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47년 함께 한 자전거···"다시 태어나도 페달 밟는다"

입력 2019.08.20. 17:49 수정 2019.08.20. 17:49 댓글 0개
양재환 나주시청 사이클부 감독 정년 퇴임
양재환 前 나주시청 사이클부 감독

"고교시절부터 함께 해온 자전거 외길 인생 47년은 내게 삶 그 자체였고 보람찬 인생이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페달을 밟을 것입니다."

한 달 여 전 28년 동안 정들었던 벨로드롬을 떠났던 양재환(62) 전 나주시청 사이클부 감독이 2020트랙아시아선수권대회 사무총장을 맡아 다시 돌아왔다.

고교시절 운명적으로 찾아온 자전거로 한 평생을 살아왔고 다시 자전거로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는 양 사무총장은 "팀이 존속하려면 우수한 성적 뿐이 없다"라는 지도 철학을 내세워 선수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화려한 성적을 올리고 명성을 쌓았다.

본보 양기생 문화체육부 부장이 양재환 전 나주시청 사이클부 감독과 대담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이클 역사와 함께 해온 양 사무총장을 지난 7일 만나 자전거 외길 인생을 들어봤다.

▲아시아선수권대회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양 총장은 트랙아사아선수권대회를 먼저 꺼냈다. 정년 퇴임한 지 한 달 만에 막중한 임무의 중책을 맡은 것을 보면 타고난 일꾼 임을 증명한 셈이다.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의 중요성을 먼저 강조하며 얘기를 풀어나갔다. 양 총장은 대회 명칭을 봐서 알 듯이 이번 대회는 2020년 도쿄 올림픽 대비해 국제 대회 유치로 실력 향상과 올림픽 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했다고 밝혔다.

당초 올림픽이 열리기 3개월 전인 2020년 5월 개최하기로 했으나 올림픽 출전 포인트 부여하는 국제사이클연맹 일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올해 10월로 일정이 변경됐다는 것이다.

제40회 트랙아시아선수권대회는 10월17일부터 21일까지 5일 동안 남녀 엘리드 10 종목, 남녀 주니어 9종목, 장애인 4종목이 진행된다.

이번 대회는 내년 올림픽 쿼터가 걸려 있어 아시아 25개국 최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양 총장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2가지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첫 번째는 경기장 적응력 테스트와 성적이다. 보통 자전거 경기가 열리는 벨로드롬은 나주 구장을 포함해 야외 330m 경기장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장이 너무 커서 라이더와 관람객이 함께 호흡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관객과 선수가 스피드있게 지나는 순간 순간을 즐기기 위해 250m 벨로드롬이 국제적으로 선호되는 추세다.

이번에 국내서 처음으로 진천선수촌에 완공된 250 벨로드롬에서 국제대회를 개최해 운영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국제적인 선수들과 경기를 통해 국내 선수들의 실력을 향상시켜 내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자는 취지다.

나머지는 TF팀을 꾸려 성공적인 대회 개최 준비와 대외협력 업무다. 국제사이클연맹과 아시아연명과의 국제 업무를 총괄해 야 한다.

▲운명처럼 만난 자전거

함평이 고향인 양 총장은 학다리중학교 시절 처음 자전거를 접하게 됐고 짐발이 자전거로 실용자전거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다. 특기생이 아닌 일반 학생으로 광주 숭일고로 진학한 양 총장은 자전거부에 창단 멤버로 들어갔다.

광주전남 고등학교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무등경기장에서 열린 고등학교 안보실기대회 자전거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자전거 인생의 길을 걷게 됐다.

고교 졸업 뒤 자전거를 잠시 놓게 되는 양 총장은 1977년 전남에서 전국체전이 열리면서 발령을 받게 된다. 아시아자동차가 자전거부를 창단하는데 합류하고 그해 전국체전에서 금 1개와 은 1개를 따면서 자전거와의 동행이 시작됐다. 선수생활을 끝내고 군대를 다녀온 뒤 장성중 자전거부 코치로 임명된 뒤 소년체전에서 은메달 1개를 따냈다.

1984년 아시아자동차를 코치로 들어갔으나 1년 도 안돼 대회 중 사고로 선수가 크게 부상을 당해 사표를 냈다. 우여곡절 끝에 1991년 선수 5명으로 창단된 나주군청 사이클부 코치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했다. 초창기에 팀 운영은 이루말할 수없이 어려웠다. 코치 겸 심판으로 활동한 양 총장은 심판을 하면 받는 돈을 팀 운영비로 돌려서 쓸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성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지자체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지원도 늘어나면서 팀 운영에 숨통이 트였다.

양 총장의 자전거 사랑은 무한대였다. 전남자전거연맹 전무이사,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나주 다시중, 금성중, 전남체중, 금성고, 전남미용고 사이클부 창단에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2003년부터 2019년까지 17년 동안 나주사이클경기장에서 대통령기사이클대회를 유치해 스포츠마케팅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한국실업자전거연맹 실무부회장, 대한자전거연맹 및 전남체육회 경기력 향상 위원으로 활동하며 자전거 발전에 이바지해오고 있다.

양 총장은 나주에 250m 벨로드롬을 조성해 2022년 전국체전 사이클경기를 개최하고 싶었는데 무산된 점을 아쉽게 생각했다. 나주시와 지역민의 지지와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이 자전거 인생 외길에서 뼈아픈 부분으로 남아있다고 토로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관왕의 위업들 달성한 나아름 선수를 발굴해 육성한 지도력은 압권으로 인정받고 있다.

▲화려한 경력 성적

양 총장의 자전거 인생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물론 화려함 뒤에는 땀과 열정이 뒷받침됐다. 그는 한국 사이클의 역사와 명성을 함께 해온 그야말로 자전거 사나이였고 사이클 사랑을 몸소 실천했다.

나주시청 사이클부를 이끌며 수 없이 많은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며 명성을 쌓았다.

2001년 대통령배사이클대회에서 창단 이후 첫 종합우승을 일궈낸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전국체전과 대통령기, 815도로사이클대회 등은 나주시청 사이클부의 메달 밭이 되었다.

가장 보람을 느낀 대회를 말해 달라는 요구에 양 총장은 제주 체전과 도하 아시안게임을 거론했다.

나주시청은 2004년 제85회 제주 전국체전에서 자전거 종목으론 3천점 이상 점수를 획득하며 처음으로 종합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또 2006년에는 도하 아시안게임에 사이클 총감독으로 출전해 사이클이 금 5개, 은 3개, 동 8개를 획득하며 우리나라가 종합 2위에 오르는데 수훈갑이 됐다. 양 총장은 국가로부터 훈장을 받았고 나주시는 서기관급으로 승진시켜 줘 노고에 보답했다.

2007년에는 대통령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배, 815도로경기대회에서 우승하며 '시즌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 국내 최강의 팀으로 우뚝 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트랙 대회에 참가해 금 1개와 동 1개를 획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양 총장은 "28년간 정들었던 벨로드룸을 떠나니 시원섭섭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현장은 떠나지면 아들과 딸 같은 후배 선수들이 마음 놓고 좋은 무대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주고 싶고 그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트랙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 포인트를 많이 획득하고 올림픽에서 역대 최초로 메달을 따내는 초석이 되었면 한다"고 덧붙였다.

양기생기자 gingullov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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