의 과거사 부정, 부당한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반대하고 그 수단으로 강력한 불매운동을 벌이면서도 그것이 일본 그 자체에 대한 반대와 적대가 아닌 아베 정권과 그 부당한 경제보복조치, 이 조치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군국주의 사고방식과 일방주의가 타겟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베정부의 부당한 경제보복조치는 오랜 시간 많은 위기와 갈등에도 불구하고 평화적이고 상생적으로 발전해온 한일관계를 얼어붙게 만들고 일반적으로 확립된 자유무역의 국제적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한일관계를 회복하고 새로운 우호를 구축하기 위해 반일·반한의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반아베로 뭉치자는 시라이시 다카시 희망연대 대표의 제안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과 일본 양국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비가 온 뒤에 땅이 더욱 단단해진다는 말이 있다"며 "이번 교류를 계기로 우정과 평화가 지배하는 새로운 한일관계의 단초가 단단하게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박 시장은 "국가적 이익을 넘어서서 인류 보편적인 가치가 더욱 굳건해지고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시발점이 되기길 바란다"며 "우리는 왜곡과 갈등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현실을 '평화'와 '미래'로 돌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새 시대의 역사를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시민에게서 나온다고 믿는다"며 "정치와 정권은 유한하지만 시민과 국민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깨어있는 양국 시민들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힘찬 연대를 실천해주길 바란다. 모든 힘을 다해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야마자키 마코토(왼쪽) 입헌민주당 중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가진 일본 시민단체 희망연대와 면담에서 박원순(오른쪽) 서울시장에게 서한을 전달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2019.08.21. misocamera@newsis.com

이날 행사에 함께 참석한 야마자키 마코토 일본 중의원의원은 박 시장에게 서한을 전달했다.

마코토 의원은 박 시장에게 "안좋은 한일관계에서도 시민들이 자주 만나는게 중요하다"며 "미래를 위해서라도 한일관계는 좋은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면담은 서울의 혁신정책 연구를 위해 방한(19~21일)한 희망연대가 박 시장에게 한일 관계 개선방안 제안을 요청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희망연대는 지자체 정책 연구와 시민 참여 유도를 목적으로 설립된 일본의 시민단체다. 시민운동가, 전문가, 진보성향 정치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 항의하고 서울시민에 대한 사과의사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일본에서 열었다. 지난해 3월에는 '서울의 시민민주주의-일본의 정치를 바꾸기 위하여'란 책을 발간해 시민민주주의, 노동존중특별시, 찾아가는 복지 등 서울시정 철학을 소개하기도 했다.

mkbae@newsis.com, yoonseul@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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