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부터 한국현대정치 흐름 파악
입력 2019.08.14. 17:02 수정 2019.08.14. 17:02 댓글 0개광복 제74주년을 맞아 광복과 독립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의미있는 책들이 다양하게 출간돼 눈길을 끈다.
'백범, 거대한 슬픔'(김별아 지음·해냄·1만5천원)은 기발한 상상력, 인물의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김구(1876~1949)의 생애를 재구성하고 삶의 다양한 편린을 담았다. 탁월한 필력으로 인간적 면모를 촘촘하게 그려냈다.
백범은 한국 독립 투쟁사에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겼다. 1893년 동학에 들어가 동학농민전쟁에서 황해도지역 동학군 선봉장으로 활약했다. 1896년 치하포에서 국모 명성황후의 원수를 갚는다는 신념으로 일본인 쓰치다를 처단했다. 나라가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자 고향에서 교육사업에 힘을 쏟았다.
이후 중국으로 망명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합류했다. 임시정부 경무국장, 내무총장, 주석 등을 지내며 임시정부를 이끌었다. 생활인으로서 매우 불행한 삶이 아닐 수 없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 아픔, 모진 고문과 박해, 나라를 잃는 슬픔 등을 겪으며 눈물겨운 사투를 벌인다. 작가는 백범의 위인성을 재확인하는 것을 넘어 그가 왜 그렇게 살고 죽어야 했는가를 묻는다.
해방을 맞아 조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백범이 지나온 시간을 회상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본 육군 중위 쓰치다를 처단하며 시작된 냉혹한 슬픔은 아버지에 대한 쓰라린 슬픔과 약혼녀 여옥을 떠나보낸 아련한 슬픔으로 이어진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슬픈 밥으로 수감 생활을 버텼으나 또다시 아내를 잃는 자욱한 슬픔이 찾아온다. 결국 가슴에 남은 것은 거대한 슬픔 뿐이라는 백범의 마지막 독백은 그 시절 독립투사들의 처절한 아픔을 대변한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의 열전을 풀어 쓴 책도 나왔다.
한국고전번역원은 일제강점기 문필가 조소앙(1887~1958)이 쓴 독립운동가들의 열전 '유방집' 완역본을 출간했다.
'유방집'은 유서 깊은 역사 서술 방법인 열전 형식을 빌려 안중근(1879~1910), 이봉창(1900~1932), 윤봉길(1908~1932) 등 여러 독립운동가의 삶과 죽음을 전한다. 책 이름 '유방(遺芳)'은 '유방백세(遺芳百世/流芳百世)', 즉 꽃다운 이름이 후세에 길이 전한다는 뜻이다.
책에 실린 의사, 열사의 명예가 영원히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기원도 담았다. 조소앙은 서문에 열사들 이름이 잊힐 것에 대한 염려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유방집'은 잊히더라도 열사의 정신은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했다.
이번 번역서는 국내 소장본에서 낙장으로 빠졌던 '윤봉길전' 일부, '이회영전'을 중국 간행본에서 찾아 실었다. '유방집' 출판 후 독립적으로 발표된 '남자현선생전'까지 함께 수록했다.
인물로 읽는 현대한국정치사상의 흐름(강정인 외 지음·아카넷·2만원)은 1945년 해방 이후 1980년대까지 현대 한국정치사상의 흐름을 주요 정치적 활동가의 행적과 사상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책이다. 각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들이 한국 현대사와 사상의 흐름과 맥락을 평이한 문체로 쉽게 서술함으로써 대학 초년생부터 일반 독자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읽을 수 있도록 서술했다.
해방 이후 1980년대에 이르는 시기는 민족국가, 근대화, 민주주의, 통일에 대한 여러 생각이 서로 충돌하고 대립한 시기였다. 이 시기에 활동한 김구와 이승만을 비롯해 리영희, 박현채, 문익환, 장일순에 이르기까지 책에 수록된 총 17명의 인물들은 현대 한국 정치의 중요한 사상적 흐름인 보수주의, 자유주의, 급진주의의 뿌리에 해당한다. 필자들은 이들 사상의 뿌리를 파악함으로써 그 이후에 이들로부터 뻗어가는 줄기와 물길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사상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고도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
홍범도 평전(김상웅 지음·레드우드·1만6천원)은 2020년 독립전쟁의 전승을 거둔 봉오동·청산리 대첩 100주년을 맞아 해당 대첩 신화의 주역인 홍범도 장군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다.
산포수 의병장 출신 홍 장군은 용맹함과 기발한 전투력으로 이름을 떨쳤고, 부하와 한인사회를 배려하고 낮은 자세로 각 독립군 부대와의 통합을 자신의 명예보다 먼저 생각했었다. 평양에서 태어났고, 러시아 망명 시절 소련공산당에 가입했으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 이주를 당한 것 등은 천하에 기상을 떨친 그의 행적을 너무 오랫동안 망각 속에 묻어 버렸다.
