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마스터즈수영대회 결산-上.모두가 대회 주인공

입력 2019.08.18. 20:19 수정 2019.08.18. 20:21 댓글 0개
열정 치유 우정...14일간 감동 드라마
장애인 편견 깨 도전에 팬들 환호
물속에서 피어난 인간 승리에 감동
자원봉사자 헌신으로 만든 합작품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대회' 폐회식이 18일 오후 광주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야외무대에서 이용섭 조직위원장 겸 광주시장,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모하메드 디옵 FINA 뷰로 리에종, 도린 티보즈 FINA 마스터즈 위원장 등 FINA 관계자와 선수단,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이날 참가국 기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이번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대회는 그야말로 한 편의 감동의 드라마로 채워졌다.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사연을 간직한 이들이 '수영'을 매개로 광주에 모여 도전하고, 극복하면서 위로하고 위로받았다.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했으며 우정을 나누는 축제의 한마당이기도 했다.

장애를 극복하려는 이, 수영여제의 37년 만의 복귀, 어느 입양아의 46년 만의 고국 방문, 90세가 넘은 고령 참가자들의 도전, 쌍둥이 남매의 봉사 등 수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졌고, 이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먼저 자폐장애 1급인 이동현(29)씨의 사연이 모든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이씨는 1천여명의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일한 장애인으로 참가해 경영 자유형 100m, 접영 50m, 접영 100m에 출전했다.

세계 각국의 비장애인들과 실력을 겨룬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시선도 있었지만 이씨는 "그들과 기록과 순위를 다투겠다는 것이 아니다. 함께 시합하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당차게 도전했다.

자신의 삶보다 아들의 인생을 함께 살아온 어머니 정순희(58)씨는 광주에서 세계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참가 신청을 했다. 정씨는 "아들에게 비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멋진 역영의 경험과 즐거움을 선물하고 싶었다"면서 "세상의 모든 장애인과 그 부모들에게 큰 용기와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온 청각장애인 골드베르그 필(32)과 로빈(30) 형제의 도전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출발신호를 들을 수 없어 광학 출발신호에 의지해야 했지만 그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당당했다.

형제는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를 갖고 있었다. 보청기 없이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지만 5~6살 때부터 수영을 시작해 한때 장애인 수영 독일 대표도 했다.

형제는 "청각장애는 우리의 신체적 움직임이나 빠른 수영 능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런가 하면 70년대 중후반 한국 신기록을 무려 32차례나 경신하며 한국 여자수영의 간판으로 활약했던 최연숙(60)씨가 37년 만에 깜짝 복귀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더 이상의 경쟁자가 없어 더 큰 곳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꿈이 이루어지지 않자 조기 은퇴를 선택한 스타는 2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지금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토록 그리던 물로 되돌아왔다.

최씨는 "여러 이유로 내려놓았거나 잃어버렸던 자신을 다시 확인해 찾아가는 대회였다"며 이번 대회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6살 때 독일로 입양을 갔다가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무려 46년 만에 처음으로 고국을 방문한 라인들 심 미리암(52)씨의 사연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는 "태어난 나라에서의 역영은 특별한 경험이었으며 특히 제 기록을 20초나 단축시켜 경기 결과에 대단히 만족한다"고 말했지만 입양과 관련한 대목에서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또 "한국의 부모님은 전혀 기억이 없고 특별히 찾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태어난 나라에서 아름다운 경험을 했다. 대회가 끝나면 독일에서 오기로 한 친구와 3주일 동안 한국의 곳곳을 다니며 여행을 즐기겠다"고 말해 고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대회 가장 큰 감동은 고령의 참가자들이었다. 나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도전으로 박수를 받았다.

여자 자유형에 참가한 아마노 토시코(93·일본)씨는 대회 최고령자였다. 비록 빠르지 않았고 다른 선수들과 격차는 크게 벌어졌지만 자신만의 레이스를 펼쳐 완주했다.

아마노는 "다음 대회에도 계속 나갈 것이며 100세까지는 출전하고 싶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우리에게 도전의 의미를 일깨워 줬다.

남자 최고령이자 최다종목 출전자였던 불가리아에서 온 테네프 탄초(91)는 노익장의 정점이었다. 젊은 사람들도 쉽지 않은 다이빙에 나서는 등 무려 11개 종목을 신청해 도전을 이어갔다.

그는 "내 삶의 욕망이 있다. 욕망이 없으면 목표에 다다를 수 없으며 삶 또한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나는 나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이 대회에 참가했다"며 끊임없는 도전을 강조해 감동을 줬다.

이 같은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또 다른 땀과 열정이 있었다.

선수촌 자원봉사에 나선 쌍둥이 남매의 이야기도 화제였다. 미국에 거주하는 오빠 소원호(65)씨와 광주에 사는 동생 성자씨 쌍둥이 남매가 의기투합해 청소 봉사에 나선 것이다. 이들 남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땀 흘리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분들의 헌신이 대회를 치러내는 힘이고 광주의 저력이 아니겠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는 무대 위에서 펼쳐진 가슴 찡한 사연과 도전, 그리고 무대 아래서는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시민서포터즈, 운영요원들의 헌신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한경국기자 hkk42@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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