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자화자찬(自畵自讚)

입력 2019.07.30. 18:16 수정 2019.07.30. 18:16 댓글 0개
김대우의 약수터 무등일보 취재1본부

자화자찬(自畵自讚)은 자기가 그린 그림을 스스로 칭찬한다는 뜻이다. 흔히 자기가 한 일을 스스로 자랑하는 것을 빗대는 말로 쓰인다. 하지만 본래 뜻은 조금 다르다. 찬(讚)은 일종의 논평이다. 예전 사대부 집안에서는 화공(畵工)을 불러 그림을 그린 뒤 여백에 주인공을 칭송하는 글을 적는 게 관례였다. 이를 화상찬(畵像讚)이라 했다.

간혹 자기가 그린 자화상에 스스로 '찬'을 붙이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게 바로 '자화자찬'이다.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하고 지난 28일 폐막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광주수영대회가 '저비용 고효율 국제대회'의 성공모델을 완성하고 부작용이 없는 완벽한 대회였다"고 자평했다.

이 시장의 말처럼 광주시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5.24% 수준의 적은 예산으로 194개국에서 2천639명의 선수가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대회를 무난하게 치러내며 변방의 작은 도시 광주를 전 세계에 알렸다.

하지만 광주수영대회에 자랑거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최대 흥행요소였던 북한 선수단이 불참한데다 입장권 판매가 90%에 육박했음에도 경기장 관람석이 텅텅 비는 '노쇼' 현상도 빚어졌다.

한국대표로 출전하는 선수가 테이핑이 된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는가 하면 일본 관광객 불법 촬영, 외국인 선수의 성추행 사건 등 크고 작은 잡음들이 불거졌다.

대회 폐막을 하루 앞두고는 클럽 내부 복층이 무너지며 수영대회 참가 선수를 비롯한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형악재가 터져 '안전 무결점 대회'에 큰 오점을 남겼다.'역대 가장 성공한 대회'라는 광주시의 자화자찬이 거북하고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자신이 지닌 능력과 그로인한 성과를 내세우고자 하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이를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지나친 자화자찬은 자기도취에 빠져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마저 합리화하는 독단으로 흐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조선시대 사상가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은 화상찬에 '네 공부는 허술해 쓸모없는 책벌레에 불과하다'고 썼다 한다. 자기 초상화에 스스로 써넣는 찬에도 이같은 인색한 평가가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김대우 정치부 부장대우 ksh430@srb.co.kr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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