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사설> 농민들 시름젖게 하는 보리·양파 등 가격 폭락

입력 2019.07.30. 18:16 수정 2019.07.30. 20:08 댓글 0개
사설 현안이슈에 대한 논평

보리와 양파·마늘 등 농작물의 작황 호조가 농민들의 주름살을 깊게하고 있다. 이들 농작물 풍년이 오히려 가격 폭락 사태를 초래하면서 빚어진 사태다.

전남도에 따르면 올해 전남지역의 보리 재배 면적은 2만126㏊로 생산량만 8만9천617톤에 달한다. 이는 전국 재배면적(4만4천㏊)의 절반에 가까운데다 전국 생산량(20만3톤)의 44.8%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양이다.

보리 작황의 호조는 그러나 재배 농민에게 시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연간 보리 수요가 12~14만톤 수준에 그치고 나머지 6~8만톤 가량은 따로 사용처를 찾지 못해 폐기 처분해야할 상황에 놓이면서다.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늘었던 지난해에도 과잉 생산량은 1만톤 가량 이었지만 올해는 그보다 6~8배나 물량이 많아졌다. 지난해 생산량(5만9천962톤)에 비해 49.5%가 증가한 탓이다. 더욱이 과잉 생산량의 절반에 가까운 3만8천653톤은 전남지역에서 생산됐다.

과잉 생산은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주정용 쌀보리의 계약가격(조곡 40㎏ 기준)이 지난해 3만9천원에서 올해 3만7천원으로, 비계약 가격은 3만5천100원에서 2만7천원으로 각각 떨어졌다. 겉보리와 맥주보리도 계약가격은 3만8천원에서 3만3천원, 비계약은 3만4천200원에서 2만3천원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보리차용도 3만8천원에서 3만5천원으로 뒷걸음질이다.

정부는 이같은 점을 감안해 비계약분에 대해 주정용 쌀 대체 공급단가(겉·맥주보리 242.9원/㎏, 쌀보리 263.41원/㎏) 간 차액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매입해 주고 있다. 매입예산은 국비·농협 각각 40%, 지자체 20% 분담한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수매물량은 일부에 그쳐 농가의 근심을 크게 덜어주지 못한 상태다. 보리의 과잉 생산 뿐 아니다. 양파와 마늘 생산량도 적정 소비량을 웃돌아 문제다.

정부와 농협, 지자체 등이 적극적으로 농작물 가격 안정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장 기술 개발이나 수매량을 늘리고 소비처 다양화 정책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소비 실태를 감안한 전국 농작물의 생산량 조절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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