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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옛말···꽃할배·할매 "황혼을 즐긴다"
입력 2019.08.14. 17:00 수정 2019.08.14. 17:00 댓글 0개⑤실버서퍼 급증
'노인' 고정관념 깨고 활력 인생
스마트폰 교육 등 취미·여가 솔선
노하우·자본력 바탕 신소비층 부상
실버산업 관련 법·제도 개선을
건강하고 외롭지 않게 즐길 수 있는 행복한 하루. 시니어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삶이다. 그러나 현실은 항상 녹록치 않은 법. 나이가 들수록 자꾸 아픈 곳은 늘어나고 즐기고 싶어도 즐길 수 없는 상황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이것도 옛 말이 됐다.
고령화사회에 접어들면서 그늘진 단면도 있지만 은퇴한 이후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활력 있는 삶을 추구하는 노인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들은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 자본력을 바탕으로 문화와 소비생활을 적극적으로 향유하고, 자신의 행복 추구를 위해 사회적으로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며 핵심 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마트폰 등 IT기기에 능숙한 노인을 일컫는 '실버서퍼' 등 신조어도 등장하며 노년을 즐기는 노인들의 일상과 실버산업 동향을 반영하고 있다.
실버시장이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이들을 위한 차별없는 실버산업 정책과 방안이 다양한 각도에서 시도되고 변화돼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강의실 곳곳 참여 열기
지난 8일 오전 광주 남구 노대동에 자리잡은 빛고을 노인건강타운.
이른 시간인데도 머리가 희끝희끝한 시니어들이 대거 타운에 몰려 다채로운 강연을 듣고 있었다.
이들이 듣는 프로그램 강좌는 요가부터 노래교실, 우크렐라, 수영, 탁구, 당구, 컴퓨터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했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방문하는 시니어들의 숫자는 하루 평균 5천명에 이른다.
매 시간 강의에 참여하는 시니어들의 열기와 열정은 어느 누구 못지 않게 뜨겁고 진지했다.
노인건강타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단연 당구장이다. 하루 평균 120~150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다. 당구장은 일반적으로 9시에 문을 열지만 2~3시간 전부터 당구장을 이용하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는 시니어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곳에서 만난 시니어 안재헌(78)씨는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하루 2~3시간을 즐긴다"며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공부도 할 수 있고 여가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무료 봉사개념으로 당구장 시설 관리를 도맡고 있는 시니어 김종섭(68)씨는 "올해로 10년째 당구장 시설을 맡아 관리하고 있다"며 "무더운 여름철에 시원하고 저렴한 가격대에 노년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장소여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제작해 만드는 컴퓨터 강좌 강의실은 시니어 수강생들로 꽉 찼다. 강사 말에 서툴지만 하나하나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스마트폰 교실에서는 스마트폰의 배경화면이나 벨소리 설정, 사진찍기 등 기초기능부터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네이버 밴드 등 SNS나 유뷰브 활용법 등을 배운다. 강사가 알려주는 강의가 어려울 때도 있지만 시니어들끼리 얼굴을 맞대고 서로를 의지해가며 한단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문희봉 빛고을 노인건강타운 본부장은 "최근 70대 유튜버 '박말례 할머니'가 큰 인기를 끌며 시니어들이 스마트폰과 동영상 등을 이용해 시니어 친구들 뿐만 아니라 자녀들과 소통하고 교감하기 위한 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며 "예전과 달리 시니어들이 IT분야 등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에서 시대가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본력 바탕 소비 주름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5%를 넘어서는 고령사회다. 또 노인인구가 25%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 초입에 들어서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들의 삶의 태도도 바뀌고 있다. 젊은이에게 의지하지 않고 건강과 여가를 스스로 챙기는 노년층이 소비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여가와 취미생활을 즐기는 시니어를 두고 실버서퍼(Silver surfer) , 웹버(Weber)족,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등 다양한 신조어도 생겼다.
실버서퍼는 인터넷은 물론 스마트폰 등 IT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며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노년층을 일컫는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이 빠르게 상용화되고 은퇴 후 경제 기반이 탄탄한 시니어층의 경제력이 뒷받침된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웹버족은 인터넷 서핑은 기본이고 블로그, 카페, 홈페이지 등을 다채롭게 운영하며 전자상거래, 사이버 강의 등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특징이 있다. 기존 나이가 들어 최신 기기에 서툴렀던 일반 노인들의 모양새와 전혀 다르다.
액티브 시니어는 은퇴한 후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활력있는 삶을 추구하는 노년층으로,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 자본력을 바탕으로 문화와 소비생활을 적극적이면서도 주도적으로 향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특히 기존 노인층이 자녀 등에 얽매여 자신의 일상을 포기하기 보다는 자신의 행복 추구를 우선하며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벌이며 두각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남다른 특징을 드러낸다.
실버서퍼 등 시니어들을 중심으로 한 세태 변화에 경제계에서도 '시니어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우며 노년층을 위한 상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콘텐츠 산업 전망에 따르면 실버 서퍼가 향후 콘텐츠 산업을 주름잡을 수 있는 6대 키워드 중 하나로 꼽혔다. 진흥원은 "실버층이 생산과 소비를 함께하는 새로운 '프로슈머'로 각광받을 것이다"는 전망도 내놨다.
◆격차 없는 실버산업 다각 육성돼야
문제는 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실버산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지만 사회 경제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인 '빈부격차'를 해소하면서 실버세대들이 다양하게 향유할 수 있는 산업은 한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주택 보급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민간자본이 투입된 실버주택 보급 확대, 소소한 일이지만 일하며 소득을 챙길 수 있는 노인 일자리 확대 등 산업 규모가 다양화되고 확대돼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버주택의 경우 현재 저소득층을 위한 노인공공주택이 실효를 거두고 있지만, 공공부문에 묶여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민간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해 실버세대들이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관련 법과 제도에 대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여기에 노인층을 겨냥한 의료·복지 상품부터 건강·취미·생활·음식·자산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실버산업이 확대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 노인전문가들은 "예전에는 실버라고 하면 시대에 뒤쳐진 이미지였지만 이제는 소비나 취미활동 등을 통해 정보시장에서 오히려 앞서는 모습을 보인다"며 "고령화시대를 맞아 실버에 맞춘 실버산업을 다각적으로 육성·활성화하고 노인복지개념을 새롭게 적립해 노인복지 수혜자가 제대로 된 권리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옥경기자 okkim@srb.co.kr·김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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