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성평등 교육과 스쿨 미투에 대한 고민

입력 2019.08.20. 16:34 수정 2019.08.20. 16:48 댓글 0개
김경은 법조칼럼 변호사(법률사무소 인의)

스쿨미투는 그동안 용기를 내지 못했던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공론화의 장을 열었다. 이제는 누구나 피해를 입은 사실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고,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회 현상에는 명과 암이 있는 법이다.

최근에 학생들로부터 민원이 있다는 이유로 충분한 소명 기회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수사의뢰 조치와 직위해제 함으로써 성비위 교사로 낙인 찍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민원 일변도의 행정이자 교사들에게 학교현장의 생활지도 및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보호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 제7조 제1항은 교원에 대한 민원, 진정 등을 조사하는 경우 해당 교원에게 소명할 기회를 주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그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인사상의 불이익한 조치를 하지 않으며, 제2항, 제3항은 교원의 수업과 정당한 교육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아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교사의 자기 방어를 위한 교권위원회를 열지 않고 성고충심의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은 채, 자기방어 절차 없이 성비위 사건으로 몰아 수사의뢰 하는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즉 교육현장에서 성비위 관련 사건 '매뉴얼'을 헌법이 보장하는 '형사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죄형법정주의'나 '교원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보호 특별법 시행령'보다 우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교사가 법률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수업권과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교육차원의 교사지도나 수업내용까지도 징계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교권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스쿨미투를 통해 학생의 성적 자기결정권 존중과 성평등의 학교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성비위 근절의 행정 의지를 관철하기 위하여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해 법령의 처리절차를 무시하고 성희롱. 성폭력 사건 매뉴얼을 임의로 우선 적용하는 것은 헌법과 교육기본법이 규정하는 교원의 전문성을 침해하고 교육활동 관련 권한을 위축시키는 것으로 법령에 의거 행정을 집행하는 자치단체의 권한을 남용하는 결과가 나올수 있다.

헌법 제31조 4항은 교육의 전문성을 언급하고 있으며 교육기본법 제 5조 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로 하여금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정당한 교육 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아야 함을 헌법과 법률에서 명시하고 있다. 최근에 '성비위'로 교육청이 수사의뢰했다가 '무혐의', '불기소기각' 등으로 결론 난 경우에도 배제 징계(파면, 해임)를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같은 징계는 신중해야 한다.

최근 광주시 한 중학교 도덕교사가 수업시간에 성평등 단원을 진행하면서 지금의 남성중심 상황과 뒤바뀐 성역할을 묘사한 11분짜리 프랑스 영화를 수업자료로 활용한 부분에 대해 성적수치심을 느낀 피해자(학생)의 민원이 있으니 가해자(교사)를 격리하는 차원에서 스쿨미투 매뉴얼에 따라 즉각 직위해제하고 학생대상 전수 조사 후 성비위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받는 상황이 일어났다.

이 교사는 도덕시간에 성윤리·성평등 단원을 공부하면서 보여주었던 영상이 불편했다는 민원으로 인해 도덕교사가 광주시교육청으로부터 '성비위 교사'로 규정되었다. 도덕시간의 성윤리·성평등교육은 남녀가 함께 사는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시민으로서 성윤리의식을 어떻게 가져야 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이다. 이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 어쩌면 당연한 느껴야 할지도 모른다. 수업과정에서 나온 불편함과 수치심은 지속적인 수업의 연장선에서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 이 수업의 목표였다.

수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업시간에 생활중 겪었던 성적 불편함이나 수치심, 성희롱 등을 자유롭게 말할수 있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도덕수업시간 중 성평등 관련 교육자료 문제였다. 적절성이 문제라면 시교육청이 고발전에 해당교사의 수업취지와 학생들의 이해도, 전문직으로 구성된 사람들이 모여 교과담당 교사와 함께 토의평가를 거쳐 자체 심의하는 것이 교육적 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민원이 있다고 해서 학교 교사를 무조건 고발부터 하고 보는 것은 아무래도 교육적이지 않다. 그보다는 성평등 교육을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공론화장부터 만들었으면 한다. 성평등을 향한 교육 주체들의 다른 의견을 어떻게 교육적으로 수용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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