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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가족계획연맹, "낙태추천 포기하느니 700억원 연방지원금 포기"

입력 2019.08.20. 23:27 댓글 0개
미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가족계획연맹 클리닉 AP

【서울=뉴시스】김재영 기자 = 미국 저소득층 여성의 낙태 선택권 보장에 앞장서온 미국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이 낙태 추천 포기를 조건으로 한 연방 지원금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19일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가족계획연맹은 최근까지 연 6000만 달러(700억원)를 받아온 연방 보건복지부 예산 지원금에 대한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연맹은 민간기구이지만 미국 농촌 및 도시 빈민층 거주지에서 여성 건강과 관련해 한국의 보건소 역할을 해오고 있다. 피임, 임신 테스트, 성교육, 유방암 및 성병 검사 등을 무료 내지 저가로 서비스해주면서 여성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연맹의 클리닉 방문 상담자는 40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미 가족계획연맹이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정치적인 비중을 갖고 이슈화되는 것은 낙태 시술 및 낙태 추천 소견서 때문이다. 가족계획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연맹은 낙태에 찬성하며 낙태 반대 분위기가 1973년 합법화 이후에도 사그라질 줄 모르는 미국에서 낙태 시술의 합법적 통로 역할을 해왔다.

미국내 클리닉 600개 소를 거느리고 있는 연맹은 자체 클리닉에서든 친연 관계인 타 의료 기관에의 추천 소견을 통해서든 한 해 30만 건이 넘는 낙태를 시술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산부인과가 점점 없어지는 미국 여러 지역에서 낙태 시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의료 시설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 만큼 낙태 반대의 보수주의자들로부터 비판과 물리적 공격을 심하게 받아왔다. 트럼프 정부 들어서 보건부는 관련 프로그램 예산을 받을려면 면담자에게 낙태에 관해서 말은 할 수 있지만 어디로 가면 낙태를 할 수 있다거나 추천 소견서를 써줘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연방 지원금은 낙태 시술에 쓸 수 없으므로 가족계획연맹이 지금까지 지원금을 받아 낙태에 관련해 할 수 있는 최대치는 타 의료기관에의 시술 추천서라고 할 수 있다.

연맹은 고심 끝에 낙태 추천 포기를 조건으로 내건 연방 지원금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미 가족계획연맹은 국내뿐 아니라 여러 가난한 나라에서 국제 클리닉도 운영하고 있으며 연 총예산이 10억 달러가 넘는다. 미 연방정부로부터 이번에 포기한 프로그램 지원금과 별도로 저소득 및 장애 의료보조 연방예산인 메디케이드에서 5억 달러가 넘는 돈을 받고 있다.

미국은 대법원의 5 대 4 판결로 24주 내 낙태가 합법화되었지만 트럼프 정부 들어 남부 및 중서부 10개 주에서 이유 불문 태아 심장박동이 들리는 8주 후 낙태를 금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지난해에는 오바마 헬스케어 법 조항을 고쳐 종교적 이유로 고용주가 종업원 건강보험에서 낙태 부문을 제외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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