특히 책은 중국의 봉오동전투 현장과 청산리대첩의 현장인 직소, 청산리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갑오의병운동부터 게릴라전까지 지도적 역할을 담당한 유일한 의병장이자 일본군이 '하늘을 나는 홍범도'라고 부를 정도로 공포의 명장이었던 시련과 고난을 벗 삼아 살다간 독립전쟁사의 영웅을 젊은 세대에게 소개한다.
독립운동 맞습니다(정상규 지음·아틀리에북스·1만6천원)는 독립유공자 중에서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독립운동가 서훈이 지정되지 않은 역사 속 가려진 독립운동가 32명을 다뤘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는 독립운동가 후손 513명을 6년간 인터뷰했다.
위대하고 고결한 선택에도 그것이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역사에 가려진 사람들이 있다. 위대한 '영웅'에게는 언제나 그와 함께한 '동지' 들이 있다. 그들의 명예, 긍지, 희생이 가슴에 사무칠 때 교과서에 1줄로 표현된 어느 사람의 '의거', '대첩', '성공'으로 배우게 된다.
김옥경기자 okkim@srb.co.kr
-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온누리에 울리다 기정 광주시장이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 앞에 마련된 '광주비엔날레 30주년 아카이브 전시-마당' 전시관에서 전시작품을 설명하고 있다.광주시 제공광주시는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전시를 개막했다. 광주시는 광주비엔날레 30년 역사를 돌아보고 광주정신을 조망하며 광주비엔날레의 동시대적 가치를 새로이 정립하기 위해 30주년 아카이브 전시 '마당-우리가 되는 곳(Madang-Where We Become Us)'을 기획했다. 전시는 4월18일부터 11월24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일 자르디노 비안코 아트 스페이스(Il Giardino Bianco Art Space)'에서 열린다.이날 개막식에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를 비롯해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진흥회 위원장, 이성호 주이탈리아 대사, 강현식 주밀라노 총영사, 김병내 남구청장, 광주시의회 신수정·이귀순·서임석 의원, 국내외 미술계 인사와 언론인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이번 전시는 3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은 역대 광주비엔날레 전시 포스터를 비롯해 예술감독 및 큐레토리얼 팀, 전시주제, 참여작가 목록, 전시 장소를 표기한 광주시 지도 등을 통해 광주비엔날레가 구현한 14번의 마당을 소개하고 있다.두 번째 섹션은 광주비엔날레 소장품과 그 의미를 확장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제1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백남준의 '고인돌'(1995)과 크초(Kcho)의 '잊어버리기 위하여'(1995) 두 작품을 비롯해 광주비엔날레가 지향하는 가치를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강 시장은 5·18민주화운동의 공동체정신을 상징하는 '주먹밥'과 광주 어머니들이 시민군에게 나눠주기 위해 만든 주먹밥을 담았던 '양은 함지박', 백남준의 '고인돌' 등 전시작품을 소개했다.세 번째 섹션은 아카이브로 광주비엔날레 역사를 알 수 있는 소장 자료들을 전시했다. 티켓, 홍보물, VHS, CD, 전시도면 등 역사적 실물 자료를 비롯해 디지털화된 소장 자료 등을 살펴볼 수 있다.특히 이번 전시는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Collateral Event) 30개 중 하나로 선정돼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정신인 '민주·인권·평화'라는 화두를 인류공동체와 깊게 나누고 함께 공감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또 전시장에서 유아브(Iuav) 대학 시각예술학부 학생들의 학과 수업이 진행되고, 카 포스카리 대학 한국학과 학생들이 전시장에서 직접 도슨트로 활동하는 등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아카이브 전시 개막식에 이어 이날 오후에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해외홍보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고편 격인 '비디오 에세이 영상'이 최초로 공개돼 기대감을 높였다.'비디오 에세이'는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맡아 제작됐고,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들의 다채롭고 폭 넓은 작품 이미지와 비디오클립, 판소리 공연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예술 작품과 예술가들의 모습 등을 담아 전시의 시대적 의의를 강조하는 등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강기정 시장 등 광주시 대표단이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광주비엔날레 거리홍보를 하고 있다.광주시 제공강 시장은 "광주비엔날레는 5·18을 계기로 폭발한 민주화 열망이 민중미술의 에너지로 이어지면서 시작된 행사"라며 "광주비엔날레 30년을 알리는 것은 5·18과 광주정신, 광주의 맛·멋·의를 알리는 것이다"고 강조했다.강 시장은 이어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는 베니스에서 광주비엔날레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광주를 키우는 일이다"며 "아카이브 전시와 함께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성공 개최를 통해 광주가 국제 시각미술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한편 오는 9월 7일 개막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적 명성의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선임, 판소리를 매개로 소리와 공간이 함께하는 오페라적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엔날레전시관과 함께 광주의 예술명소로 손꼽히는 양림동 일대까지 외부 전시장으로 연결, 주제전시를 통해 관객과 작가, 기획자가 함께 접촉하고 교감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박석호기자 haitai200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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