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약무호남 시무국가'의 재발견

입력 2019.08.01. 18:20 수정 2019.08.01. 18:20 댓글 0개

'약무호남 시무국가 (若無湖南 是無國家)'는 호남 사람들의 자부심이다. 다방 액자에도 붙어 있을 정도여서 평소에는 별생각 없이 대하다가도 일이생기면 번쩍 눈에 띈다.

이 말은 이순신 장군의 서첩에 나온다. 서애 류성룡에게 보내는 편지글에 보이며 "만약 호남이 없었다면 국가도 없었다"는 뜻이다. 임진왜란때 활약한 호남 사람과 의병들에 대한 최대의 찬사다.

1592년 4월 12일 여수 앞바다. 장군이 지휘하던 조선 수군의 배에서 쏜 지·현자 총통이 불을 뿜었다. 수많은 실험끝에 이날 최고 성능의 첨단 함포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것이다. 부산포 앞바다에 왜선 700척이 나타나기 하루 전이었다.

그야말로 조선에게는 천우신조였다. 호남 사람의 애국심과 지혜로 이같은 최첨단 함포를 탄생시키지 않았더라면 왜구들이 꿈꾼 조선 병탄은 물론 명나라와 인도까지 침략당했을지 모른다. 도요토미의 꿈은 장군과 약무호남 정신이 만든 최첨단 함포로 산산 조각났다. 우리 민족은 일본과 싸울 때면 없는 힘도 발휘하곤 했다.

일본과의 경제 전쟁이 심각해지고 있다. 아베는 초반 기습으로 승기를 잡는 듯 했지만 전세는 그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 양상이다. 삼성을 겨냥해 수출규제를 하면 우리가 금방 손들줄 알았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임진왜란 때 호남사람들이 현자 총통을 만들어 저항했듯 이번엔 최첨단 휴대폰과 앱으로 무장해 항전에 나섰다.

분명한 건 이번 싸움은 일본이 일으켰다는 것이다. "강제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권이 있다"는 당연한 권리를 뜬금없는 반도체로 보복하려 한 게 경제 전쟁의 시발이다. 그러니 우리가 피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외부의 여론도 우리에게 상당히 우호적이다.

일본은 그간 세계 최고의 무역 혜택을 입었다. 그런데도 무역 전쟁을 일으킨 건 자가당착이다. 이미 일본내 양심적이고 뜻있는 지식인들은 '아베의 패착'을 말하기 시작했다. 세상 이치로 봐도 이번 싸움은 결코 아베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을게 분명하다. '약무호남 시무국가'정신은 아직 살아있다. 지·현자 총통대신 이번에는 첨단 휴대폰과 앱으로 무장한 대한민국이다. "가망없는 아베의 무역전쟁!". 그들이 일으킨 명분없는 무역전쟁에 대해 불룸버그 통신이 비평한 충고다.

나윤수 칼럼니스트 nys8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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