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일본 피해가 적다는 지역현실이 더 아프다

입력 2019.08.01. 18:32 수정 2019.08.01. 18:32 댓글 0개
도철원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1본부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의 경제침략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요즘, 온 나라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도리어 광주·전남은 평온하기만 하다. 국가적으로 천문학적인 피해가 우려된다는 보도가 연일 줄을 잇고 있지만 우리 지역은 '1천억 원'수준의 생산 감소 효과가 예상된다는 뜻밖의 보고서가 나왔다.

화학 산업과 기계 등 일본 자재가 필요한 관련 산업 역시 일본 수입 의존도가 광주는 7.1%, 전남은 2.5%에 머무는 등 우리 지역의 주력산업은 일본의 경제침략에서 한 발짝 비껴서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농수산물 수입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화이트리스트에는 농수산물과 목재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남의 유일한 걱정인 농수산물 일본 수출 역시 아직은 '예의주시'정도다.

하지만 이 같은 이야기들은 일본이 우리에게 비수로 겨눈 '반도체'로 대변되는 첨단산업이 우리 지역에는 없다는 말이기도 해 피해가 적다는 점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함이 가시지 않는다. 그만큼 지역발전에서 광주와 전남이 소외돼 있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발전에서 소외돼 있었다는 이야기는 수시로 들었지만 이렇게 현실적인 수치로 다가설 줄은 미처 몰랐기에 안도와 서운함이 교차하는 것 같다.

지역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외지로 나가야만 했던 이유도 바로 '쓸 만한, 비전 있는' 일자리가 적다는 것이었기에 일본의 경제침략은 우리 지역이 가진 아픔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줬다.

지역의 미래 비전으로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산업 등 신 성장산업들이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에게는 외지로 나가지 않고 지역에서 꿈을 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전공대로 대변되는 미래에너지산업이 로드맵처럼 제대로만 된다면 우리도 다른 지역에 아쉽지 않은 '미래먹거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일본의 경제침략에서 보듯이 '자립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없다면 그 어떤 산업도 '사상누각'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픈 주사'를 제대로 맞은 만큼 우리 지역에서 준비하는 미래먹거리산업들은 외부의 장난에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모 드라마에서 나온 "이 판에 누가 호구인지 모르면 바로 자신이 호구"라는 명언 같은 명대사처럼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에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준비해보자.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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