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부부싸움, 칼로 물베기?···감정쇼 '얼마예요' 100회 현장
입력 2019.08.18. 06:02 댓글 0개【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한다. '이놈의 원수!'라며 죽일 듯이 싸우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인다.
연예인 부부라고 다르지 않다. TV조선 예능물 '인생 감정쇼, 얼마예요?'가 2년여 동안 사랑 받고 있는 비결도 이 때문 아닐까.
'얼마예요'는 부부가 살면서 느끼는 크고 작은 감정들을 돈이나 가격으로 감정하는 토크쇼다. 2017년 9월25일 방송을 시작, 19일 100회 방송을 앞두고 있다.
일등공신은 출연자들이다. 아나운서 이윤철(65)·비연예인 조병희(64) 부부를 필두로 가수 홍서범(61)·조갑경(52), 영화배우 박준규(55)·진송아(53), 연극 연출가 손남목(49)·최영완(39), 개그맨 오정태(43)·비연예인 백아영(35), 핸드볼선수 출신 최현호(43)·아리랑TV 리포터 출신 홍레나(38) 부부 등이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부부 사이의 고민을 스스럼없이 털어놓고, 시청자들은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분노한다. '그래도 우리 남편이 낫네~'라며 대리만족하기도 한다.
최근 서울 상암동 디지털큐브에서 진행된 '얼마예요' 100회 특집 녹화 현장은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오랜만에 만난 출연진은 녹화 전부터 인사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었다.
트로트가수 홍주(41)의 축하무대로 녹화 시작을 알렸다. 무용수들은 북을 치며 분위기를 띄웠고, 붉은 의상을 입은 홍주는 '온 세상에 꽃이 피었네'를 열창했다. 홍주와 씨름선수 출신 백승일(43) 부부는 '얼마예요?'에 게스트로 얼굴을 내비치곤 했다. 이날 부부는 100회 특집 게스트로 출연하지 않았지만, 백승일은 딸과 함께 녹화장을 찾아 홍주를 응원했다.
MC 손범수(55)는 "100회의 문이 활짝 열렸다"며 "첫 방송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0회를 맞아 감개가 무량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1~100회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연한 이윤철·조병희 부부에게 공을 돌렸다. 이윤철은 '국민 아나운서'에서 '국민 밉상'이 됐다며 "'얼마예요?' 미워져야 하는데 밉지 않고 인생의 후반기에 큰 재미를 줘 고맙다"고 전했다. 조병희는 "'얼마예요?'를 통해 잃고 살았던 설렘을 되찾았다"면서도 "남편을 잃었다. 이제 대놓고 밉상 짓을 한다"고 해 웃음을 줬다.
100회 특집 주제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다. '부부별 토크 베스트 그때 그 사건' 코너에서는 '시청자가 뽑은 불량 남편은?' '같이 살고 싶은 남편이 있다면?' '내 사위 삼고 싶지 않은 사람은?' 등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반가운 얼굴도 모습을 드러냈다. 야구선수 출신 이병훈(52)·비연예인 백영미 부부는 다시 보고싶은 게스트로 뽑혀 100회 특집에 참여했다.
이 외에도 주부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주제가 다뤄졌다. 배우자가 수상해, 아내 앞에서 하지 말아야 할 말·행동, 자식이 먼저 vs 남편이 먼저, 배우자의 이성친구 찬성 or 반대 등이다. '내가 불량 남편이 된 건 장모님 때문이다' '나는 지금부터 각방을 선포한다' '나는 배우자 몰래 1박2일 해외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등 출연진의 폭탄 발언도 이어졌다. 100회 특집답게 몰래 온 손님이 등장, 실루엣 토크를 벌여 재미를 더했다.
'얼마예요'에서 오디오 겹치기는 흔한 일이다. 부부들이 이야기를 해도, 여기저기서 다른 출연자들의 멘트가 쏟아졌다. 오정태는 개그맨답게 '얼마예요'의 웃음을 책임졌다. 물론 녹화 주제, 진행 순서 등이 적힌 대본은 있지만, 이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여성 출연진은 마치 친정에 온 듯 그 동안 남편에게 쌓인 불만을 토로한다. 손범수는 베테랑답게 출연진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변호사 신은숙을 비롯해 씨름선수 출신 이만기(56), 모델 이선진(45) 등 패널들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신 변호사는 '얼마예요'의 신 스틸러로 손꼽힌다. 부인들이 하지 못하는 말을 남편에게 대신해줘 시원함을 준다.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 정곡을 찌르는 멘트로 주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신 변호사는 "주부들이 많이 좋아해줘서 감사하다"면서 "대본대로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부부들의 이야기를 듣고 느낀 그대로 말할 뿐이다. 실제로 상담 받으러 온 분들도 '속이 시원하다'고 한다. TV에 조금 무섭게 나와서 속상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오히려 더 좋다"고 했다.
"출연진 중 손남목씨가 가장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바빠서 아내인 최영완씨를 너무 방치하지 않느냐. 일에 미쳤다기 보다 본인의 결혼 전 생활습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까. 진짜 이해할 수 없다"고 해 웃음을 줬다.
'얼마예요'는 2주에 한번씩 2회 분량의 녹화를 한꺼번에 한다. 이날은 99·100회 녹화를 했는데, 4~5시간 넘게 이어져도 출연자들은 지치지 않았다. 부부들끼리도 친해 다른 예능물에 비해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녹화 후 떨어질 법도 한데 여전히 붙어 있는 출연진을 발견했다. 바로 박준규·진송아 부부다.
박준규는 "'얼마예요' 녹화하는 날은 아내와 붙어 있을 수 있어서 좋다"면서 "부부가 종일 같이 있는 경우가 잘 없지 않느냐. 다른 부부들은 함께 있는 게 싫다면서 '우리가 거짓말하는 것'이라고 하기도 하더라. 우리 아내는 나를 피곤하게 하지 않는다. 바가지를 긁지 않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웃었다.
"연예인 부부가 나와서 투닥거리고 서로 갈구고 깔아뭉개는 부분들이 안 좋아 보일 수 있다"면서도 "이 안에서 보면 다들 사이가 좋고, 가끔 서운한 것을 방송에서 말하는 것 뿐이다. 사는 방식이 다르니까 재미있게 봐줬으면 좋겠다. 심각하게 혹은 진지하게 보면 안 된다. 다른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싸울 일이 아닌데' 싶을 때가 있다. 서로 절충하고 이해하면서 사는 게 가장 이상적인 부부"라고 강조했다.
'얼마예요'가 100회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은 출연자들의 진정성이 아닐까. 부부 예능물의 홍수 속에서 '얼마예요'는 구설 한 번 없이 버텼다. 때로는 자극적이라고 비난 받기도 했지만, 가감없이 스타 부부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손범수는 "'얼마예요'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시청자들의 성원과 사랑 덕분"이라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101회부터는 좀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부부들의 인생을 속 시원하게 감정하는 그날까지 '얼마예요'는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100회는 19일 오후 10시 시청자들을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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